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Kazufumi Shiraishi,しらいし かずふみ,白石 一文
시라이시 가즈후미의 다른 상품
노재명 의 다른 상품
|
“여보세요? 자고 있었어?”
아키라의 어조에는 주저하는 기운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마사히라가 대답을 하지 않자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마사짱이지? 왜 말을 안 해. 자고 있었어?” 아키라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도 마사히라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사짱! 쑥스러우니까, 한마디라도 좋으니까 말해줘. 두 번 다시 전화하지 말라는 말이라도 좋으니까. 그렇게 말하면 지금 당장 전화 끊을 테니까.” 아키라의 이 말을 듣고 마사히라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기분이 좀 그런 건 내 쪽이야. 5년 만에 갑자기 전화를 해서 한다는 소리가……. 도대체 지금이 몇 신 줄 알기나 하는 거야?” --- p.25 “사장님! 힘내세요. 사장님이 힘내시지 않으면 사와코상이 천국으로 못 가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말하는 것은 피해왔었다. 그러나 1주기가 끝난 지금부터는 사장도 좀 바뀔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 마사히라는 과감하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오가다 사장이 대답했다. “사와코는 아직 천국에 가지 말아주었으면 해. 유령이라도 좋으니까 내 곁에 항상 있었으면 좋겠어.” 오가다 사장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 p.47 그렇지만 아키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모래를 털어낸다. 해변 쪽으로 내려가 아키라를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계단 아래로 발을 떼어놓은 순간이었다. 그저 파도소리밖에 들려오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사-히라-상!”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키라였다. 마사히라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된다. 왜 아키라가 자신을 ‘마사짱’이라고 부르지 않고 ‘마사히라상!’이라고 마치 타인처럼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마사-히라-상!” 몇 번이나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 p.220 |
|
주인공 마사히라는 음식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여섯 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지만, 사랑에는 익숙하지 않은 숙맥. 서른한 살이 되도록 단 한 번의 연애를 했을 뿐이다. 단 한 명의 연인이었던 아키라, 마사히라와 그녀는 1년여 간 사랑을 키워가지만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헤어지고 만다. 지금은 이미 헤어진 지도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헤어진 이후에도 두 사람은 후쿠오카 거리에서 자주 마주치는데, 어느 날 그녀에게서 당황스런 전화가 걸려온다. 헤어진 이후 오늘까지, 100번을 마주쳤노라고. 그리고 5년 전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녀의 뜻밖의 진정이 하나씩 밝혀지는데….
|
|
헤어짐, 그리고 100번의 마주침. 우리는 아직도 사랑일까?
눈으로 볼 수도, 크기를 잴 수도 없는 사랑의 거리를 명료하게 표현해낸 수작! 살아가면서 사랑만큼 우리를 고민스럽게 하는 게 또 있을까? 나이가 적고 많음을 떠나 ‘사랑’만큼 우리 생을 집중시키는 것도 없을 것이다. 때로 미쳐버릴 것 같은 초조함에 빠지기도 하고, 행복감에 도취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곱씹어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흘러간 질문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문뜩 발견하고 혼자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모두 ‘사랑’이라는 하나의 얼굴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표정이다. 상대방의 본심을 의심하기도 하고 사소한 오해를 하기도 하고, 간신히 손에 넣은 사랑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상실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때도 많다. ‘나는 그를 얼마만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등 수도 없이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게 바로 사랑인 것이다. 또한 지나간 추억을 곱씹으면서 ‘그때 먼저 등을 돌린 건 나였을까, 그 사람이었을까’, ‘헤어지자고 했을 때 내 표정은 어땠을까’, ‘헤어진 후에도 이걸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면서 자문자답을 하기 마련이다. <얼마만큼의 애정>은 바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사랑 하나에 울고 웃는, 사랑의 끝자락을 붙잡고 서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가슴에 바로 와 꽂히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오늘 다시 ‘나의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헤어진 건, 고작 그만큼의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이별을 생각하는 내 가슴 한복판에 직구를 던지는 소설! 아키라에게 받은 배신의 상처로 괴로워하면서도 완전히 미련을 끊어버리지도 못하는 마사히라는 전형적으로 ‘당길 힘도, 그렇다고 끊어버릴 힘도 없는’ 우유부단한 남자다. 반면 아키라는 자신의 의지가 뚜렷해서 얼핏 보면 그야말로 제멋대로이고 몰염치한 여자로까지 보인다. <얼마만큼의 애정>은 이렇게 상반적인 성격의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고, 그리고 5년이 지나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편 청과물업체 사장 오가다는 ‘유령이라도 좋으니 아내가 내 옆에 좀더 있어줬으면 한다’고 말하며 죽은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감을 표현하고, 마사히라와 함께 일하는 사나에는 부모나 지금 현재의 상황에 얽매이기보다는 스스로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사랑을 찾아 떠나간다. 마사히라와 아키라, 오가다 사장, 사나에 등 다양한 색체를 뿜어내는 사랑 이야기가 촘촘하게 엮인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바는 ‘주변 여건 때문에, 상대방의 마음이 미덥지 못해서, 어쩔 수가 없어서 등등 이별의 이유를 대는 건 다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닐까. 이별의 이유는 자기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다는 조금은 아픈 진실을 모르는 척 슬그머니 찔러 넣는 소설이 <얼마만큼의 애정>이다. 소울메이트가 절실한 당신에게 “사랑한다는 의미를 얄팍한 말이 아니라 무겁게 생각하게 하는 한 권이다. 끈적끈적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생각하게 하는 어른의 연애소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의지나 신념, 확실한 마음 등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모르는 사이 나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책을 먼저 읽은 일본독자들의 반응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얼마만큼의 애정>은 깊이가 있을뿐더러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누구나 자기를 알아봐줄 단 한 사람을 간절하게 원한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운 좋은 사람은 많지가 않다. 그건 소설 속의 주인공이 그렇듯 상대방에게만 정신이 팔려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데에는 소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애란 숨을 쉬는 것처럼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완성형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정해진 답도 없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무게도 부피도 잴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그 복잡다단한 심경을 거치며 모두 ‘자기만의 답’을 찾을 뿐이다.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사색이 필요한 계절, 나와 내 사랑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봄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