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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렉싱턴의 유령
2. 녹색 짐승
3. 침묵
4. 얼음 사나이
5. 토니 다키타니
6. 일곱번째 남자
7.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저자 소개 1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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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1982년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노마문예신인상을, 1985년에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7년 『상실의 시대』(원제: 노르웨이의 숲)를 발표, 유례없는 베스트셀러 선풍과 함께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1994년 『태엽 감는 새』로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05년 『해변의 카프카』가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그 밖에도 『스푸트니크의 연인』 『댄스 댄스 댄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먼 북소리』 『이윽고 슬픈 외국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 『기사단장 죽이기』 등 많은 소설과 에세이가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스페인 카탈루냐 국제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2년 고바야시 히데오상, 2014년 독일 벨트문학상, 2016년 덴마크 안데르센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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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6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631509

책 속으로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주변이 좋고 받아들이기 쉬운 타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잘못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손톱만큼도 품지 않습니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무의미하게 또 결정적으로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입니다. 그들은 그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런 족속들입니다.

--- p. 64

'요새에 도착하자 장군은 존 웨인에게 이렇게 말해. '여기까지 오는 데 인디언을 몇 명이나 보았다.' 그랬더니 존 웨인이 시침뗀 얼굴로 이렇게 대답해. '괜찮습니다. 각하가 인디언을 보았다는 것은, 즉 인디언이 거기에 없다는 뜻입니다.'라고 말이야. 정확한 대사는 잊어버렸지만, 대충 그런 말이었을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형?'

'모두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까...... 잘 모르겠지만.'

--- p.156

'나는, 나의 인생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포 그 자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남자는 잠시 짬을 두고 그렇게 말했다. '공포는 물론 존재합니다. ......그것은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하고, 때로는 우리 존재를 압도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그 공포에 등을 돌리고, 외면하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을, 내가 아닌 다른 무엇에게 내어주게 됩니다. 내 경우에-그것은 파도였습니다.'

--- p.133-134

나는 오사와 씨에게 지금까지 싸우다 누군가를 친 일이 있습니까 라고 물어 보았다. 오사와 씨는 눈부신 무엇이라도 보듯 눈을 가늘게 뜨고 내 얼굴을 보았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는거죠?'라고 그는 말했다.

그 눈초리가 아무리 생각해도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 거기에는 번뜩 빛을 발하는 어떤 섬뜻함이 깃들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순간적이었다. 그는 그 빛을 금방 안으로 숨기고 예전처럼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딱히 깊은 의미는 없습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정말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질문이었다.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 나에게 그런 질문을-어쩌면 불필요할 질문을- 하게 한 것이다. 그 후 나는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러나 오사와 씨는 내 이야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슨 생각엔가 골똘히 빠져 있는 듯하였다.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듯하기도 하고 헤매고 있는 듯하기도 하였다. 나는 할 수 없이 창 밖에 나란한 은색 제트 여객기를 바라보았다.

애당초 내가 그에게 그런 질문을 한 동기는 그가 중학교 때부터 줄곧 체육관에 다니면서 복싱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었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죽이기 위해 이런저런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쩌다 그런 얘기가 나온 것이다. 그는 서른 한 살인데 지금도 여전히 한 주에 한 번은 체육관에 가서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시절에는 몇 번이나 대표 선수로 시합에 나갔다. 전국체전 선수로 발탁된 적도 있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좀 의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몇 번인가 일을 함께 하였지만 오사와 씨가 20년 가까이나 복싱을 계속하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차분하고 주제넘게 나서거나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성실하고 참을성 있게 일했고,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 한 번 하지 않았다. 아무리 바쁠 때라도 언성을 높이거나 눈썹을 치켜 뜨지 않았다. 타인의 험담을 늘어놓거나 투덜투덜 불평을 해대는 일도 없었다. 한마디로 그를 표현하자면, 호감을 품지 않을 수 없는 인간형이었다. 풍모도 온화하고 느긋하여 공격적인 성품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었다. 그런 인물과 복싱이 어떤 지점에서 연결될 수 있는지 도무지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 질문을 하고 만 것이다,

우리는 공항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사와 씨와 나는 함께 니가타로 떠날 예정이었다. 계절은 12월 초순. 공항은 뚜껑이라도 덮은 것처럼 어둠침침하게 구름져 있었다. 니가타에는 아침부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비행기는 출발 예정시간보다 꽤 늦어질 듯하였다.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라우드 스피커에서는 각 항공편의 지연을 알리는 아나운스가 흐르고 있었고, 발이 ㅂ인 사람들은 지친 표정을 띠고 있었다. 레스토랑은 난방이 지나쳐 나는 줄곧 손수건으로 땀을 닦아야만 했다.

