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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과학의 폭탄"에 대하여
"방사능 에너지로 물질을 파괴하는 최초의 폭탄인 핵폭탄 이후로, 이 밀레니엄의 끝에 두 번째 폭탄의 유령이 어렴풋이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정보의 상호 작용을 이용해 국가간의 평화를 파괴시킬 수 있는 정보과학의 폭탄이다." 정보화 사회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변화의 속도 자체가 거의 빛의 속도에 이를 정도로 눈부시지만, 이러한 변화에도 빛과 그림자는 있다. 폴 비릴리오가 {정보과학의 폭탄}에서 그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회의 빛과 그림자이며, 과거의 핵폭탄처럼 우리에게 드리워진 정보과학의 폭탄 아래 있는 우리 세계의 현실이다. 1) 영국의 역사가 홈스봄은 20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하였다. 인류가 거쳐온 20세기를 돌이켜보면, 그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릴리오도 {정보과학의 폭탄}에서 극단에 대해 말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극단화된 과학, 극단화된 예술 등이다. 이제 과학은 더 이상 진리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 안락사를 돕기 위한 개발된 컴퓨터 시스템, 인간을 복제하는 생명공학, 인간을 대체할 로봇 개발 등. 과학 기술은 더 이상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과학자는 윤리적 한계까지 나아가는 가운 입은 모험가, 즉 인류의 죽음에 승부를 거는 모험가가 되었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예술과 X등급 쇼간에 경계도 사라졌고, 극단적인 경우 "대중이 사랑하지 않으면 그건 예술이 아니다"고 하면서 작품과 자신의 몸을 함께 파는 작가도 있고, 심지어 시체를 조각품처럼 전시하며 "나는 최후의 금기를 부수고 있다"고 말하는 조각가(?)도 있다. 2) 비릴리오는 푸코가 폭로한 감금의 시대에 뒤이어 들뢰즈가 예고한 통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감금자들이 전자 팔찌를 찬다. 그것은 언제든지 그들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는 자동 응답기이다. 가까운 미래에 이러한 전자 팔찌는 사회의 일탈자들에게까지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기업들은 휴대 전화에 열광한다고 한다. 왜인가. 회사는 필요하면 휴대 전화를 걸면 되고, 그러면 노동자는 달려오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 이렇게 통제는 강화된다. 심지어 인터넷을 통해 사생활의 공간까지 감시할 수 있는 원격 감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3) 사회주의 붕괴를 보며 사람들은 역사의 종말에 대해 얘기했다. 하지만 정보과학의 발달은 지리의 종말을 초래했다.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세계화에 대해 말하지만 이것은 수송과 전달의 시간적 압축에서 생겨나는 극단적인 거리의 압축과 원격 감시의 일반화가 이루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사실, 교환의 세계화는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과학의 발달과 궤를 같이한다. 산업 시대에는 수송 수단의 가속화를 통해 부와 속도를 축적하였다면, 정보화 시대에는 빛의 속도까지 가속화되는 사이버 세계의 확장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지난 세기는 미국의 시대였고, 다음 세기도 여전히 미국의 세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모든 민주주의의 선두에 서있기 때문이"라는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동부에서 서부로 끝없이 질주할 수 있었던 나라. 늘 변화하는 지평선을 향해 자신들이 떠나온 곳을 바라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갔던 나라. 하지만 그들은 태평양에 이르러 비로소 한계에 다다랐다. 하지만 그들은 동부에서 생산라인을 도입해 초생산성을 향해 나아갔고, 서부의 할리우드에서는 영화를 통해 미국 역사의 제2부를 시작했다. 거짓과 착각일지라도 분명한 해결책이기만 하면 된다. 그들은 그것으로 새로운 지평선을 향해 나아갔다. 그런 미국이기에 이제 인터넷과 사이버 세계라는 새로운 식민 세계를 개척하고 지배하려는 것이다.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인터넷은 바로 미국의 군사 네트워크인 아파넷에서 비롯되었으며, 이것도 결국 미국의 세계 전략의 일부이다. 미국은 사이버 세계에서도 여전히 중심에 서있기를 바란다. 5) 과학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소외된다. 저 히로시마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우주 경쟁이 불붙던 초기에는 실험 동물이 인간을 대신했고, 또 지금은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강화되는 통제 시스템, 또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들. 1996년 컴퓨터 조작에 의한 자살 계획을 세웠던 호주인 밥 덴트 사건 이래로, 이제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 텔레비전은 어떤가. 우주 정복의 장면을 우리 눈앞에 펼쳐 놓으며, 인류 진보의 환상을 가져다주던 텔레비전은, 정치 슈퍼 모델을 선발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말로 사람들을 설득하던 정치가들은 이제 텔레비전 앞에서 이미지로써 말한다. 그런 텔레비전은 이제 그 말뜻에 내포된 원격 감시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영역을 가로지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정보과학의 발달로 가능해지고 있다. "정보과학의 폭탄"은 이처럼 정보 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냉철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장밋빛이 아니다. 과학과 문화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발전 속도는 가속되고 새로운 공간은 확장되지만 인간에 대한 감시의 시선도 따라서 증가하고, 그에 따라 통제도 고도화된다. 과학 기술은 발전하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것으로 인해 인간은 소외되고 뒤쳐지게 되는 것은 아닌가. 사이버 공간이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현실의 권력 관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또 다른 식민지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이 모든 것의 배후에 앞으로도 자국의 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미국이 있다면, 사이버의 민주주의는 가능할 것인가.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이 작은 책에 담겨 있는 정보 사회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분석은 우리에게 더 냉철한 시각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는 시공을 가로지로는 시각과 능력을 획득하면서 갈수록 현실의 시공간을 넘어서고 있다. 비릴리오가 말하는 정보과학의 폭탄은 단순히 하나의 비유로 끝나고 말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핵폭탄이나 유전자 폭탄을 조종하고 능가하는 게 될 것이며, 또 앞으로 인류의 미래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비릴리오의 "정보과학의 폭탄"을 통해 미래의 기술과 사회에 대해 냉철하게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