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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김도연
열림원 200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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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소설가. 강원도 대관령(평창)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뒤 춘천으로 유학을 떠났다. 고등학교 때 읽은 단 한 권의 소설인 조지 오웰의『1984』는 충격적이었다. 강원대 불문학과에 들어가 시와 소설을 저울질하다가 경쟁률이 약해 보이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졸업 후 주물 공장, 아파트 공사장에서 막일을 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중앙신인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아흔아홉』
소설가. 강원도 대관령(평창)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마친 뒤 춘천으로 유학을 떠났다. 고등학교 때 읽은 단 한 권의 소설인 조지 오웰의『1984』는 충격적이었다. 강원대 불문학과에 들어가 시와 소설을 저울질하다가 경쟁률이 약해 보이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졸업 후 주물 공장, 아파트 공사장에서 막일을 했다. 1991년 강원일보, 199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제1회 중앙신인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소설집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십오야월』 『이별전후사의 재인식』,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아흔아홉』 『마지막 정육점』, 산문집 『눈 이야기』 『영』 『강릉바다』 『패엽경』 『강원도 사전』 등을 펴내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임순례 감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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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93g | 148*210*20mm
ISBN13
9788970635712

책 속으로

“땅끝도 그동안 많이 변했겠지.”
“그렇겠지. 폴, 이렇게 어두운 밤 땅끝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리 같은 사람.”
“우리는 어떤 사람이지?”
“나는 소를 팔러 나왔다가 팔지 못한 사내. 너는 남편 장례를 마치고 도망치듯 떠나온 여자. 그리고 점점 더 복잡해지지. 남자는 그런 여자를…….”
“한마디로 마음의 눈이 멀어가는 사람들이네 뭐.”
“마음의 눈?”
“심안.”
--- 본문 중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꿈길로 접어든 것 같았다. 소가 꾸는 꿈속으로. 소를 깨우려고 소리쳤지만 내 입에서는 헛된 바람만 흘러나왔다. 소는 고인돌 마을의 넓은 울타리 안에다 메리와 나를 가둔 채 영원히 잠든 것만 같았기에 나는 그 사실을 메리에게 알리려고 천근만근 나갈 듯한 걸음을 힘겹게 옮겼다. 그때마다 계절이 변하는 것 같았다. 고인돌들도 밤하늘을 여행하는 외로운 소떼처럼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소가 꾸는 꿈속에 갇혔다고? 근사하네!”
“조금 있음 소도둑들이 또 들이닥칠지도 몰라.”
“……폴, 고작 그 얘길 하려고 이렇게 땀 흘리며 내게 온 거야?”
“아니. 피곤하면…… 저기 보이는 모텔에 가서 쉬다가 나오자고.”
“여기 울타리 안이 소가 꾸는 꿈의 영역이라며?”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의뭉과 누추의 경지…
김도연 소설의 진경

1991년 등단한 이래 『0시의 부에노스아이레스』『십오야월』두 권의 소설집을 펴내며, 동향의 작가 김유정에 비견되는 익살과 의뭉스러운 능청, 넉살 좋은 입심,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하고도 가볍게 몸을 날리는 서사의 전화 등으로 동시대 작가들 사이에서 단연 여유롭고 단단하게 자신의 위치를 다져온 소설가 김도연의 첫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출간되었다.
소 팔러 나왔다가 팔지 못한 사내 폴, 남편 장례를 마치고 도망치듯 떠나온 여자 메리 그리고 의뭉스러운 암소 피터… 이들 셋은 강원도를 떠나 횡성 우시장, 청도, 해남 땅끝, 고창 고인돌 마을, 대천 해수욕장을 거쳐 안국동 조계사로 향한다. 한바탕 시끌벅적한 꿈을 꾼 듯한 이들의 우습고도 기묘한 여정을 김도연은 한 편의 멋진 소설로 탄생시켰다.
시인 박용하는 김도연의 소설들을 일컬어 “화려하지 않고 유려하지 않으며 낯선 것도 아니고 파격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새로움이란 망령에 들떠 있지도 않다”, 단지 “누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누추함’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삶의 의의를 찾아야 하는 소설쓰기에서 김도연 소설을 빛내주는 오롯한 지점이기도 하다. “말의 게걸스러움과 탐욕그러움이 난무하는 시장판에서” 어깃장을 놓는 듯한 소설에 대한 그의 촌스러운 진득함, 아둔함, 순박함, 모질지 못함, 의연함은 그의 첫 장편소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비로소 꾸려놓고 도달한 김도연 소설의 한 진경이라 할 만하다.

