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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 손가락의 힘
자전거 012 | 살아 봐 014 | 불똥 016 | 위로 018 | 누나 020 | 이웃들 022 | 공부도 가지가지 024 | 공부 타령 026 | 아빠 마음은 누가 달래 줄까 028 | 모닝콜 030 | 손가락의 힘 032 제2부 | 지하철역에서 귀뚜리 소리를 듣다 지하철역에서 귀뚜리 소리를 듣다 036 | 꽃구경 038 | 손 040 | 시계를 애도합니다 041 | 내 신발에게 042 | 숨구멍 044 | 녹차 045 | 내이야기 들어보소 046 | 만월슈퍼 빗자루 050 | 늙은 방 052 | 겨울 밥상 054 제3부 | 3016년 10월 27일 9시 뉴스 사무실 058 | 복제술 059 | 패턴 060 | 뻥이오 062 | 아저씨 064 | 한 집 건너 이모 066 | 3016년 10월 27일 9시 뉴스 068 | 맴맴맴 070 | 김밥천국 072 | 퇴근 시간 074 | 집 076 | 백수 삼촌을 위한 기도 077 제4부 | 내가 만든 사전 지우개 080 | 고백 081 | 사이 082 | 반전 084 | 내가 만든 사전 085 | 빗방울 088 | 지는 해 089 | 공책 먹는 귀신 090 | 손맛 092 | 네로 093 | 묵념 094 해설 | 김이구 0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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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지만 가벼이 웃어넘길 수 없는
사회의 다양한 단면이 응축된 동시들 시인은 2006년 『동화읽는가족』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회 현실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작정입니다. 아직 서툰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가 진실로 통한다면 시 쓰는 보람도 크리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로부터 10년 뒤 출간된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에는 시인이 그간 관심을 기울여 온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응축되어 있다. 아이다운 어법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들을 그렸지만, 그 안에는 어른이 들어도 심상찮게 느껴질 만한 의미들이 숨어 있다. 구들장 귀신이 붙었다고 잔소리하면서도 밤마다 기도하는 할머니 “저놈 아가 내 자식이라가 아이라 심성이 곱고 법 없이도 살 놈입니더 어디든 가기만 하믄 해 안 끼치고 단디 할 낍니더 그라니까네 잘 좀 봐주이소.” 저렇게 기도를 하는데도 삼촌이 아직 구들장 지고 있는 거 보면 하나님이 할머니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 거다. _「백수 삼촌을 위한 기도」 전문 삼촌이 취직을 못 하는 건 할머니의 사투리 기도를 하느님이 못 알아듣기 때문이라는 「백수 삼촌을 위한 기도」, 아침에 이불 개라는 말을 직사각형, 정사각형, 마름모 등 갖가지 도형을 동원해 하고 있는 「공부도 가지가지」, “저를 믿어 주세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외치는 정치인들의 공언을 여름날 매미 소리에 비유하는 「맴맴맴」 등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쉽게 웃어넘길 수 없는 시들이다. 곰곰이 시를 곱씹어 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교육현실, 선거철마다 들려오는 정치인의 헛된 공언 등의 씁쓸한 단면들이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의 간절한 목소리를 담은 「내 신발에게」, 낡고 고장 난 사물들이 모인 창고 방 냄새에 할머니를 떠올리는 「늙은 방」, 도시의 소음 속에서 가냘프게 울고 있는 귀뚜라미를 그린 「지하철역에서 귀뚜리 소리를 듣다」 등은 도시인의 삶에서 쉽게 외면당해 온 존재들을 기리고 기억하며 타인의 존재가 우리와 결코 동떨어질 수 없음을 상기시킨다. 지금 이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내 이야기처럼 내 마음을 알아주는 동시들 시인의 시 속에서는 도시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린다. 도시에 사는 시인이 길을 건너다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안녕, 어디 가니?” 말을 붙이며 나눈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받아 적은, 그들의 구체적 경험과 삶이 깃든 시들이기 때문이다. 밤늦도록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얼굴 볼 새 없는 형을 그리워하는 아이(「자전거」), 백 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는데 “너 말고 누가 또 백 점 맞았어?” 하는 엄마의 물음에 풀죽은 아이(「반전」), 끝없이 아파트 상가를 보며 수학 시간에 배운 ‘패턴’을 떠올리는 아이(「패턴」) 등 이 동시집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처럼 친숙하게 다가온다. 시인은 지금의 아이들 삶에 밀착한 풍경을 그려 도시 아이들이 처한 현재를 짚는다. “택배 아저씨라고 해도 절대 문 열어 주지 마.”라는 불안과 불신이 만연한 사회(「아저씨」), 층간 소음으로 이웃의 존재를 인식하는 소통 부족의 사회(「이웃들」) 등이 그것이다. 시인은 친구, 가족, 이웃 들 대신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현관 번호 키, 엘리베이터 속 목소리와 더 자주 관계 맺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에 자리한 내밀한 고민과 열망을 대신 이야기해 준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물웅덩이를 만든 빗물처럼 친구들과 한데 어울려 여기저기 자유롭게 쏘다니고 싶고(「빗방울」), “문이 열렸습니다.” 하고 말하는 현관 번호 키 대신 반갑게 자신을 맞아 줄 가족을 기다린다고(「고백」) 말이다. 웃음에 이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를 읽으며 아이들은 시원한 해방감과 뜨끈한 위로를 맛보게 될 것이다. 도시의 일상에 서정적 온기를 더하는 화가 이고은의 그림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의 그림은 세련된 화풍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화가 이고은이 맡았다. 회색조인 화면 곳곳에 따스한 노란색, 주황색을 배치한 그의 그림은 시 속 도시 정경에 조명을 켜듯 서정적 온기를 더한다. 사물 하나하나에 담은 세심한 감정들, 기대하지 못한 곳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그림의 유머가 시의 목소리에 힘을 보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