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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말
들어가며 프롤로그 형제들 톰 게이츠 밥 게이츠 1부 의사 조지프 메서 박사 샤론 샌들 박사 응급실 존 배렛 박사 마크 레비슨과 노린 레비슨 로이드 (피트) 헤이우드 클레어 헬스턴 에드 리어던 법과 질서 로버트 소레건 델버트 리 팁스 전쟁 프랭크 레일라 박사 하스켈 웩슬러 태미 스나이더 어머니와 아들 빅터 이스라엘 마르케스 앤젤리나 로시 과들루프 레이스 하느님의 목자 윌리 T. 배로 목사 레너드 뒤비 신부 랍비 로버트 마르크스 톰 콕 목사 에드 타운리 목사 낯선 이 릭 런들 2부 세상 보기 랜디 뷰서 체즈 이버트 앙투아넷 코롯코-해치 카렌 톰슨 디미트리 미할라스 다리에서 본 전망 행크 외팅어 아이라 글래스 키드 파라오 퀸 브리스번 커트 보네거트 베이비붐 세대 브루스 벤딩어 3부 아버지와 아들 닥 왓슨 버논 자렛 시골 여자 페기 테리 베시 존스 로잘리 소렐스 전염병 1 티코 발 로리 캐넌 브라이언 매튜스 주얼 젠킨스 저스틴 헤이포드 마타 켈리 노땅 짐 햅굿 전염병 2 낸시 라누이 저 밖에서 개리 슬럿킨 박사 4부 예술의 삶 윌리엄 워필드 우타 헤이건 코미디언 믹 베탄쿠르 죽은 자의 날 카를로스 코르테스 바인 들로리아 헬렌 스클레어 다른 이들 스티브 영 모린 영 일 윌리엄 허드젠 로리 모이나 시작과 끝 메이미 마블리 마빈 잭슨 박사 에필로그 케이시 페이건과 린다 개그넌 옮긴이 글 |
김지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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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해본 적 없는 경험, 그러나 우리 모두 하게 될 경험, 곧 죽음이라면 어떨까? 80대 후반인 지금, 30년 전 고어 비달이 내준 숙제가 되돌아와 나를 홀리기 시작했다. 우리 중 아무도 아직 가보지 못한 시간과 공간에 관한 회상이라는 게 말이 될까? 이야,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닌데! 술잔을 멍하니 응시하는 건 그만뒀다. 느낌이 왔고, 나는 마티니를 쭉 비웠다. …… 나는 우리가 살면서 믿을 수 없을 만큼 죽음을 깊고 많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에서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들은 일단 죽음이라는 주제에 관해 입을 열었다 하면 도무지 닫을 줄을 몰랐다. 그 사람들은 죽음에 관해 말하고 싶어했다. 슬픔을, 죄의식을, 두 개가 뒤섞인 생존자의 처지를, 그다음에 관한 생각을 말하고 싶어했다. 내세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없다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은 저마다 갖가지 의견들을 내놓았다. 내세를 믿는 사람도 있고, 보여주면 믿는다며 도전장을 내미는 사람도 있었다. --- p.20
한번은 자기 집에서 턱 밑에 12번 산탄총을 들이대고 자기 머리통을 날려버린 남자의 뒤처리를 했죠. 머리통 반은 천장으로, 반은 벽으로 날아갔더군요. 사진을 찍고 기록도 했어요. 죽음의 현장이 평온하고 고요해서 오히려 인상이 깊더군요. 부엌 식탁에 그대로 앉아 있는 이 시신에 관해 기록을 했어요. 두개골과 안면의 잔해들이 식탁과 제 어깨 위로 떨어지는 데서요. 저는 죽음의 비라고, 부엌에 죽음의 비가 내리고 있다고 혼잣말을 했죠. …… 경찰관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직업에 속합니다. …… 그렇지만 제가 혹시나 몸에 튜브를 꽂고 약 주머니를 달아야 하는 지경까지 간다면, 식물인간이 된다면, 코드를 뽑아달라고 말할 정신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p.44 딴딴해졌어요. 거기서 많은 죽음을 봤거든요. …… 적을 많이 죽였어요. 제 특기였으니까요. 다루는 무기가 몇 개 있었고, 폭파 전문가였죠. 화염 방사기도 썼어요. 사람들을 바삭바삭하게 구워버렸죠. 