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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옥루
조중환 번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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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번안 소설

책소개

목차

기획의 말_‘한국의 번안 소설’을 펴내며
일러두기

쌍옥루 상편
쌍옥루 중편
쌍옥루 하편

낱말 풀이
번역 회고: 《장한몽》과 《쌍옥루》
일재 조중환 연보_박진영
해설_새로운 시대정신의 탄생과 번안 소설_박진영

저자 소개

편저 : 박진영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연세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번안 소설의 역사와 근대 소설의 언어에 대해 탐구하는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며, 특히 <매일신보>를 중심으로 하는 1910년대의 시대정신에 대한 적극적인 재조명에 초점을 두고 있다. 빼어난 대중 소설들을 찾아 복원하는 일에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으며, 앞으로는 근대 초창기 이래의 대중 문예사 구성과 독자층 형성 문제 등으로 연구 영역을 넓혀 갈 계획이다. 주요 논문으로 〈일재 조중환과 번안 소설의 시대〉, 〈1910년대 번안 소설과 ‘정탐 소설’의 매혹〉, 〈소설 번안의 다중성과 역사성〉, 〈번역·번안의 모험과 ‘어문일치’라는 효과〉 등이 있고, 조중환의 번역 소설 《불여귀》를 펴냈다.
편저 : 조중환
18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본어 학교였던 경성 학당을 졸업한 뒤 일본에 유학하여 니혼 대학을 마쳤다. 1910년대의 유일한 한국어 중앙 일간지였던 《매일신보》 기자로 근무하면서 십여 편의 번안 및 창작 소설을 발표했다. 일본 가정 소설의 대표작 《불여귀》를 번역하였으며, 《쌍옥루》와 《장한몽》 등을 잇달아 번안하여 연재하면서 큰 인기를 누렸다. 최초의 전문 번안 작가였던 조중환에 의해 명실상부한 번안 소설의 시대가 열렸다. 또 번안 희곡 〈희극 병자삼인〉을 연재하는 한편 극단 ‘문수성’을 창립하여 초창기 신파극 배우 겸 전문 각색자로 활약했으며, ‘계림 영화 협회’를 창립한 영화 제작자이기도 했다. 1947년 서울에서 숙환으로 사망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4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512쪽 | 618g | 153*224*35mm
ISBN13
9788992214155

출판사 리뷰

“근대 청춘남녀들이 ‘처음’ 맛본 달콤한 ‘연애’와 위험한 ‘스캔들’ ”

“1910년대 근대 조선의 ‘모던 껄, 모던뽀이’를 키운 건 8할이 ‘연애’였다!”

“그동안 잊히고 외면당했던 번안 소설을 통해 만나는 근대의 연애와 결혼”


1. “최초의 전문 번안 작가 조중환이 이끈 번안 소설의 시대는 곧 근대 소설의 시대”
조중환의 번안 소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이인직, 이해조의 신소설이 멈춰 선 자리에서 출발했다. 신소설은 소설의 분량과 규격이 고정되면서 상상력의 확장을 감당할 만한 융통성과 대응력을 상실했다. 그러다 보니 신소설은 복잡하고 유기적인 힘과 매력을 잃은 채 마치 줄거리를 요약해 전달하듯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조중환의 번안 소설은 장편 소설에 걸맞은 입체적인 구성과 밀도 높은 심리 묘사, 다양한 표현 기교 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요컨대 조중환을 필두로 하는 전문 번안 작가들이 이끌어 간 ‘순 한글의 한국어 문장’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번안 소설의 시대는 사실상 ‘근대 소설의 시대’를 의미한다. 번안 소설을 통해 서구적인 장편 양식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근대적인 독서 훈련을 거치지 않았다면, ‘작가’로서도 ‘독자’로서도 이광수의《무정》에 이르는 길은 한결 험난했을 것이다.


2.“1910년대 조선의 청춘남녀들, 시대의 열병인 ‘연애’와 사랑에 달뜨다!”
아름다운 곳이자 이별과 슬픔의 장소로도 널리 알려진 대동강 변의 부벽루 아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꽉 찬 달빛을 안고 있다. 여자는 쓰러져 울며 매달리지만 남자는 매몰차게 뿌리치고 발길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발길질을 당하는 여자는 바로 김중배의 금강석 반지를 쫓아간 심순애고, 남자는 애인의 변심을 경멸하고 저주해 마지않는 이수일이다.

