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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1장 정복의 층과 켜 1 동인도회사와 직물전쟁 2 1857년의 문명과 야만 3 간접통치와 그 협력자들 4 제국의 지주, 군대 5 개화와 위생 6 여성과 제국 2장 전복의 씨앗 1 정복의 언어, 전복의 언어 2 특별한 전장, 인도 여성 3 과학기술과 상상의 인도 4 간디의 비협력, 비폭력 5 스포츠 민족주의 3장 '우리들'의 (재)발견 1 역사의 발견 2 우리 힌두, 우리 인도 3 카스트의 재발견 4 인도 무슬림과 파키스탄운동 4장 20세기, 홀로서기 1 20세기 여성들 2 네루와 홀로서기 3 타타의 20세기 4 독립 후 정치와 경제 5 IT와 IIT 주 찾아보기 |
李玉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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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과 전복의 이중주
서양의 제3세계 식민통치 중 가장 연원이 깊고 정교한 기술을 보여준 영국의 인도 지배에는 군사나 사법·경찰 같은 강제력뿐 아니라 언어, 과학기술, 여성정책, 스포츠 등 오늘날 탈식민주의 논쟁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영국은 애초에 인도인의 서구화를 위해 영어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영어능력이 성공의 필수요건임을 각인시켰다. 초창기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영국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인도인들의 서구화에 대한 자각에 힘입어 급속히 퍼져나갔고 급기야 영어능력을 앞세워 식민정부에 기회평등을 요구하는 인도인들의 반발이 일기 시작했다. 동시에 영어열풍은 역설적으로 각 지역언어와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문화정복을 노린 영어교육이 도리어 선진문화의 바탕 위에서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불씨가 된 것이다. 이 정복과 전복의 이중주는 여러 분야에서 계속 변주된다. 영국은 인도의 천연자원을 차지하고 지배권역을 넓히기 위해 철도, 전신, 관개시설을 건설했고, 인도인 하급 관리자·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기관을 설립했다. 이렇게 배출된 인도 기술자들은 영국의 식민정책에 봉사하는 동시에 신분차별을 넘어 자유롭게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독립국가를 염원하기에 이른다. 영국 지배에 의해 만들어진 전통 이러한 정복과 전복의 길항작용 속에서 인도인들은 자연스레 자신들의 역사와 전통을 재발견하고 ‘인도’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게 되었다. 강한 애국주의적 지향과 호전성을 내포하는 역사 재발견을 통해 인도인들은 서양을 배척하는 동시에 인도 내부의 타자, 즉 이슬람이나 불교, 자이나교와 시크교 등에도 배타적으로 변해갔다. 이러한 경향은 이후 골깊은 종교분쟁과 파키스탄 독립으로 이어졌다. 힌두교로의 강한 결집과 더불어 ‘만들어진’ 인도 전통의 다른 한 축은 신분제였다. 영국은 인도 통치를 보다 쉽게 하기 위해 인구조사를 실시하고 그때까지 유동적인 사회관습에 불과하던 카스트를 제도적으로 재정비했다. 제도화된 카스트 아래서 상층의 브라만은 영국 지배세력과 수억 인도인을 연결하는 매개계층으로 자리잡았고, 하층카스트들은 더욱 세분화되어 세력을 넓히고 다른 집단과 사회적 경쟁을 시작했다. 이러한 카스트 내부의 투쟁은 독립 후에도 남아 차별과 역차별의 복잡한 사회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이처럼 영국의 식민지배 정책은 인도의 전통과 그 내부의 모순을 굴절시켜 새로운 ‘우리’를 낳았고 여기에 인도 민족주의의 열정이 결합해 때로는 독립투쟁의 동력으로, 때로는 사회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20세기, 인도의 진정한 홀로서기는 성공할 것인가? 영국에서 독립한 뒤 인도는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인도 민주주의의 가장 큰 힘은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라 불리는 보통선거, 지역·문화·종교에 기반한 다양한 정당, 지역적 특수성을 보장하는 연방제 등에 있다. 긴 식민통치와 복잡한 사회관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으로 다원화된 세력관계에서 기능적 연계, 대화와 타협의 관습이 뿌리 깊기 때문에 군사통치가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파벌주의와 정경유착, 배타적 힌두주의의 위험 속에서도 인도 민주주의는 관용과 공존의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수탈로 빈곤국으로 전락한 인도는 독립후 네루의 사회주의적 계획경제 아래서 저성장을 유지하다 90년대 들어 개방경제에 적극 나섰다. 수입관세를 낮추고 외국투자를 대거 유치하면서 IT 중심의 첨단산업을 키워나갔다. 급속한 서구자본주의화, 여전한 관료주의와 비효율, 악화되는 소득불평등에 대한 경고 속에서 인도는 더욱 과감한 개혁으로 세계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저자는 긴 식민통치와 그 상처를 치유해온 인도가 이제 막 진정한 홀로서기에 도전하고 있다고 본다. 서구의 시선으로 윤색된 전통 속에서 오늘날 민주주의의 동력을 발견하고, 긴 식민통치 기간 속에서 자체적인 근대화를 일궈온 잠재력에 주목한다면 우리는 참된 인도를 만날 수 있다. 인도현대사는 우리 자신을 보다 깊이있게 성찰할 수 있는 ‘역사의 거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