'기본적으로는 한 번도 없습니다'

오사와 씨는 한참이나 침묵한 수 불쑥 그렇게 말을 뱉었다.

'나는 복싱을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사람을 때린 적이 없습니다. 복싱을 시작할 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요. 글러브를 끼지 않고 링 밖에서 사람을 때려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보통 사람이라도 잘못 때리면 장소에 따라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싱을 하는 인간이 주먹을 휘두른다면 그건 흉기를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가 되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딱 한 번 사람을 때린 적이 있습니다.'라고 오사와 씨는 말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일입니다. 복싱을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죠. 변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때 나는 본격적인 기술 같은 것은 아직 하나도 배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당시 내가 체육관에서 연습한 것은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한 기본 메뉴뿐이었어요. 줄넘기나 스트레칭, 런닝, 온통 그런 것들뿐이었죠. 더구나 때리려고 마음먹고 때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나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주먹을 뻗었습니다. 자제할 길이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상대방에게 마구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화가 사그라들지 않아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 '침묵' 중에서

나는 나쁜 마음은 어없어요. 나는 나쁜 짓은 하지 않아요. 나는 그저 당신을 줄곧 사모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나는 그런 짐승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녹색짐승 에서

--- p.68

출판사 리뷰

국내 초역의 무라카미 하루키 최신작 소설집인《렉싱턴의 유령》은, 이전과는 각도를 달리해서 삶을 투시하는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만들어낸, 인생의 본질에 한층 더 가까운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7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 이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환상적이고도 신비로운 분위기로 감싸여 있다. 한밤중 유령들이 나타나서 부드러운 나무망치처럼 주인공의 의식을 흔들어 깨우는가 하면(〈렉싱턴의 유령〉), 코끼리처럼 긴 코와 녹색 비늘이 덮인 몸을 하고서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짐승이 모밀잣밤나무 뿌리 아래서 불쑥 나와선 어눌한 말투로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하기도 하고(〈 녹색 짐승〉), 손에는 항상 성에가 끼어 있고 몸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으며 하얀 입김을 뿜어대는 '얼음 사나이'가 남극으로 돌아가 비로소 행복을 찾기도 하며(〈 얼음 사나이〉 ), 또한 장님 버드나무 꽃가루를 묻힌 파리가 귓속으로 들어가 여자를 잠재운다는 소설 속 이야기(〈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등등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지우며 현실을 포월한다. 단순한 알레고리나 우화가 아니라 환상이나 신비라는 파인더가 아니면 포착할 수 없는 삶의 불가해성이나 쓸쓸함의 정서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들이 소설의 제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렉싱턴의 유령》에 수록된〈침묵〉이나〈일곱번째 남자〉의 경우도 그렇지만, 어떤 종류의 아픔 이나 '결손성'을 생생하게 느끼며 공유하는 것에서 유효성이 성립되는 소설이라는 얘기도 개중에는 있 어, 뭐 괜찮구나 싶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종종 그런 얘기들이 몹시 쓰고 싶어지는 뭔가가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사는가' 하는 것은 물론 어려운 문제입니다만, 요즘 저는 뭔가를 '깊이 공유하는' 것이 포인트가 이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말하고 있듯이《렉싱턴의 유령》에는 어떤 아픔이나 결손성을 느끼는 인물들이 등장해서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학창시절 한번쯤은 누구나 경험해 봤음직한 따돌림과 강요된 침묵에서 출발한 〈침묵〉은 '자기 스스로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하는 주제에, 말주변이 좋고 받아들이기 쉬운 타인의 의견에 좌지우지되면서 집단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며, 얻음과 잃음의 덧없음(〈토니 다키타니〉)과 함께,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해서 우리의 존재를 압도하는 공포에 관한 이야기인〈일곱번째 남자〉에서는, 무서운 것은 공포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등을 돌리고 외면하는 행위이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메시지가 함축적이고도 간결한 어조로 표현되어 있다.〈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한쪽의 청력을 상실한 사촌 동생과 동행해서 병원을 다녀온 '나'의 이야기로, '모두의 눈에 보이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진리를 사촌 동생의 입을 빌려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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