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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제1화 그 숲에는 무당이 산다 제2화 푸른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던 날 제3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제4화 죽음을 부르는 목소리 제5화 핏빛 꽃이 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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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그날이 오면 모든 것의 근원이며, 모든 것의 시작이며, 모든 신의 모체(母體)이며, 세상의 시작과 끝이신 그분, 태고지신(太古之神)께서 오실 것이니라. (…) 네 아이는 3,000년 만에 처음으로 백두산 줄기의 모든 정기를 받았다. 이 아이는 최대의 성산(聖山)이며 영산(靈山)인 백두산이 포효하고 그 줄기가 들썩이며 온 땅이 요동치는 지독한 해산의 고통 속에서 태어난 것이니 아이는 네 것이 아니니라.’ ---「푸른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던 날」중에서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 뒤에는 희뿌연 영이 들러붙어 있었다. 그 영은 여자에게 붙어서 (…) 여자를 밀어 떨어뜨릴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넌 죽을 목숨이야. 더 버텼다간 고통만 커질 거야. 그렇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살고 싶니? 그렇게 괴로움으로 데굴데굴 구르다가 죽어버릴 거냐고? 자, 어서 죽자, 죽어! 이놈의 세상, 단번에 끝내버리자!’ (…) 여자에게 찰싹 붙은 영은 고통 속에서 죽을 바에야 차라리 지금 목숨을 끊어버리라고 꼬드겼다. ---「죽음을 부르는 목소리」중에서 김 의원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난생처음 보는 거대하고 새빨간 꽃의 중심에는 분명 사람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도 기억 저편에 꽁꽁 묻어버렸던 그 여자, 곽영실의 얼굴이! (…) 망각 속으로 꾹꾹 눌러두었던 공포가 김기돈의 뇌리 속에서 뱀처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순간 꽃의 중심에 있던 여자의 음영이 스르르 움직이며 감겨 있던 눈을 치켜떴다. 그리고 원한에 찬, 매서운 두 눈이 김기돈을 노려보았다. ---「핏빛 꽃이 피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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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그 숲에는 무당이 산다
한여름에도 냉기가 도는 마을의 작은 초등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나도록 등교하지 않는 아이가 있다. 산속 무당집의 아이 ‘낙빈’이다. 다행히 담임선생의 끈질긴 설득 끝에 어머니로부터 낙빈의 등교 허락을 받아낸다. 여느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달라는 당부와 함께. 비록 옷차림과 말투는 다르지만 어느새 또래들과 잘 어울리는 낙빈을 지켜보면서도 담임선생은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까지 돌기 시작한다.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상급생들과의 축구 시합을 벌이지만 한 아이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낙빈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더욱 따가워진다. 뒤이어 그 아이가 동네 어귀의 수풀 속에서 시뻘건 눈동자를 보고 놀라 크게 다치면서, 이 모든 소동의 주범으로 낙빈을 지목하고 강력히 항의한다. 결국 담임선생은 낙빈의 집을 찾아가지만 그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결코 보통 사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닫고 낙빈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간다. 제2화 푸른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던 날 자신의 아들에게까지 신이 내리기를 바라지 않은 낙빈의 어머니는 모든 영력을 동원해 신에게 맞서기로 한다. 하지만 낙빈에게는 태초 조상신들뿐만 아니라 만물의 근원이자 신들의 신인 태고지신까지 예비되어 있다. 이에 그녀는 자오지한웅과 일대 혈전을 벌이지만 자신이 모시던 두 무신만 잃고 만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동자신의 경고를 들은 낙빈은 원혼이 찾아올 것임을 알고 빨리 어머니에게 피하자고 매달리지만 다른 무당과 박수가 피해를 입을까 염려한 어머니는 정면으로 맞서기로 한다. 그러자 낙빈은 어머니의 방에서 『치귀도』라는 책을 몰래 들고 나와 악귀가 나타날 때까지 연마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해가 저물자 악귀에 씐 여자가 낙빈의 집을 찾아온다. 원한령과 맞붙은 낙빈의 어머니가 위기 상황으로 몰리는 순간 낙빈은 물화살을 쏘며 나타나는데……. 제3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깊은 산속의 작은 암자. 아침부터 이곳은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한편 낙빈의 운명을 더 이상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달은 어머니는 자신이 예전부터 따랐던 천신에게 아들을 보내기로 마음먹는다. 태고지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어쩌면 살아생전 다시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슬픔과 아픔을 감내하면서. 어머니와 헤어져 두려움과 막막함을 안고 낯선 암자에 도착한 낙빈은 천신을 만나고 앞으로 함께 생활할 큰형 같은 승덕과 강인해 보이지만 부끄럼 많은 정현, 다정다감한 누나 같은 정희와도 인사를 주고받는다. 낙빈은 이들과 함께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지 알 수 없지만 오래된 인연을 만난 듯 포근함과 정겨움을 느낀다. 제4화 죽음을 부르는 목소리 지금은 함께 머물지만 모든 준비가 되면 헤어져야 할 운명, 어느 날 아침 암자로 편지 한 통이 날아든다.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의 자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는데 공교롭게도 승덕의 옛 연인인 서영이 그곳에 입원해 있다. 천신에게 도움을 청해온 형사를 통해 그간의 상황을 전해 들은 일행은 병원을 둘러보지만 별다른 기운은 느끼지 못한다.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새벽녘에 병원을 다시 찾은 낙빈과 승덕은 한 소녀를 발견하고 그 뒤에 악령이 붙어 있음을 알아챈다. 그리고 악령의 다음 타깃은 서영. 다행히 천신 일행의 활약으로 그 영의 정체가 무도인이고 수마의 농간이 개입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은 무도인 영은 수마를 제압한 뒤 사라지고 서영은 다시금 삶의 기쁨을 되찾지만……. 제5화 핏빛 꽃이 피다 먹잇감의 무늬가 꽃에 나타나고 피처럼 새빨간 꽃을 피우는 슈퍼 식충식물 ‘인면화’. 그런데 무심코 실험실 밖에 방치되었던 이 식물이 사라지면서 농과대 실험동의 대학원생 셋이 끔찍한 시체로 발견되고 대학 밖에서도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과연 인면화의 짓일까? 식물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사람을 해칠 수 있을까? 그 진상을 밝히기 위해 낙빈 일행이 나섰다. 실험동 부근에서 낙빈은 혼령의 기운을 느끼고 한국전쟁 이후 지어진 방공호를 발견한다. 당시의 기록을 확인한 승덕은 인면화와 원한령이 결합했을 거라고 짐작한 뒤 그 행방을 쫓는다. 죽어서까지 잊지 못한 기억의 흔적, 그리고 깊은 원한에 사무친 인면화는 상념 속에 남아 있는 한 남자를 찾아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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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다려온 그 전설이 돌아왔다!