한국인의 기억 속에 유전된 드문 명장면 가운데 하나인 《장한몽》의 위 장면은, “놔라,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렇게 좋더냐? 놔라, 바지 찢어진다!”라고 대사를 치는 ‘웃으면 복이와요’식의 1970년대 코디미물에서, 전지현이 “여자에겐 김중배의 다이아몬드 반지도 사랑이야”라고 하자 지진희가 “가난하지만 이수일의 따뜻한 가슴이 진짜 사랑이야”라고 응수하는 2003년 모 음료수 광고 CF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패러디되었다.

‘연애’라는 말을 소설 독자에게 처음 선보인《쌍옥루》는 경성의 이름 있는 여학교 모범생이자 우등생인 방년 17세의 이경자와, 젊은 의학도로서 방탕한 준재이고 스타일리스트인 서병삼의 위험한 ‘스캔들’ 이야기로 시작한다(둘은 ‘학생’ 신분으로 지난여름 개성에서 짧고도 긴 방학을 보냈다!).

소설이 시작되자마자 이경자는 ‘순결’을 잃고, 급기야 ‘낙태’하느니 마느니 하며 섬뜩한 말이 난무한다. 게다가 본처라는 위인이 위세 당당하게 나타나기까지 한다. 장래가 촉망되는 여학생이 순식간에 요첩이나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 판이다.

사랑과 이별이라는 ‘오랜’ 주제, 사랑의 트라이앵글 혹은 삼각관계라는 ‘낯익은’ 구도, 육체적 순결이나 정조에 관한 ‘낡은’ 관념, 사랑이냐 황금이냐는 ‘빤한’ 물음들! 지금이야 ‘오래되고 낯익고 낡고 빤한’ 것들이지만, 1910년의 청춘남녀들에게는 ‘연애’라는 신문물이 던지는 최초의, 그래서 낯선 물음들이었을 것이다(사실 따져보면 지금 우리 시대의 소설이, 드라마가, 영화 또한 이 ‘낡고 빤한’ 데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이처럼 《장한몽》과 《쌍옥루》는 근대 초창기 한국인의 연애와 사랑을 본격적인 화두로 꺼내 들면서, 연애와 사랑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일상생활의 영역이 근대 한국인에게 중요한 문제로 틈입하는 장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러니 두 소설은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장안의 화제가 될 법했고 경성의 종이값을 톡톡히 올려놓을 만했다.


3. ‘백마 탄 왕자’를 쫓아간 심순애, ‘애 밴 처녀’인 이경자에 대한
그릇된 오해 혹은 정당한 변명, 그리고 시대를 앞선 그 여성들의 반란!
《장한몽》의 심순애는 사랑하는 사람인 이수일이 가까이에 있고, 그 남자가 밤길에 외투 자락을 헤치며 몸을 맡겨 와도 조금도 스스럽지 않건만, 그게 전부가 아님을 일찍부터 깨닫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자기 자신의 타고난 능력(미모!)을 믿고 있으며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내밀한 ‘욕망’의 정체도 확연히 파악하고 있다.

‘가난한 연인과의 신성한 연애’와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비루한 희망’이 공존하고 있는 심순애의 내면이란 그래서 세속적이지만 근대적인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를 두고 천박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바야흐로 ‘연애의 시대’였지만 ‘한집안에서 남매같이 십여 년을 자라난’ 인연을 곧바로 ‘연애결혼’ 또는 ‘부부’와 혼동한 건 이수일이고, 이수일의 그러한 혼동은 자칫하면 ‘연애’와 ‘사랑’의 근대적인 열정조차 구시대의 낡은 이념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순애가 구세대의 봉건적 덕목까지 의무로 받아들여야만 할 이유는 마땅히 없지 않은가 말이다!

《쌍옥루》의 이경자는 ‘연애’를 해서, 혼전에 순결을 잃고 본처가 있는 남자의 아이를 밴 ‘근대 남녀상열지사’, 시쳇말로 하면 ‘스캔들’의 주인공 격이다. 그것도 ‘학생’ 신분에.

연애나 사랑이라는 말만큼 청춘 남녀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것도 없을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곧 즐거움’이 되는 ‘연애’. 부모가 정해준 인연이 아니라 생판 낯모르는 젊은 남녀 스스로가 만나 애정을 싹 틔우고 마음을 바쳐 빠져 드는 ‘자유연애’. 이경자에게 ‘죄’가 있다면 ‘연애’한 죄밖에 없다! 이경자는 의리니 인정이니 하는 덕목들과는 전혀 다른 기반 위에서 성립하는 근대적인 감성의 표상을 지닌 인물인 것이다.