구도와 치유로서의 새로운 여행서사의 발견
“소와 함께 어디로 가는 중이야?”
“그냥…… 여행하는 중이야.”
여기 외양간의 쇠똥 치우기가 죽기보다 고역인 강원도 산골의 노총각 ‘나’가 있다. 때는 “꽃이 만발한 봄날”(10쪽) 쇠스랑을 집어던지고 홧김에 5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말하는’ 암소 한 마리를 농용트럭에 태우고 집을 뛰쳐나온다. 횡성 우시장에 가서 소를 팔아버리고 홀가분하게 봄날 꽃구경이나 하며 한 바퀴 돌다 집으로 돌아올 심산으로. 하지만 터무니없이 낮은 소값 때문에 차마 소를 팔지는 못하고 소와 함께 고속도로를 떠돈다. 그길에 접한 옛 친구 피터의 부고. 장례식장에서 만난 칠 년 전 옛사랑 메리, 떠오르는 추억의 고독한 심사, 피터와 폴, 그리고 메리 세 사람이 함께했던 그 여행길을 소와 함께 따르며, “참으로 고약한 봄날 속에 갇힌”(25쪽) 500마일 여행길은 비로소 시작된다.
이 여정은 불교에서 말하는 ‘견성에 이르는 과정’과 닮아 있다. ‘나’는 소와 함께 이 고된 여행길을 함께하며 자신의 심안을 밝혀내간다. 애초에 하필 소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도 그렇거니와 눈먼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 과정에서도 그 함의는 드러난다. 그러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획득한 여행소설의 진가는 그 유유한 여행길에 불쑥불쑥 끼어드는 꿈의 환영, 상상력의 발현이다. 미욱한 삶을 감싸는 거대한 환으로서의 꿈의 은유는 읽는 재미를 더하며 그것 자체로 김도연 소설의 풍미를 더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피터와 폴, 그리고 메리, 그들의 파란만장, 우여곡절을 지켜보며 온갖 난관을 헤치고 흰 소의 등에 타고 피리를 불며 귀가하는 꿈같은 동자승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도 있을 것이다.

풍랑몽(風浪夢), 그 고된 꿈의 기원
“너와 나…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을 꾸었던 거야…”
그들의 한바탕 소동의 길목에는 어김없이 꿈 이야기가 포진한다. “다량의 수면제라도 들어 있는 듯한” 봄 한낮의 날씨는 ‘나’를 종종 꿈속으로 이끈다. 꿈을 깨어도 그것 또한 꿈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는 계속 된다. 소의 몸속으로 내가 들어간 듯하기도 하고 내 몸속에 소가 들어온 듯하기도 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를, 이것이 한갓 꿈속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꿈 이야기. 종당에는 세계가 모두 “소가 꾸는 꿈속”인지도 모를 아스라함만 긴 여운처럼 남는다. 기실 소설이라는 작업 또한 거대하고도 지고한 한 편의 꿈속 이야기가 아닌가. ‘나’가 부르짖는 “다 내 마음이 불러낸 헛것들이야. 이제 그만 돌려보내야 해!”라는 말을 되씹어보지 않더라도 말이다. 김도연 소설의 능청스러운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짐짓 시치미를 떼고 한 편의 꿈을 짓는 듯이 느릿한 어조로 꿈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다. 이만하면 재밌지 않냐고.

“소를 탐내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우리 소를 훔친 꿈이 기억나지 않는단 말입니까?”
“꿈이라뇨? 누구의 꿈을 말하는 겁니까?”
“우리 모두가 같은 꿈을 꿨잖아요!”
--- 본문 중에서

귀로의 발견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가는 길

그들 셋은 그렇게 서울로 향한다. 조계사에 도착한 후 죽은 피터의 천도제를 지내고 살아 있는 소 피터와 함께 집으로 향한다. 그 도중 ‘맙소사’가 불타는, 소도 불타고 나도 불타는 질펀한 꿈 한바탕을 꾸고 소와 함께 들어간 서울 변두리 여인숙에서 강원도 산불 소식에 셋은 잠을 깬다. 그렇게 그들은 “이제 그만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215쪽) 간다.