동굴 속에서 안 나올 때는 연막탄을 던져서 나오게 해요. 앞에서 화염 방사기를 들고 서 있죠. 네이팜이 동굴 안 공기를 전부 빨아들여서, 사람들은 타죽기 전에 질식하죠. 그러고 나면 저더러 (네이팜) 젤리를 더 던져 넣으라고 시켜요. 사람들을 끄집어내기보다 그편이 더 쉬우니까. 그러면 그 사람들 몸에서 수분이 몽땅 빠져나와 뻣뻣해져버려요. 아까 말한 대로 바삭바삭해지는 거죠. 그러면 차곡차곡 쌓을 수 있어요. --- p.163 우리는 한 문으로 들어와 다른 문으로 나가는데, 그 경험은 똑같습니다. 다음 차원으로 옮겨간다는 건 두려운 일이에요. 자궁은 들어가 있으면 참 좋은, 안전한 장소죠. 그렇지만 영원히 거기 머물 수는 없어요. 목회자가 될 때 가장 큰 두려움은, 제가 죽음을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점이었습니다. 제가 무너져내리면, 죽음에 너무 휘둘리면, 슬픔에 사로잡히면, 힘을 잃고 만다면……임사 체험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제가 남에게 줄 수 있는 한 가지 위대한 선물은, 제 삶에서 가장 풍요로운 경험 중 하나는 누군가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같이 있어주는 겁니다. --- pp.218-219 제게 천국은 고통이 아니라, 만나고 싶던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에 품고 있던 의문들의 답을 얻는 곳이에요. 사람들은 늘 착하고, 늘 남을 위하고, 비는 내가 바랄 때만 오는 곳이죠. 다른 세계에 있는, 만나지 못하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곳이고요. 마치 커다란 야유회처럼. 이 삶에서 뭐가 부족했든, 거기서는 다 완벽한 존재가 되죠. 다운 증후군이 있는 제 동생도 아마 못 알아볼걸요. 말도 할 테고, 저하고 지금보다 이야기를 더 잘할 겁니다. 완전무결한 사람 존. 장애가 없고, 휠체어도 안 타고. --- p.225 집행관들은 그 젊은이를 데려와 서둘러 의자에 앉히고 버클을 채웠어요. 그 사이에 잠깐 멈칫하는 순간이 있던 게 기억이 납니다. 마치 몇 시간은 되는 것 같았지만, 사실 1초도 걸리지 않았어요. 사형수가 거기 앉아 있다가, 가슴을 구부리고 두 번 들썩이더니 축 늘어졌어요. 이게 다 뭔 짓인가 싶더군요. 그 작자, 쌍권총 피트는 사람 죽이는 일을 거의 자랑하다시피 했어요. 군중이 신나서 기요틴을 구경하던 계몽된 프랑스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더군요. 기요틴 밑에 머리를 놓고 잘라냈죠. 여기에는 한 스무 명쯤 되는 완벽한 군중이 있었어요. 다들 침묵을 지켰죠. 주위를 돌아보니 몇 사람이 손을 덜덜 떨고 있데요. 의사가 나와서 심장이 아직 뛰는지 확인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죽은 사형수를 데려갔죠. --- p.334 죽음을 나한테서 빼앗아가는 거예요. 지금은 전보다 나아지기는 한 모양이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죽음과 탄생을 빼앗겼어요. 이렇게들 생각하는 거죠. 그래, 아이들이 이걸 보게 놔둘 수는 없어. 왜냐하면 이건 힘든 일이고, 아이들이 겁을 먹을 테니까. 그렇지만 죽음을 한 번도 보지 못하면 오히려 더 겁을 먹어요. 저는 쉰이나 예순이 됐는데도 죽어가는 사람 곁에 한 번도 앉아본 적 없는 사람들을 알아요. 그 사람들은 그런 일을 죽을 만큼 무서워하죠. --- p.358 제 손을 노마의 손에 얹고……노마한테 말했어요. “노마, 10년 전부터 당신한테 존엄한 죽음을 맞게 해준다고 약속했죠. 당신이 고통당하는 일 없게 내가 지켜준다고. 당신 소망을 들어주러 여기 온 거예요. 내 말 알아들었으면 이 손가락 잡아요.” 그랬더니 노마가 제 손가락을 잡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제가 말했어요. “노마, 당신 고양이들은 괜찮아요. 집세는 다 냈어요. 웨인도 잘 있고요. 다 알아서 처리했어요. 당신 집은 깨끗해요. 전화 요금 고지서도 냈어요. 모두 다 괜찮아요. 이제 그냥 놔버려도 돼요. 고통스러운 거 알아요. 끝내고 싶은 거 알아요. 