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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i Yuu,ゆう みり,柳 美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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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아름답게 보이게 한다는 목적뿐만 아니라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사람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비일상적인 세계로 비상할 수 없다. 변신하지 않으면 다른 세계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화장은 변신의 무대에 서기 위한, 자연과 일상을 초월하기 위한 의식, 또는 여권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화장은 결혼식이나 파티 같은 비일상적인 일이 있을 때에 한해서 행해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화장은 너무도 일상적인 것으로 변질되어버렸다.
--- p.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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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아키바는 살아 있는 의미가 끔찍한 속도로 상실되고 있는 듯한 감정에 견딜 수가 없었다. 지난 2,3년 내내, 푸릇푸릇 무성하던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져 이제 몇 잎밖에 남지 않는 늦가을 나무 같은 쓸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게 마지막 남은 한 잎이 어쩌면 리사일지도 모른다.
벤치에 앉은 아키바는 편백초를 쳐다보는 리사의 조용히 숨 쉬는 육체보다 가치 있는 것이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한숨을 쉬었다. 지금 와서 '시네레르'의 모델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지만, 유명해지기 전에 그만두게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리사를 현실의 굴레에서 구해내고자 하는 정열이 아니다. 둘도 없는 존재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역시 리사에게도 모든 것을 버리게 하고, 둘이서만 어디 남모르는 곳에서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 정열에 몸을 맡기기에는 자신이나 리사나 너무도 고독하다. 자신이 리사에게 이끌리는 까닭은 그녀의 깊숙한 곳에서 소리 없이 타오르는, 그러나 비취처럼 반투명하고 절대로 활활 불붙지 않을 연정 때문이다. 그녀가 제일 아름답게 보이는 곳은 한여름의 해변도 아니고 해바라기 밭고 아니다. 달빛 몽롱한 밤 툇마루에 넋을 잃고 멍하지 앉아 있을 때의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리사에게 미칠 듯한 정열을 쏟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과거에는 정열을 연료로 하여 불타오르는 비극이 연애였지만, 현대에는 어떤 연애도 희극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 p.136~1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