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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는 글 ㅣ "유전자"라는 단어의 생명력
1장 안정과 변화를 낳는 힘 : 유전자는 변화를 막는가, 아니면 일으키는가? 2장 유전자의 기능 : 유전자는 무엇을 하는가? 3장 유전 프로그램 : 생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4장 유전자 분석의 한계 : 세포는 얼마나 유전자에 의존하는가? 마치는 글 ㅣ 새로운 사유의 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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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정 sbbonzi@yes24.com
생명의 복제가 성공을 거두는 등 유전자 연구 활동이 활발해지자 사람들은 인간의 유전자 비밀을 밝히는 것은 시간 문제고, 그 비밀을 풀고 나면 의학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질병을 고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유전자 생물학이 인간에게 영원한 삶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큰소리를 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그에 강하게 반기를 든다.
우리 시대의 뛰어난 과학사가이자 과학철학 교수로 저명한 이블린 폭스 켈러도 그중 하나다. 그녀는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는 책에서 그는 인간 유전체 정보를 알아냈다고 들떠 있는 과학계에 엄중히 경고를 던지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유전자라는 용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하고 달라졌는지를, 생물학의 발전에 비추어 보면서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명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암시적으로는 `유전자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래 유전학의 성과와 한계를 밝힌다. 유전학과 분자 생물학의 핵심 개념이었던 유전자라는 용어가, 왜 이제는 생명 현상을 보는 우리의 인식과 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는지 하는 주장과 근거를 펼치고 있다. 저자는 이제 유전자라는 용어가 가리키는 것이 불분명해졌다고 말한다. 이 책은 유전자의 개념이 대중적으로 잘못 자리를 잡은 예로 영화 <쥬라기 공원>을 든다.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1915년부터 미국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전시됐던 잘못된 모형을 보고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영화에서 보았던 티라노사우루스는 영화처럼 그렇게 빨리 달릴 수도 없고, 또 인간을 잡아먹는 잔인한 포식자가 아니다. 이 모형은 1992년에 해체되고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진 새로운 모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에게 전달된 잘못된 과학 상식이 바뀌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켈러는 유전자를 신화처럼 여기는 태도를 경계하고 유전자, 즉 생물 발생에 대해 새로운 용어와 개념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새롭게 열린 유전자 연구가 생물학의 발전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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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자 허먼 멀러도 그 중 하나였다. 1921년에 그는 이렇게 썼다. "스스로의 양자론을 가진 것은 물리학만이 아니다. 생물 진화도 자신의 양자를 갖고 있다. 이 양자들은 각각의 돌연변이이다." 5년 전 아직 학생이었을 때, 멀러는 이미 "물리학과 생물학의 주요 문제들 사이의 기이한 유사성"에 주목했다. 또 그는 원소의 변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이 "무생물을 실질적으로 우리 마음대로 다루게"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돌연변이에 영향을 미칠 방법들의 발견이 "진화 과정을 우리 수중에 넣도록" 해 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결론에서 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돌연변이와 변환은 우리의 무지개 다리를 지탱해 줄 두 개의 쐐기돌이다!"
--- p.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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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생물학은 호흡과 물질 대사 같은 생리 과정의 물리 화학적 토대를 해명하는 등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냈지만, 불행히도 조직화 문제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그 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생리 현상을 화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기여를 한 클로드 베르나르조차도 절망에 빠진 듯하다. 1879년에 그는 이렇게 썼다. "각 존재와 기관마다 일종의 미리 정해진 설계가 있다. 따라서 개별적으로 보면 그 조화로운 체제의 각 현상들은 자연의 보편적인 힘에 의존하지만, 서로 관련지어 보면 그것은 특수한 결합을 이루고 있음이 드러난다. 어떤 보이지 않는 안내자가 각 현상을 따라가야 할 길로, 그것이 있을 곳으로 이끄는 듯하다."
--- p.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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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에 대한 신화와 오해를 철저하게 해부한 책
이 책은 유전자와 관련하여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물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과학자답게 전문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과학사 및 과학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한 세기 동안 눈부시게 발전해 온 유전학을 냉철하게 해부하고 있다. 20세기 동안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온 유전자 연구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21세기에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은 『유전자의 세기는 끝났다』라는 도발성을 띠게 되었다. 명시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에는 "유전자 같은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는 혁신적인 개념이 깔려 있다. 저자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유전자 결정론이나 환원주의를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그 동안의 과학적 성과들을 침착하고 차분하게 짚어 가면서, 넘침도 모자람도 없이 1백 년 동안의 유전학의 역사와, 그리고 그 성과와 한계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유전자 지도는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공룡 티라노사우루스는 실제와는 차이가 많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그렇게 빨리 달릴 수도 없고, 코 앞에 있는 것도 알아보지 못하는 6톤이나 나가는 동물이며 잔인한 포식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감독은 1915년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설치되어 있던 잘못된 티라노사우루스의 모형을 보고 만들었는데 이것은 1992년에 해체되고 보다 정확하게 만들어진 새로운 모형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미 사람들에게 자리 잡은 잘못된 과학 상식이 바뀌려면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이런 식의 잘못된 정보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지면, 바로 잡는 일은 매우 힘든 투쟁이 된다. 유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유전자"에 생명의 비밀을 밝혀 줄 정보가 모두 들어 있다고 믿으며 수십 년 동안 연구해 왔지만, 인간 유전체 지도가 작성된 지금 이 시점에서 생물의 복잡한 발생 역학 관계를 규명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일임이 드러나고 있다. 다시 말해 유전자 지도가 생명체의 비밀을 모두 밝혀낸 게 아니라 더 많은 문제 제기로 이끌었다고 해야 옳다. 이 책은 유전자가 시대의 화두로 등장한 시점에서 유전자라는 단어의 의미를 역사적으로 상세히 살펴보고 있다. 유전자라는 용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가 어떻게 변하고 달라졌는지 생물학의 발전에 비춰보면서 비판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때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을 이끈 핵심 개념이었던 유전자라는 용어는 이제 생명 현상을 보는 우리의 인식과 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핵 속에 들어 있는 4개, 46개 등으로 된 누구나 알 수 있는 실체를 가리키는 용어인 염색체와 달리, 유전자는 이제 무엇을 가리키는지 불분명한 용어가 된 것이다. 21세기는 유전학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시기이다. 다시 말해 유전 현상을 결정론적이 아닌 새로운 용어와 개념으로 새롭게 파악할 때가 된 것이다. 20세기 동안 유전자는 영광의 질주를 누렸으며, 인류는 살아 있는 체계를 연구하는 데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진보는 이제 생물 발생에 대한 다른 개념, 다른 용어, 다른 사유 방식의 도입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며, 따라서 생명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상상을 사로잡아 온 "유전자"를 움켜쥐고 있던 손을 이제 놓아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