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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클라우디우스
클라우디우스, 신이 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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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티베리우스는 어머니 리비아의 도움으로 황제가 되었지만 이제 그녀의 꼭두각시 노릇에 지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리비아의 주도면밀함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티베리우스는 점차 정신적으로 비뚤어지더니 말년을 카프리 섬에서 온갖 음탕한 생활로 보내면서 공포정치를 실시했다. 리비아는 여든여섯에 눈을 감았지만(29년) 결국 그녀의 계산대로 클라우디우스의 조카이자 게르마니쿠스의 아들 칼리굴라(37-41년 재위)가 다음 황제가 된다. 칼리굴라는 즉위 후에 7개월 동안 병을 앓고 나더니 정신이상자가 되어 자신의 애마를 원로원 의원으로 임명하는 등 로마사에 온갖 기행과 반역죄 재판으로 유명한 미친 폭군으로 남게 된다.
황제 후보들이 티베리우스의 음모로 하나둘씩 사라질 때도 조용히 살아남은 클라우디우스는, 칼리굴라의 궁전에서 더욱 어릿광대 노릇을 하면서 납작 엎드려야만 했다. 클라우디우스가 이렇게 현명하게 대처하면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데는 함께 살고 있던 지혜로운 창녀 칼푸르니아의 덕이 크다. 그녀는 클라우디우스와 진정한 우정을 나누고 있었다. 칼리굴라는 결국 공화주의자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이 소식에 황실의 핏줄이었던 클라우디우스는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는데, 황제를 잃고 분노하던 근위대가 그런 클라우디우스를 찾아내어 황제로 옹립했다. "내가 긴 이야기를 끝낸 지도 벌써 2년이나 흘렀다. 그 이야기는 나, 티베리우스 클라우디우스 드루수스 네로 게르마니쿠스가 절름발이에 말더듬이인 데다가 황실에서 내로라하는 바보였던 까닭에 나의 미친 조카인 칼리굴라 황제와 야심만만하고 잔인한 황실의 친척들조차도 나를 처형하거나 독살하거나 자살을 강요하거나 무인도에 보내 굶겨 죽이거나 할 생각을 미처 못 했다는 것과, 그렇게 살아남은 내가 어느 날 갑작스럽게 근위대에 의해 로마 황제로까지 추대되었던 과정을 서술한 것이다." 남몰래 공화주의를 옹호했던 클라우디우스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렇게 자신이 황제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일단 권력을 잡은 클라우디우스는 제국의 통치자로서 전혀 새로운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사법 제도를 개선했고, 로마 시민권을 적절히 확대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당시 야만인들의 땅이라고 무시하던 갈리아 지역에 식민지를 여럿 건설해서 도시화를 촉진하는 등 선진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또한 외교적으로는 다른 민족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유대인을 보호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경제적으로는 오스티아 항구를 건설하는 공공사업을 벌여 곡물 공급 체계를 개선하는 등 로마의 경제 성장을 도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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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릿광대 클라우디우스, 로마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변신을 보인 황제
클라우디우스는 말더듬이, 절름발이, 간질 환자였다. 황실의 핵심 멤버였음에도 불구하고 음모로 얼룩진 정치판에서 어느 누구도 그런 클라우디우스를 주목하지 않았다. 바보로 통했기 때문이다. 리비아가 권력을 위해 자신의 아들(공화주의자였던 클라우디우스의 아버지)마저 독살하고, 티베리우스와 칼리굴라 황제가 아우구스투스의 친손자들을 비롯하여 모든 정적을 제거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황실의 핏줄은 바로 이런 클라우디우스였다. (우리나라의 흥선 대원군과 유사하다.) 하지만 클라우디우스는 20세기 초에 와서 로마 역사상 제정 초기의 유능한 황제로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는 이렇게 우스꽝스러운 인물이었던 클라우디우스가 권위 있는 황제로 변모하는 과정과 대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고 있다.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는 현대인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 역작 왜 클라우디우스인가? 그레이브스는 20세기 사회 문제를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고민한 지식인이었다. 그가 내놓은 저술들은 모두 현대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논하는 문제작이었다. 그레이브스의 역사소설들 역시 형식은 소설이지만, 실은 가치관의 혼돈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처한 딜레마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에서도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클라우디우스 시대의 도덕적 해이, 심리적, 정치적 문제는 사실 현대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로마의 도덕적 타락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로마의 기품 있는 전통을 고수하려고 분투하는 클라우디우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고뇌와 다르지 않다. 건전한 가치관이 시대착오전인 것으로 변질된 반면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도덕이 바로 세워지지 못한 타락한 로마 사회에 짓눌린 클라우디우스의 조용한 저항은 사실 급속도로 변해가는 현대에 내동댕이쳐진 개인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는 클라우디우스를 통해 현대인이 당면한 정신적인 딜레마를 탐구하고 있다. ⑴ 도덕적 타락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평범한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⑵ 혼란과 폭력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개인이 어떻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⑶ 과연 혼탁한 현대 사회가 과거의 악몽을 잊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레이브스가 위대한 역사소설가로 평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처럼배경은 로마이지만 사실 현대 인간이 당면하고 있는 과제를 파고들고 있기 때문이다. 출간 직후 지금까지 70여 년간 변함없는 베스트셀러 역사소설 로마의 전기 작가 수에토니우스, 역사가 타키투스와 디오 카시우스 등은 클라우디우스를 유약한 성품의 소유자로 그리고 있는 반면, 리비우스는 클라우디우스에게서 훌륭한 역사가의 자질을 발견했다. 또 클라우디우스가 남긴 공공문서나 서신을 보면 상당히 현학적이면서 논리적이고도 단호하다. 반면 사법 분야 등에서 선진적인 개혁을 단행했으나, 원로원 의원을 즉석에서 처형 명령을 내리는 등 독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실 단편적으로 남아 있는 기록만으로 우리는 클라우디우스를 일관되게 이해하기 힘들다. 이 점이 바로 클라우디우스에 대한 역사가들의 평가가 다소 일관되지 못한 이유다. 로버트 그레이브스의 위대한 점은, 『나는 황제 클라우디우스다』를 통해 우리는 이런 클라우디우스의 상반된 면모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소설가의 상상력과 구성력 덕분에, 독자는 인간 클라우디우스의 유약함과 단호함이 공존하는 이유, 그리고 공화주의를 꿈꾸는 이상주의자로서의 클라우디우스와 독재자이자 유능한 황제 클라우디우스 두 가지 모습 사이에 존재하는 내적인 갈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 클라우디우스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1934년 처음으로 출간된 이래 74년 동안 꾸준히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