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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Costin Wa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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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독일문학이 발견한 젊은 재능, 얀 코스틴 바그너
2001년, 29살의 젊은 저널리스트가 추리소설 한 편을 발표했다. 그러자 독일 언론뿐 아니라 문단에 커다란 파장이 일었다. 언론은 파멸의 길로 치달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주인공을 21세기형 캐릭터로 부활시켰다고 놀라워했다. 문단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치밀한 구성과 외과 메스로 해부하는 듯한 섬뜩한 심리묘사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독자들은 첫 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긴장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대중소설로만 인식되어온 추리소설이 언론과 문단 그리고 독자에게 모두 찬사를 받는다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 책이 바로 얀 코스틴 바그너의 『야간 여행』이다. 『야간 여행』은 ‘올해의 최고 추리소설’로 선정되어 레이먼드 챈들러 재단에서 수여하는 ‘말로’ 상을 수상했고, 얀 코스틴 바그너는 “현대 독일 문학이 발견한 젊은 작가 중에서 가장 놀라운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살인자가 살인자를 분석하다 얀 코스틴 바그너의 『야간 여행』은 ‘나’, ‘마크 크라머’의 살인 이야기다. 그는 단편 소설과 자서전을 쓴 작가지망생이다. 지난 2년간 소설을 썼고 그 소설을 출판사 사장이자 자신의 먼 친척인 야콥 뢰더에게 보낸다. 하지만 뢰더는 그 소설이 형편없다고 하면서 차라리 은퇴한 영화배우의 자서전이나 쓰라고 말한다. 크라머는 그를 죽이고 영화배우 프라이킨을 찾아 프랑스로 온다. 그러나 그는 프라이킨의 자서전을 쓰는 일에 관심이 없다. 프라이킨의 젊은 아내인 사라를 유혹하는 데만 신경을 쓸 뿐이다. 크라머는 사라를 차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과거 명성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 늙어빠진 프라이킨을 자살로 위장해서 죽일 계획을 짠다. 크라머는 살인을 계획하면서, 뢰더의 죽음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심리를 분석한다. 왜 살인을 저질렀는가? 자신은 정당한가? 죄의식을 느끼는가? 죽은 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크라머가 외과 메스로 자신의 심리를 정교하게 도려내는 과정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를 떠올리게 한다. 라스콜리니코프가 도덕적 신념에 따라 고리대금업을 하는 노파를 죽이고 골방에 처박혀 갈등하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신념과 죄의식 사이에서 고뇌하다가 결국 자수한다. 21세기, 라스콜리니코프의 후예 마크 크라머도 고뇌하고 눈물을 흘린다. 하지만 잠시 뿐이다. 크라머는 자신이 저지른 살인은 ‘정당방위’이며, 피해자를 ‘이 세상에서 해방시켜주었’고 그래서 죄책감은 ‘느끼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창조할 수 없다면 파괴하라 그렇다면 왜 독자들은 이 뻔뻔스러운 살인자, 차가운 냉소주의자의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할까? 그건 크라머가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야콥 뢰더는 크라머의 꿈을 대수롭지 않게 밟아버렸다. 프라이킨은 지난 시절의 화려한 자기 삶을 자서전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기 과거를 떠들어댄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이미 다 이루었다’이다. 그들은 부와 명성을 다 가진 사람들이다. 크라머가 2년 동안 쓴 소설 내용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서 가족을 살해한 어느 가장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크라머는 ‘아무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의 재능마저도 그의 후원자인 야콥 뢰더에게 ‘별로’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크라머는 그들은 ‘암흑’ 속으로 보내버렸다. 창조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자신이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스로 파멸의 길을 가다보면 언젠가 자신도 그 암흑 속으로, 창조된 모든 것이 무無로 돌아가는 세계로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신이라는 존재도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자기모멸감에서 시작된 살인, 부와 명성을 지닌 ‘늙은이’들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무기력한 젊음. 그러면서 그가 세상을 보는 기준은 그 늙은이들이 이루어놓은 것과 다르지 않다. 사라는 ‘멍청하지만 아름답기 때문’에 갖고 싶어 하고, 자신을 폼 나게 하는 양복이 더렵혀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리고 밤새 윙윙 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와의 사투에서 그는 지고 만다. 이 부분은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의 한 장면만큼이나 전율이 일게 한다. 「사이코」의 살인자가 자기 손등에 앉은 파리를 죽이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선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야간 여행』의 살인자 마크 크라머는 자기가 파괴를 조종하는 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모기를 죽이려고 기를 쓴다. 종이가 날리고 유리파편이 튄다. 하지만 모기는 살아서 끊임없이 윙윙거린다. 결국 크라머는 침대에 벌렁 누워서 모기가 자신을 물게 내버려둔다. 결국 그 자신이 모기 한 마리도 어쩌지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더욱 아이러니한 사실은 그의 사악함을 다른 사람들이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그 주변사람들 누구도 그가 살인자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를 의지하고 그의 가식적인 눈물을 동정한다. 심지어 야콥 뢰더는 그에게 유산을 남겼고, 프라이킨은 죽는 순간까지 그를 향해 웃었고, 사라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와 잠자리까지 한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존재, 파괴하는 자로서의 존재는 철저히 부정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크라머는 끊임없이 발작 같은 웃음을 터뜨린다. 가슴 깊은 곳에서 치오르는 그 웃음은 어떤 존재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어둠의 길을 선택했으면서도 자꾸만 빛의 길로 고개를 돌리는 자기 자신을 향한 조롱이다. * 치밀하다. 새어나가는 것이 없다. 한순간도 안심할 수 없다. 독자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 ‘말로’상 심사평 * 『야간 여행』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노름꾼」처럼 파멸의 길로 치닫는 한 인간의 내면을 그렸다. 얀 코스틴 바그너는 현대 독일 문학이 발견한 젊은 작가 중에서 가장 놀라운 작가다. - 차이트 * 우리는 이 냉혹한 살인 이야기에서 차마 눈을 뗄 수가 없다. 아니, 음험하고 치밀한 살인자와 기꺼이 공범이 되고 만다. - 슈테른 * 얀 코스틴 바그너는 빛과 그림자, 뜨거운 흥분과 차가운 치밀함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렸다. 무기력한 인간에게 ‘실존’은 치명적이다. - 디 벨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