_오랜 침묵의 시간을 깨고 돌아온 한국 판타지의 명품, 그리고 새로운 시작 『신비소설 무』는 1998년부터 각종 온라인 사이트에 동시 연재되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판타지 소설이다. 그때까지 널리 읽히던 외국 판타지와 달리 한국 고유의 무속 신앙과 전설을 바탕으로 우리의 정서와 당대의 시대상을 담아냄으로써 한국 판타지의 대중화를 이끈 대표적인 작품이다. 『신비소설 무』가 보여준 작품성과 깜짝 놀랄 만한 인기는 온라인상에서만 끝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져 권을 거듭할수록 더 많은 독자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작가의 재충전을 위한 잠깐의 휴식이 길게 이어지면서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남겼다. 『신비소설 무』를 사랑했던 독자들은 시리즈가 멈춘 지 1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이 작품을 잊지 못하고 언제 완간되느냐고 문의하곤 했다.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에 힘입은 작가는 마침내 오랜 침묵을 깨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했을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더 치밀하고 촘촘한 구성에 특유의 감성적 요소를 배가한 『신비소설 무』와 함께. 길어진 휴식기만큼이나 인간과 세상에 대한 작가의 이해가 더욱 깊고 따뜻해졌으며 그런 변화가 이야기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무속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애정까지 남다른 작가는 이 책에 마니아만 즐겨 읽는 판타지소설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인문학적 색채까지 담아내고 있다. 우리의 전통 신앙으로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왔음에도 지금껏 백안시되었던 무속은 작가의 펜 끝에서 제 옷을 찾아 입고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 콘텐츠로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신비한 ‘巫’의 세계, 그 속에서 눈뜨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 『신비소설 무』는 무당의 아들인 낙빈이 주인공이다. 3,000년 만에 백두산 줄기의 정기를 받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태어난 낙빈은 열 살의 나이에 홀로 자신의 거대한 운명을 짊어지고 길을 나선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할 동반자들을 만난다. 비밀스러운 과거를 간직한 채 모두의 아버지이자 스승으로 살아가는 천신, 슬픈 가족사를 뒤로한 채 숲으로 숨어든 승덕, 쌍둥이 남매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치유해주는 정희와 뛰어난 무예를 지닌 정현. 이들은 닥쳐올 말세를 준비하면서 인간의 세상과 신의 세상 경계에서 벌어지는 온갖 불가사의한 사건 속으로 뛰어듦으로써 말세를 부르는 거대한 악에 맞설 준비를 한다. 『신비소설 무』는 성인을 위한 소설임에도 어린 구세주를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작가가 굳이 열 살배기 아이를 구세주로 설정한 것은 인류와 세상의 미래에 대해 어떤 예단도 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우리의 미래인 아이가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인류와 세상의 운명이 결정되리라는 너무나 분명한 사실을 일깨우고 싶어서가 아닐까. 낙빈으로 대표되는 이 세상의 어린아이들이 그 순수하고 해맑은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동안에는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기억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초자연적 세계, 삶과 죽음을 향한 욕망, 세상에 대한 궁극의 물음 등 인간의 본성이 꾸밈없이 드러나는 신비하고도 비밀스런 ‘무(巫)’의 세계가 놀랄 만큼 생생하게 펼쳐진다. 작가의 말 열린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신과 함께하는 세계는 신앙에 따라 그 모습과 양태가 다를 뿐, 그 근본에는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다. 미신이라며 미천한 신앙으로 치부하기에는 무속의 세계가 가엾다. 무속의 세계에서 무당(무녀, 박수무당)이라는 존재는 신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巫’라는 글자 속에 그 의미가 다 들어 있다. 하늘이 되는 ‘一’ 자를 그리고, 땅을 의미하는 ‘一’ 자를 그린다. 그리고 그 땅과 하늘 사이를 연결하는 경계 ‘ㅣ’ 양쪽에 있는 두 사람 ‘人’은 바로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이다. 이 무라는 글자가 의미하듯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에 서서 하늘과 땅의 섭리 안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무당이다. 하늘과 땅, 삶과 죽음 사이에 공존하는 그들은 하늘과 땅,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혜안을 가지게 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그리고 허락하는 한도에서 그들이 들은 비밀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그들의 혜안을 혹자는 인간의 초인적인 능력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혹자는 종교 그대로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나 역시 이런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어린 ‘낙빈’을 통해 독자들에게 들려드리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