내가 약속대로 잘하기를 바라면 내 손가락을 꽉 잡아요.” 그러자 노마는 제 손가락을 꽉 잡았어요. 다음 날 아침에 노마는 심장 마비로 죽었어요. 그게 노마 이야기예요. --- p.414 지진, 화산 분출, 역병하고 나란히 살아가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죽음은 이방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하죠. 좀 철학적이랄까요. 파리와 런던 같은 수도에서 ‘죽음’이라는 말은 혀끝에서 멎어 혀를 태우지만, 멕시코에서 사람들은 그걸 부둥켜안고, 함께 놀고, 축하한다고 시인 옥타비오 파스는 말했죠. 죽은 사람의 날 즈음에 눈에 띄는 장난감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아이들한테 뼈를, 뼈가 담긴 조그만 수레를 주죠. 너도 언젠가 이렇게 된단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더 중요한 건 이거죠. 삶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멕시코 전통 노래 한 구절을 들려드리죠. “누구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지 말라.” --- p.468 19세기에는 누구나 죽음을 알았어요. 20세기에는 죽음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사람들은 지금 병원에서 죽어요. 19세기에는 섹스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20세기에는 누구나 섹스를 알죠. 죽음이 새로운 포르노그래피가 된 거예요.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안 하지만요. --- p.480 정말 꼼꼼한 검진을 시작했죠. 아이의 이를 보니 겨우 네 개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아름다운 치아를 갖고 있었는데 말이죠. 다음은 코로 올라갔어요. 마치 누군가가 고기 써는 칼을 가져다 콧대를 그냥 싹둑 베어버린 것 같았어요. 살점이 떨어져나왔죠. 눈을 보니까, 눈은 뺨에 놓여 있지 뭐예요. 그렇지만 색은 보이더군요. 저는 말했어요. “내 아들 눈이 맞아요.” 그리고 다른 쪽을 보니 마치 누군가가 숟가락을 가져다 그냥 파낸 것 같더군요. 안구가 없었어요. 그리고 귀를 검사했죠. 아실지 모르지만 제 귀는 얼굴에서 멀찌감치, 뭐랄까 약간 끝 쪽으로 말려 있답니다. 그 애도 그랬어요. 그런데 귀가 없더군요. 사라진 거예요. 아이 옆얼굴을 올려다보는데 다른 편을 비추는 햇살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아, 하느님.”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어요. 눈물이 떨어졌지만, 아들을 봐야 하니까 계속 눈물을 닦아냈죠. --- p.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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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빼앗아가는 사회, 죽음 이야기하는 사람들
64명이 죽음을 말하면서 맞닥뜨리는 정동은 불안, 슬픔, 죄의식, ‘그다음’에 관한 복잡한 생각, 기쁨을 둘러싸고 요동친다. 이런 감정들은 죽음을 빼앗아가는 사회에서 다시 죽음을 사유하고 죽음과 나 사이의 관계를 변화시킨다. 불안과 슬픔은 죽음에 관련된 가장 중요한 반응이다. 그런 슬픔의 뒤를 죄의식이 따른다. 죽음은 슬픈 일이지만 가까이 해야 한다는 로잘리 소렐스, 피투성이 중증 외상 환자를 기술적 도전 과제로 본다는 존 배렛, 자기에게 흔적이 남기 때문에 심장이 멈춘 사람의 얼굴은 안 쳐다본다는 간호사 노린 레빈슨, 백마 탄 영웅처럼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치고 빠지는 자기들이 호스피스나 의사에 견줘 사치를 누린다는 응급구조사 에드 리어던이 그렇다. 죽음 앞에서 살아남은 자는 슬픔과 죄의식이 뒤섞인 혼란에 빠져든다. 