“폴, 빨리 일어나봐! 맙소사가 불타고 있어!”
텔레비전은 동해안의 산불 소식을 요란하게 전하고 있었다. 소와 함께 들어간 서울 변두리의 여인숙에서 나는 불이 붙은 것만 같은 내 몸을 살피며 불타는 맙소사를 꿈인 듯 들여다보았다. 옆에 앉아 있는 소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바람이 워낙 강해서 소방 헬기도 접근하지 못한다는 산불이었다. 나는 불길에 무너지는 범종각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슬그머니 소를 돌아보았다. 소도 나를 돌아보았다. 메리도 그 눈길에 참여했다. 운동장처럼 넓은 여인숙 방에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려고 애를 썼다.
“이제 그만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 가자.”
말을 맞추기라도 한 듯 우리 셋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말이었다.
--- 본문 중에서

김도연은 한 편의 크고 고된 꿈과도 같은 소설을 놀라운 상상력으로 일구어냈다. 기존 여행서사에서 보이는 상투적인 의미부여, 극복되지 않은 진정성의 억지를 가볍게 뛰어넘어 익살스럽고 능청맞게, 한편으론 결코 손에 잡히지 않지만 아스라하게 남겨지는 황홀몽으로 직조해냈다.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그의 담백한 어조 속에는 소설이라는 꿈의 집을 짓는 그의 부단한 손길이 서성인다. 그의 첫 장편소설『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성취한 결코 녹록지 않은 미덕이 바로 여기에 있다.

추천평

소설가 김도연은 짐승과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다. 개는 물론이려니와 집에서 기르는 소와 돼지, 심지어는 닭과도 일상적으로 얘기를 주고받는다. 믿기 힘든 얘기지만 나는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다.
작년 겨울 차를 몰고 혼자 속초로 가던 밤에 폭설을 만났다. 그야말로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엄청난 눈이었다. 더 이상 운전이 불가능한 마당에 나는 진부에 사는 김도연에게 전화를 걸어 하룻밤 묵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그는 히히 웃으며 얼른 와서 함께 소주나 마시자고 했다. 그날 밤 영동고속도로 아래에 있는 그의 집에 가서 하룻밤을 보냈다. 아침에 깨어나 밖으로 나가보니, 그가 눈구덩이 속에서 누군가와 길게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개와 닭과 돼지 들과 말이다. 알고보니 그 짐승들은 가족의 일원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러니 그들과 여행인들 못 하란 법이 있겠는가.
벚꽃 피는 계절에 그는 소와 함께 집을 나선다. 애초에는 ‘소를 팔아버리고 봄날 꽃구경이나 하려던 여행’이었으나 그는 끝내 소를 놓아주지 못한다. 더불어 이 기묘한 여정에는 과거에 나를 버리고 떠났던 여자가 따라와 동참한다. 그들은 진부를 떠나 청도를 거쳐 옛 추억이 서려 있는 해남 땅끝을 돌아 영암 월출산과 고창 고인돌 마을과 대천 해수욕장을 지나 마침내 서울 한복판으로 입성한다.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안국동 조계사다.
이 소설은 불교에서 견성(見性)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한 <십우도>의 구조와 닮아 있다. 또한 『화엄경』「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동자의 여정과도 흡사하다. 이는 힘겨운 만행을 통해 서서히 자신과 세상을 깨달아가는 ‘점오’의 과정인 동시에 한갓 한나절 ‘소가 꾸는 꿈속의 여정’이기도 하다.
청춘의 막막한 시름과 사랑의 회한을 짊어지고 집을 떠났던 ‘나’는 서울의 누추한 여인숙에서 강원도 산불 소식을 듣고 서둘러 귀가 길에 오른다. 작가가 진술한 대로 ‘세상 길은 다 집으로 가는 길이’며 ‘이제 그만 지지고 볶으러 집으로 가자’는 것이 이 소설의 참 주제일 것이다.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어여뻐 보일뿐더러 그간의 여정이 한 폭의 춘화처럼 선연하게 마음 한복판에 남는다.dd
윤대녕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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