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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트 이야기 6
영양가 있는 음악 10 리스토란테의 밤 14 불에 태우기 18 네코야마 씨는 어디로 가는가? 22 장어 26 로도스 섬 상공에서 30 당근 34 가키피 문제, 뿌리가 깊다 38 뛰기 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42 오블래디 오블라다 46 파스타나 삶아! 50 사과의 마음 54 긴피라 뮤직 58 고양이의 자살 62 스키야키가 좋아 66 김밥과 야구장 70 삼십 년 전에 일어난 일 74 세상은 중고 레코드 가게 78 코트 속의 강아지 82 버지니아 울프는 무서웠다 86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90 도넛 94 판화 98 상당히 문제가 있다 102 성가신 비행기 106 크로켓과의 밀월 110 가르치는 게 서툴다 114 앗, 안 돼! 118 사람들은 왜 지라시 스시를 좋아하는가 122 원시적 광경 124 넓은 들판 아래서 130 작은 과자빵 이야기 134 트랜지스터 라디오 138 하늘 위의 블러디 메리 142 새하얀 거짓말 146 이상한 동물원 150 이걸로 됐어 154 원주율 아저씨 158 센트럴파크의 매 162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166 식당차가 있으면 좋을 텐데 170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174 골동품 가게 기담 178 싸움을 하지 않는다 182 버드나무여, 나를 위해 울어주렴 186 체중계 190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194 길만 있으면 218 안녕을 말하는 것은 202 후기 무라카미 하루키 208 오하시 아유미 210 |
Haruki Murakami,むらかみ はるき,村上春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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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자살을 하는 것 같다.
로마의 프랑스학교 교장이 키우던 수고양이는 프랑스대사가 기르는 암고양이에게 구애했다가 단호히 거절당하자, 파르네제 저택의 발코니에서 몸을 던졌다. 세상을 비관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을 목격한 사람의 이야기로는 “아무리 봐도 자살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고양이의 자살」 중에서 요절하는 게 좋은지, 장수하는 게 좋은지, 한쪽을 고르라고 하면 물론 조금이라도 장수하는 쪽을 강력히 바라겠지만, 문학사전을 펼쳐놓고 동서고금의 작가들의 사진을 보다보면 ‘너무 장수하는 것도 좀 그렇군’ 하는 생각이 든다. 젊어 죽은 작가들은 언제까지고 젊을 때 얼굴로 남아 있는데 비해, 장수한 작가는 죽기 직전의 사진이 ‘기본’으로 정착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장수하는 것도 말이지」 중에서 직업상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에게 심한 말을 듣는다. 말로 들을 뿐만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에서 기사로 맞닥뜨리기도 한다. 칭찬받는 일이 없지는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비난 쪽이 더 많다. 예를 들면 “무라카미는 바보다”라든가, “무라카미는 위선자다”라든가, “무라카미는 거짓말쟁이다”라든가. 거짓말이 아니다. 정말 그렇게 말한다.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다(기분이 좋으면 성격이상이지).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넌 위선자야”라는 비판에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난 위선자가 아닙니다!”라고 당당하게 반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나는 반론할 수 없다. ---「싸움을 하지 않는다」 중에서 나는 체중계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체중계를 몇 개째 바꿔가며 함께 생활해왔다. 언제나 말없이 욕실 한구석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다가 가끔 한 번씩 끌려나와 사람을 태우고는 “으으” 혹은 “아아” 같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듣고 다시 또 구석으로 치워지는 체중계. 왠지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지. 나는 체중계를 볼 때마다 ‘만약 내가 체중계였다면 대체 어떤 기분으로 일생을 보낼까’ 하는 생각을 한다. 흠, 그렇다고 해서 내 쪽에서 체중계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특별히 없지만. ---「체중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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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튀겨낸 도넛은 색깔이며 향기며 씹었을 때 바삭한 식감이며, 뭔가 사람을 격려하는 듯한 선의로 가득 차 있다. 많이 먹고 건강해집시다. 다이어트 따위, 내일부터 하면 되잖습니까.” _무라카미 하루키
저녁 무렵에 하는 면도의 매력, 요절과 장수의 딜레마, 스키야키, 장어, 크로켓, 도넛을 향한 예찬… 천진난만하고 엉뚱한 하루키 씨의 유쾌한 단상 무라카미 에세이의 매력은 무엇보다 소설에서는 절대 눈치챌 수 없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또 다른 면모를 만나는 데 있을 것이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는 경쾌한 리듬으로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소확행’적 일상을 전한다. 저녁 무렵에 하는 면도의 쾌감부터 음식과 음악, 여행과 사랑에 이르기까지, 거창한 사건도 특별한 교훈도 없는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인생에는 감동도 수없이 많지만 부끄러운 일도 그만큼 있더군요” “인생에는 어느 정도 터무니없는 수수께끼와 유쾌한 오해가 필요한 게 아닐는지” “다이어트 따위, 내일부터 하면 되잖습니까” 같은 문장에서는 세계적인 작가의 진지한 얼굴 뒤에 숨은 장난기와 유머도 만날 수 있다. 늘 완벽해 보이기만 하던 그가 수줍은 듯 털어놓는 ‘헐렁한’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지한 소설을 써온 작가가 이토록 아무렇지 않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가 이상하리만치 재미있다는 것이 ‘무라카미 라디오’의 묘미다. 별것 아닌 일도 허투루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그 생각의 끝에서 뜻밖의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하루키의 화법은 천진난만하고 또 능청스럽다. 그렇게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조금 더 친근한 무라카미 하루키 씨를 만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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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단편소설의 도입부 같은 글도 있다. 〈리스토란테의 밤〉은 그중 압권이다. 아내와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러 간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옆 테이블의 상황을 엿들은 해프닝을 담았다. 남자는 ‘슬슬 꼬셔볼까’ 생각하고 있고 여자도 ‘그냥 넘어가줄까’ 궁리중인 게 역력한 옆 테이블의 분위기는 남자가 파스타를 “츠르릅 츠르릅!” 하고 엄청난 소리를 내며 먹기 시작하자 얼어버린다. 하루키와 그의 아내와 웨이터와 옆 테이블의 여자 모두 “계절이 바뀔 때 지옥의 문이 한번 열렸다 닫히면서 나는 것 같은 소리”에 말을 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그저 행복하게 “츠르릅 츠르릅!”, 이런 식으로 언제나의 하루키처럼 맥주와 재즈, 책 읽기와 야구, 기담과 김밥, 달리기와 강아지 같은 화제를 조곤조곤 늘어놓는다. 그야말로 하루키다운 글의 향연. -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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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초반 무렵이니까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십 무렵에 패션잡지 〈앙앙〉에 연재한 에세이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불태워진 브래지어들을 떠올리며 브래지어들은 하루하루 자기 일을 했을 뿐인데, 하고 브래지어를 가엾게 여기거나 집 안의 업소용 냉장고에 좋아하는 크로켓을 대량으로 만들어 냉동해두었다가 수리 기사를 부를 수 없는 주말, 오필리어처럼 슬프게 녹아가는 크로켓을 이틀에 걸쳐 장렬히 먹어치운 나머지 끝내 크로켓들에게 단체 폭행을 당하는 꿈을 꾸고 말았다는 이런 글들은 하루키 에세이의 정수다. 뭐랄까, 너무나도 인체에 무해한 재미가 있다. - 김현진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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