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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배산에 눈이 내리던 날
외딴집 감나무 작은 잎사귀 밀짚잠자리 새해 아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
權正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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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으로 새로이 만나는 작품들!
[빌배산에 눈이 내리던 날]은 1983년 12월 《기독교교육》이란 잡지에 처음 발표된 동화이다. 이 동화를 발표하기 몇 달 전인 1983년 가을, 교회 문간방에 살면서 교회 종지기로 일하며 동화를 썼던 권정생은 비로소 빌배산 아래에 자신만의 집을 짓고 이사를 했다. [새해 아기]에 실린 동화 중 〈빌배산에 눈이 내리던 날〉을 빼놓고는 모두 교회 문간방에서 쓴 것이다. 눈이 펑펑 오는 밤, 심심한 늑대 아이가 사람으로 둔갑하여 사람 아이들이 노는 데 끼어드는 내용의 의인 동화로, 귀엽고 따뜻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외딴집 감나무 작은 잎사귀〉는 1980년 2월 《교사의 벗》이란 잡지에 발표되었다. 가을이 되어 낙엽이 된 감나무 잎사귀는 어서 봄이 와서 작년에 붙어 있었던 감나무 가지에 다시 매달리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목숨은 태어나서 자라면 늙고 늙으면 떠나야 하는 법.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던 감나무 잎사귀는 새봄에 돋아나는 어린 새 잎사귀들을 보며 자신을 “누군가 어디로 데리고 가는” 것을 느낀다. 이 작품은 오랜 유신 독재가 끝나던 시점에 발표되었는데, 권력을 놓지 못하고 어리석은 최후를 맞았던 독재자에 대한 풍자와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밀짚잠자리〉는 1983년 《기독교교육》 7·8월호에 발표되었다. 한 해 여름을 사는 작은 곤충인 밀짚잠자리는 ‘하나님 나라’를 찾아가겠다는 꿈을 안고 높이, 멀리 멀리 날아간다. 세상 구경은 참 재미있지만, 배가 고파 하루살이를 잡아먹었을 때 하루살이들이 “도깨비”라며 기겁하는 모습에 밀짚잠자리는 마음이 아프다. 안타까움을 하소연하는 밀짚잠자리에게 달님은 “세상은 기쁘고 즐겁고, 또 무섭고 슬프기도 하단다”라고 말해 준다. 세상 이치를 한꺼번에 깨달을 리 없는 어린 잠자리는 한참 생각하다가 쌔근쌔근 잠이 든다. 희노애락이란 것이 다 존재하는 세상, 서로 먹고 먹히는 법칙 또한 엄연한 세상 이치임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에 대해 동화 작가로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새해 아기]는 1974년 《여성동아》 1월호에 실렸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 하늘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기대와 축복을 받고 오는지를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 낸 작품이다. 권정생이 어린이들에게 걸었던 큰 기대와 사랑이 여실히 보이는 듯하다. 한없이 소박하지만, 오래도록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 화려한 캐릭터, 고도로 계산된 치밀한 구성으로 눈길을 잡아 끄는 책들이 늘 쏟아져 나오는 이 시대에 1970~80년대 권정생의 작품을 다시 읽는 것은 최소한의 간만 맞춘 투박한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청년 시절부터 병마와 싸워 왔던 권정생이 아이들을 향한 기대와 사랑, 세상에 대한 희망과 낙관을 담아서 힘들게 써내려갔을 문장들을 다시 음미하는 일은 우리가 잊지 말고 살아야 할 덕목들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아무런 기교 없이, 진심을 전함으로써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동화의 본질, 권정생 동화집 《새해 아기》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