심순애와 이경자는 자신의 욕망을 좇아 새로운 삶과 운명을 개척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실패한 연애’에 대한 갈등이나 번민, 심리적 고통을 이겨내고, 속죄와 단련의 시간을 상징하는 ‘광기’라는 신성한 제의를 거쳐 다시 태어난 심순애와 이경자야말로 스스로를 구원해 낼 힘을 지닌 궁극적인 ‘영웅’이 된다. 이수일과 정욱조 두 남성을 새 삶으로 이끄는 것, 그래서 전날 ‘연애’의 인연을 다시 잇는 것도 바로 그녀들이다.

근대 초창기의 신소설 역시 여성의 문제를 주시해 왔다. 여성의 자리 혹은 그 자리를 둘러싼 갖가지 파문은 새로운 시대정신과 낡은 가족 제도가 불화를 겪는 예민한 접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도 《장한몽》과 《쌍옥루》만큼, 심순애와 이경자만큼 여성 스스로 발견한 욕망과 그 궤도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지는 못했다.

여성의 내면에 주어진 근대적 자각과 열망의 구현, 그리고 가정이라는 사회 단위에서 벌어진 여성 주체로서 심순애와 이경자의 투쟁. 남성들에 앞서, 남성들보다 더 주체적으로 낡은 시대의 과감한 청산을 시도하는 그녀들의 ‘반란’은 가부장제적 가족 관계를 통해 존속해 온 봉건적 이데올로기의 궁극적인 철폐를 상징한다. 이는 곧 ‘남녀 간 애정과 사랑에 기초한 부부애’가 탄생하는 장면이며, 기성세대가 개입할 수 없는 자신들만의 영역, 곧 평등한 ‘가정’이라는 새로운 관념이 창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4. 《장한몽》과 《쌍옥루》, 낯설고 신기한 것이 가득했던 근대 한국의 만화경!
《장한몽》과 《쌍옥루》은 근대 한국 사회의 흥미로운 풍경들을 망라하고 있다. 오갈 데 없는 천애 고아부터 은행 부호까지, 서양인 고리대금업자의 애첩부터 교회 전도사까지, 대보름 윷놀이 판이 벌어지는 서울 부촌 골목의 기와집에서 애급 궐련을 피우며 맥주와 카레라이스를 먹는 요릿집까지. ‘신혼 여행’이라는 외국 풍속에서 ‘광기, 멜랑콜리아, 정신병, 신경과민, 히스테리, 우울증’ 등의 근대 의학 용어까지. 번안 소설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삶을 에워 싼 온갖 군상들이 펼쳐 보이는 세태는 말 그대로 근대 한국의 만화경이다.

어느 누구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길을 잃을지 몰라 안간힘을 쓰며 아등바등하는 1910년대의 천태만상. 그 모습은 개인적 ‘욕망’들로 뒤얽힌 한바탕 아수라장에 가깝다. 그곳에서는 남녀노소가, 반상적서가, 빈부귀천이 다를 리 없으니 저마다 어떻게든 세파에 몸을 싣지 않고서는 영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없는 마당이다. 화려하면서도 냉정하기 짝이 없는 지금 우리 시대의 평범한 일상은 그렇게 출발했다. 《장한몽》, 《쌍옥루》 장면들 하나하나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으니 말이다.


5. 다양한 근대 대중 문예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장한몽》과 《쌍옥루》
아마 한국 전쟁 전후에 태어난 세대만 하더라도 “대동강 변 부벽루 산보하는 이수일과 심순애의 양인이로다”로 시작하는 은방울 자매의 노래를 흥얼거릴 수 있을 것이다. 또 신성일과 윤정희가 주연을 맡은 영화 《장한몽》의 몇몇 장면을 빛바랜 사진처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영화는 지난해에 타계한 신상옥 감독의 작품으로 1969년에 명보 극장에서 개봉했다). 그뿐이 아니다. 1978년 극단 가교(架橋)의 정기 공연 《이수일과 심순애》 역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물론 소설로서도 《장한몽》은 꽤 오랫동안 매력적인 대중 문예 양식 가운데 하나였다. 이른바 딱지본으로 유통된 《장한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니, 해방 이후에도 대중에게 변함없이 사랑 받았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쌍옥루》 역시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인기를 누렸다.

이처럼 《장한몽》과 《쌍옥루》는 근대 한국의 갖가지 대중 문예 양식의 원천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서도 두 소설은 그대로 되풀이되며 답습된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매체와 다양한 갈래를 모색하면서 갱신되어 왔다. 요컨대 《장한몽》과 《쌍옥루》는 한국인의 대중적인 정서와 감수성을 자극했던 뚜렷한 문화 현상이다.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색깔로 등장하곤 했으며, 짐작컨대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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