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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억의 시작
2. 기적을 바라며 3. 승리자 4. 밖으로 5. 통계 6. 크리스마스 과자 사건 7. 내 어머니의 기원 8. 내가 아플 때 어머니는 9. 어머니가 처음 병에 걸렸을 때 10. 내 어머니 크리스티아네 11.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 12. 가족이야기 13. 아무것도 모르는 척 14. 친척들 15. 좋은 결과 16. 동베를린 유대인 공동체 17. 우디 앨런의 영화 18. 변혁 19. 바닷가 여행 20. 자유주의 유대인으로 21. 달라진 것 22. 혼자 찾아가는 유대인의 길 23. 나는 언제 어른이 되었나 24. 죽음이라는 기정사실 25. 종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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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죽음도 내게 이런 슬픔이 존재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것은 커다란 공허감이다. 사방이 온통 막힌, 깊고 검은 공허감. 그 바닥 없는 깊은 허공으로의 추락을 피하는 데만 나는 몸과 마음의 온 힘을 죽기 직전까지 짜내야 했다. 그러면서 나는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임을. 어머니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신을 놓지는 않았으며,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나는 그래야 하므로. 삶이 언제까지나 예전과 똑같을 수만은 없는 일이니까. 내 인생에는 이제 어머니는 함께하지 않는다. 그 점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새로운 공포 하나가 더 추가된다. 내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난 이제 알게 되었으니까. 정말로 확실히 알게 되었으니까. 그들도 언젠가는 이렇게 훌쩍 떠나버릴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내가 제일 먼저 그들을 떠날 수 있기를 희망하게 되었다. 과연 내가 또다시 이 무서운 고통을 견디어낼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적어도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더 나와 함께 머물며 나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고, 다른 누구에게도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말한다 해도 그들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리라.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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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답고 영리한 소설
그날 우리에게 전화를 해서 저녁때 집에 좀 들르라고 했을 때, 어머니는 쉰네 살이었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그날은 내게 그지없이 평범하기만 한 4월의 어느 하루일 뿐이었다.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이 문장은 사실상 이야기의 거의 마지막 부분이 된다. 이후 책은 어린시절 어머니와 관련된 작가의 소소한 추억들, 유대인 사생아로 태어난 어머니와 관련된 가족사,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 둔 작가의 마음의 고통과 영원한 이별에 대한 상념으로 이어진다. 야콥 하인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는 이 책은 한 인물의 전기나 가족스토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흔한 투병기는 더더욱 아닌, 결정적으로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자들의 쓸쓸하고 애타는 마음을 그린 죽음에 관한 이야기. 작가가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일을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그러나 한편으로 많이 절제하면서 문학적으로 써내려간 이 글은 인간의 보편적인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는 영리한 소설이다. 마음에서 분노가 차오르는 동시에, 한편으로 위안을 받게 하는 책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작별하는 무서운 공허감과 고통을 그린, 슬프고 두렵지만 그러나 어쩌면 아름다울지도 모르는 그 이야기는 이렇게 축약되어 정리된다. "우리 생각처럼 그렇게 끔찍하지만은 않을지도 몰라요. 아니, 그건 어쩌면 아름다울지도 몰라요. 아직까지 죽음에서 되돌아온 사람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의사, 언어의 달인 그리고 대작가의 아들 야콥 하인은 매우 매력 넘치는 인물이다. 일단 그는 영어와 러시아어, 스웨덴어와 덴마크어 그리고 노르웨이어와 약간의 프랑스어를 할 줄 안다고 소개되어 있다. 어떤 여교수는 그를 가리켜 '지구상 아무 곳에나 낙하산으로 떨어뜨려놓아도 일주일 이내에 그 지역의 언어를 말할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그만큼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가 작가로서의 출발을 고독하게 방에 틀어박혀 홀로 하는 작업으로가 아니라 일요일 저녁 카페의 낭독무대에서 청중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야콥 하인 자신은 그의 책 어디에서도 (비록 그 내용이 가족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인 크리스토프 하인의 이름을 언급하거나 아버지가 작가라는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그를 말할 때 아버지 크리스토프 하인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야콥 하인의 유머러스한 불평을 잠시 들어보자. "내가 아버지와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여기 크리스토프 하인의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을 사면 그의 아들인 야콥 하인의 책은 사은품으로 그냥 드립니다. 아버지 크리스토프 하인의 책은 서재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놓으시면 되고, 아들 야콥 하인의 책은 화장실 변기 곁에 두면 틈틈이 읽기에 딱 좋을 겁니다." 소아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의사라는 직업과 작가라는 일을 철저하게 분리해서 운영하기를 원한다. 의사로서 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걸 피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책에 관해서 얘기하지 않으며, 일단 일을 마치고 병원 밖으로 나오면 "의사치고는 그런대로 잘 쓰는군."하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작가로서만 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