화염 방사기로 적을 많이 죽인 베트남전 참전 군인 빅터 이스라엘 마르케스는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날마다 죽음이 마음을 떠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사형 집행 과정을 지켜본 기자 버논 자렛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코마 상태에서 임사 체험을 한 에드 타운리 목사는 죽음은 두려운 일이지만 그럴수록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2년 동안 코마 상태에 있다 깨어난 불교도 카렌 톰슨은 환생을 믿는다. 삶이 힘들어 자살을 생각하지만, 어차피 다시 와야 하니 참는다. 레즈비언 낸시 라누이는 유방암으로 한쪽 가슴을 잃은 뒤 죽음의 공포가 줄어들고 삶을 이어가게 해줄 영성을 깨달았다. 그다음을 믿는 사람과 그다음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흐른다. 창조주를 만날 수 있는 한 번뿐인 기회인 만큼 죽음을 잘 맞이할 준비를 하자는 윌리 T. 배로 목사, 천국에서는 다들 완벽한 존재가 돼서 다시 만나는 커다란 야유회가 열린다고 믿는 릭 런들, 내세가 있다고 확신하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바인 들로리아가 다른 세상을 바라본다면, 죽으면 그것으로 끝이기는 하지만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행크 외팅어, 신은 믿지만 죽음에 관해서는 진실을 알 수 없다는 버논 자렛은 땅 위에 발 딛고 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편안한 기쁨을 누리기도 한다. 삶은 늘 죽음의 전주곡이라 말하면서 더 나은 삶에 관한 전망을 확인하는 스터즈 터클, 삶의 마지막 몇 달을 아이들하고 이야기하며 보내면서 우아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 의사 조지프 메서, 죽을 준비를 깔끔히 마쳐놓고 남은 가족을 위해 종무식을 열고 싶다는 앤젤리나 로시, 두 번의 자살 시도와 두 번의 사고로 죽음 직전까지 갔지만 다시 찾은 삶을 선물로 생각하고 살아간다는 드미트리 미할리스, 재난 속에서 살아가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죽음은 이방인이 아니라는 카를로스 코르테스, 무덤에 묘비 대신 아무나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놔두고 싶다는 브루스 벤딩어, 고통에서 풀려나 세상을 떠난 환자를 보며 즐거움을 느꼈다는 에이즈 전문 간호사이자 게이인 로리 모이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며 불안과 공포보다는 기쁨을 떠올린다. 죽음과 삶, 코드 뽑기와 일상다반사 사이 죽음과 삶의 경계는 전기 코드다. 아무도 자기 집에서 죽지 않는 지금, 죽음은 일상의 삶을 벗어나 돈에 지배되고 있다. 죽음은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됐으며, 죽음의 매뉴얼을 완비한 상조 회사와 쾌적한 추모 공원은 애도와 추모의 시간을 빼앗는다. 생명 연장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죽음은 언제 코드를 뽑을지 결정하면 되는 문제가 된다. 죽음과 삶의 경계가 이렇게 흐릿해지는 한편에서 죽음처럼 일상적인 것은 없다고 작가 커트 보네거트는 스터즈 터클에게 말한다. 그렇게 죽음은 더 좋은 삶을 위한 회고와 성찰의 계기가 아니라 일상다반사 중 하나가 된다. 세월호의 죽음이, 어린 난민의 죽음이, 반도체 노동자의 죽음이, 그토록 많은 죽음이, 우연한 총기 사고처럼, 갑작스런 교통사고처럼, 재수 없으면 당하는 살인 사건처럼, 우리 주위에서 늘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갑자기 죽을 수 있고, 누구나 당연히 죽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삶은 늘 죽음의 전주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