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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끝 / 황동규
월식 / 강연호 가시 / 남진우 파안 / 고재종 아, 오월 / 김영무 그 굽은 곡선 / 정현종 사냥꾼 / 이희중 개미 / 문태준 바람 부는 날이면 / 황인숙 오리 / 오선홍 트렁크 / 김언희 도반 / 이성선 진흙탕에 찍힌 바퀴자국 / 이윤학 밀물 / 정끝별 학살 1/ 김남주 파란 대문에 관한 기억 / 최문자 못자리에 들어가는 못물처럼 / 장석남 봄날 오후 / 김선우 절편 / 유홍준 백석 시집에 관한 추억 / 서정춘 불혹(不惑), 혹은 附綠) / 강윤후 물 끓이기 / 정 양 빗방울, 빗방울 / 나희덕 밥그릇 / 정호승 감꽃 / 김준태 구멍 1 / 유용주 돌 하나, 꽃 한 송이 / 신경림 떼 / 김중식 부검뿐인 생 / 이정록 환한 걸레 / 김혜순 고모 / 박철 들찔레와 향기 / 오규원 잎차례 / 도종환 키 큰 남자를 보면 / 문정희 장편 2 / 김종삼 여름 / 고형렬 저 포크레인 / 이대흠 뻐꾸기는 울어야 한다 / 이문재 세상의 길가 / 김용택 순간의 꽃 / 고은 나의 싸움 / 신현림 도롱이 / 나종영 밥숟갈을 닮았다 / 최승호 소리 / 강병철 아버님의 일기장 / 이동순 적막한 바닷가 / 송수권 종/ 정일근 희뺨검둥오리 / 송재학 열흘 붉은 꽃 없다 / 이산하 비누 / 정진규 그애의 백제 미륵반가사유 / 김진경 넓고 넓은 바닷가에 / 이홍섭 곡 / 박용래 |
安度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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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큰 남자를 보면
가만히 팔 걸고 싶다 어린 날 오빠 팔에 매달리듯 그렇게 매달리고 싶다 나팔꽃이 되어도 좋을까 아니, 바람에 나부끼는 은사시나무에 올라가서 그의 눈썹을 만져보고 싶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그의 눈썹에 한 개의 잎으로 매달려 푸른 하늘을 조금씩 갉아먹고 싶다 누에처럼 긴 잠 들고 싶다 키 큰 남자를 보면 키 큰 남자들은 좋겠다! 나처럼 키가 작은 남자들이 이 시를 읽으면 분통이 터 질지도 모를 일이다. 취약한 데를 건드리니 말이다. 하지만 너무 흥분하지는 말자. 키가 작아도 이 시를 읽으면 괜히 즐거워지지 않는가. 그것은 낭만적 감성이 이 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낭만은 사람을 젊게 하고, 시든 꽃도 활짝 피어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름다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눈썹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그 순정한 꿈이 낭만의 구체적 표현이다. 남자들, 거울 앞으로 가서 눈썹 좀 살펴보자. -- pp.84~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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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네들만 모여앉은 오후 세 시의 탑골공원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여--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 · 그 · 러 · 바 · 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 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 싶다 -- p.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