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행위의 초점이 '질병'이 아닌 아픈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의학이론에서 새로운 명제다. 이것은 질병이 초점이 되던 과거의 이론과는 판이한 것이다.
제1장은 의학에서 이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논의하고, 지금까지 통용되어온 질병이론의 약점이 어떻게 이론 자체를 무너뜨리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의학은 본래 사회와는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한다. 따라서 생태운동의 일환으로 일어나고 있는 환경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이에 따른 지적 분위기가 의학의 초점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의료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최근의 추세도, 사람의 본질에 대한 문화적 개념이 변화하고 있는 정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2장에서는 한 시대가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의사의 모습은 아픈 사람과 의사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 인간 상호간의 관계에 대한 사회의 일반적 태도 등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카셀은 이 모든 조건들이 20세기를 통해 꾸준히 변화해왔으므로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이 이에 따라 변해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임을 주장한다.
제3장과 4장에서는 고통의 본질이라는 이 책의 본격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시간이 없는 독자라면 3장부터 읽기 시작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장들에서 '고통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뿐 아니라 이 물음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카셀은 아픈 사람을 물리적·정신적·사회적 차원으로 환원하는 것은 너무 인위적일 뿐 아니라 고통을 해소해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제5장의 주제는 환자-의사의 관계다. 이 장에서 카셀은 "우리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것, 그러한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좌절감, 그리고 그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덕목 등은 모두 의사-환자의 관계에서 유래한다"고 말한다.
의약醫藥, 병약病弱, 고통 등은 모두 질병과 관련된 명시적 또는 묵시적 개념을 전제로 한 말들이다.
따라서 제6장은 어떤 사람이 질병에 걸렸다고 할 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최근 수십 년 동안 질병의 개념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유방암, 폐렴, 관상동맥질환 등을 예로 들면서 그 변화 과정을 살펴본다.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는 줄곧 '인간'의 개념에 대해 논의한다. 계속되는 장들에서는 의사의 기본 책무를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네 가지 책무에는 '무엇이 문제인가'[진단], '어떻게 그런 일이 생겼는가'[원인], '무엇을 할 것인가'[치료], 그리고 '치료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예후] 등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일들이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