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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1. 춘장대 긴 봄날도 간다 2. 강화도 뻘에서 뭘 찾으시니껴? 3. 옐로우 하우스 옆 세상 끝에 있는 집 4. 세상에서 제일 큰 쇠불알을 흔드는 서귀포 바람 5. 산과 밭과 뻘과 물이 연달아 흐르는 압해도 6. 사멸과 맞선 황룡사터의 주춧돌들 7. 춘천, 물의 자서전을 읽다 8. 땅끝 절집 미황사를 물들이는 황금빛 9. 6천만 년을 살고 있다는 반구대암각화의 고래들 10. 서후 이전에 무릉이 있었다 11. 불명산 벼랑에 피어 있는 한 화암 12. 신두리 사구에 핀 붉은 파두마화 13. 백두대간을 달려 내리는 법수치의 법수 14. 경계에 세운 문의라는 이름의 마을 수록 시 |
정끝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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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로로 나가면 철로가 있고 내가 사랑하는 기차가
있다 가끔씩 그 철로의 끝에서 다른 끝까지 처연하게 걸어 다니는데 철로의 양끝은 흙 속에서 묻혀 있다 길의 무덤을 나는 사랑한다 항구에서 창고까지만 이어진 짧은 길의 운명을 나는 사랑하며 화물 트럭과 맞부딪치면 여자처럼 드러눕는 기관차를 나는 사랑하는 것이며 뛰는 사람보다 더디게 걷는 기차를 나는 사랑한다 나를 닮아 있거나 내가 닮아 있는 힘 약한 사물을 나는 사랑한다 철로의 무덤 너머엔 사랑하는 서해가 있고 더 멀리 가면 중국이 있고 더더 멀리 가면 인도와 유럽과 태평양과 속초가 있어 더더더 멀리 가면 우리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세상의 끝에 있는 집 내가 무수히 떠났으되 결국은 돌아오게 된, 눈물겨운. - 김중식, 〈식당에 딸린 방 한 칸〉 --- 본문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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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흔적을 따라나선, 또 다른 시인 정끝별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인 정끝별의 여행산문집 《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산문집은 자신을 들뜨게 했던 시의 한 모퉁이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따라 떠난 여행산문집이자 포엠 에세이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쇠불알을 흔드는 서귀포 바람을 노래한 김춘수 시인으로부터, 그리운 날엔 언제나 압해도에 가자던 압해도의 시인 노향림, 땅끝 절집 미황사의 황금빛을 노래한 고정희·김남주 시인, 고래보호운동의 선봉장 정일근 시인, 달랑 시집 한 권의 주인공 김중식 시인, 강화도 뻘에서 시를 찾는다는 함민복 시인 등이 정끝별 여행의 주인공들이다. 정끝별은 여행은 인간 영혼의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이라며 모터사이클 한 대에 스물세 살의 젊음과 꿈과 우정을 싣고 남미대륙 횡단길에 올랐던 체 게바라처럼 결코 닿을 수 없는 인간 영혼의 가장 먼 곳을 향해 여기저기서 쭉쭉 잘도 미끄러져 ‘장마 타이어’라 불리는 10년 된 낡은 자동차를 끌고 지난 4년 여 동안 산을, 바다를, 강을, 절집을 찾아 나섰다. 때론 시에 마음이 먼저 빼앗겨, 그 빼앗겼던 마음을 울력하듯 다시 북돋아 여행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떠나기도 하지만, 의외와 우연의 낯선 얼굴들로 가득한 여행길에서 시인들이 시 속에 그려 보인 풍경을 책 속에 담아냈다. 《그리운 건 언제나 문득 온다》에는 14개의 여행지를 중심으로 그곳에 얽힌 시인들의 고단하면서도 열정적이었던 삶과 세상을 보는 그들의 날카로우면서도 한없이 따뜻한 시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정끝별은 폐부를 찌르는 듯한 그 특유의 감성어린 언어로 시인들의 삶과 목소리를 풀어냄과 동시에 그들의 시밭을 뷰파인더로 절묘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의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경계를 긋고 영역과 몫을 나누는 데 급급한 우리네 삶과 달리 자유로이 시를 쓰고 편견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으며,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구름이나 물처럼 훌쩍 경계를 넘는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과도 만나볼 수 있다. 정끝별은 여행길에서 완연한 봄날을 즐기다 가는 봄날이 아쉬워 시를 읊기도 하고, 시인의 집을 찾아가 무엇이 그토록 그에게 시를 쓰지 않으면 안 되게 했는지 시인의 고단한 삶 속을 함께 거닐어보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광 속에 시인과 마주 앉아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함께 좇아보기도 한다. 작가는 용서처럼 내리는 첫눈을, 사랑처럼 달려드는 첫바다를 염치없이 빈손으로 넙죽넙죽 받듯, 그렇게 언어와 풍경과 시간의 틈 사이에서 마주쳤던 의외와 우연의 낯선 사람들, 그리고 새롭게 들려오는 시의 목소리를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여행자란,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훌쩍 경계를 뛰어넘는 자 시란 어쩌면 단 하나의 풍경에도 작가의 전 존재가 녹아들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일 테다. 그러기에 시인은 단 하나의 시에도 자신의 전 존재가 녹아들도록 시어를 다듬고 다듬어 한 편의 시를 세상에 내놓는지도 모른다. ‘달랑 시집 한 권’만을 낸 채 시인으로서 궤도를 이탈해 버린 김중식의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을 읽다 그의 핍진한 삶의 풍경이 된 인천 ‘옐로우 하우스’를 찾아 길을 나선다. 그의 시에는 ‘세상의 끝’ ‘끝까지 간 의지’ ‘끝까지 간 삶’ 등 ‘끝’이라는 단어가 몇 번이고 반복된다. 어쩌면 ‘옐로우 하우스’의 그 막다른 골목의 그것도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에서 온 식구가 살아야 했던, 그 가난과 절망을 그렇게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대학까지 나오고도 놀고먹는 자신은 강원연탄의 노조원들보다도 못한 불온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는 “세상의 끝에 있는 그 집”을 시인은 수없이 떠났으되 결국은 돌아오고야 만다. 한없이 질기고 긴 핏줄인 가족이 있기에 말이다. 잠시일지언정 가족은 시인에게 삶의 위안과 평안을 선사했기에 가난과 불온과 절망을 안겨주는 그 가족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던 거다. 김중식이 달랑 한 권의 시집을 남기고 시인으로서 궤도를 이탈해버린 것은 어쩌면 시를 계속해서 쓰기에는 너무 빨리 ‘세상의 끝’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