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추천의 글- 김영민(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기획의 말- ‘한국의 번안 소설’을 펴내며 일러두기 정부원 상권 1~80회 낱말 풀이 《정부원》 연재 예고 《정부원》에 대하여- 이상협 《정부원》을 읽고- 연재소설 애독자 한국의 번안 소설과 구로이와 루이코(黑巖淚香) |
|
“가정 소설의 번안 시대를 마감하고
‘재미’에 초점을 맞춘 ‘색다르고 낯선’, 서양 대중 소설의 번안” “개성적인 등장인물과 조밀하게 엮은 플롯, 추리 소설의 기교와 수법, 여주인공을 둘러싼 남성 악인 조연들이 펼치는 ‘범죄의 재구성’! 유럽을 무대로 한 서양 소설이라는 감각을 처음으로 제시한 《정부원》은 가정 소설의 의장(擬裝)을 차리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유별난 구성과 자질을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지금 우리 시대에 일컫는 바와는 조금 다르지만 ‘추리 소설’에 가까운 편이다. 당시에는 보통 ‘정탐 소설(偵探小說)’이라고 불렸거니와 ‘가정 소설’과 ‘추리 소설’의 중간쯤에서 양쪽의 성격을 두루 띠었으니 《정부원》과 잘 들어맞는 명명법이기도 할 터이다 여주인공의 인생 유전(流轉) 이야기임에 틀림없는 《정부원》은 정작 그녀를 둘러싼 스캔들에는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다. 《정부원》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긴박감이 감도는 대목을 꼽자면, 정혜를 부정의 여인으로 몰아넣는 비열하면서도 날랜 사내들, 그리고 그들을 의심하며 쫓는 사내(탐정)들이 벌이는 불분승부(不分勝負)의 세계라 할 수 있다. 《정부원》은 여주인공 ‘정렬한 부인’ 정혜를 주인공으로 하는 가정 소설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사실은 영국의 런던 시내와 장원(莊園), 도버 해협을 건너 프랑스 파리의 중심가에서 스위스의 산장으로, 네덜란드의 항구와 이탈리아의 피렌체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펼쳐지는 뭇사내들의 한판 승부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음해와 중상과 협잡, 독살, 유괴와 납치와 감금, 공갈과 협박 따위가 한 상 푸짐하게 차려지는데, 이러한 박진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속도감은 여주인공이 아닌 그 주변부 남성들의 머리와 손에서 나온다. 이처럼 《정부원》은 하나같이 개성적이고 인상적인 남성 조연들이 이야기의 씨줄과 날줄을 촘촘히 지어낸다. 《정부원》이 이색적인 소재와 선정적인 주제라는 한계에 빠지지 않고 당대 독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소설의 플롯의 성격과 세심한 구성력에서 비롯한다. 소설의 흥미는 플롯과 구성력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어야 독자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상협의 생각은 이른바 ‘통속성의’ 질과 가치에 대한 재발견이라 할 만하다. 당시의 독자가 <매일신보>에 투고한 ‘리뷰’들을 보면, 소설의 재미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쉬 알 수 있다. 요컨대 이미 가정 소설의 시대가 아니었다. 이제 〈매일신보〉의 독자는, 그리고 시대는 새로운 유형의 소설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가정 소설보다 더 재미있으면서도 가정 소설과는 다른 어떤 것이 필요했다. 이상협의 《정부원》은 그 가장 알맞은 때에, 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자리에서, 최적의 형태로 이에 부응했다. 《정부원》은 개성적인 등장인물과 조밀하게 엮은 플롯, 그리고 추리 소설의 기교와 수법까지 성공리에 엮어냄으로써 획기적인 소설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