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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세계화'의 채찍, 중국 등짝을 후려쳤는가
02. 모두가 흘러가 버린 일, '마오쩌둥'은 거슬러 오는가 03. 우연히 만난 주점 '쿵이지', 술청에선 루쉰이 나를 부르네 04. '아큐'는 죽지 않았다 05. 경극 한 자락에 꿈길을 걷네 06. 한가함 노래한 린위탕, 이제 와 그를 그리네 07. 길 없는 곳서 '꽃 밝은 마을' 찾고 있네 08. '강호'가 어드메뇨 09. 중국 인구 왜 세계 최고? 이유 있는 '뻥' 들어 보소 10. 중국문화의 궁전 '홍루몽' 11. '농민공'의 땀을 먹고사는 11억 명 12. 베이징의 소호 '다산쯔' 13. 삼국지에서 유민을 읽다, '차이나 느와르' 14. 천하 내놔라, 미국 겨누는 중국 15. '손오공' 싸움에서 이긴 부처가 되다 16. 산전, 수전, 공중전 해도 '심전'이 최고! 17. 때를 알아야 인생이 핀다 18. 여유를 부르는 아련한 '차'의 매력 19. 요즘 뜨는 유행어는 '공자님 말씀' 20. 저 공원에 '장자'가 환생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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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중국에 갔을 때는 한중 수교 직후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당시 중국은 이중가격제도를 채택하고 있었고 외국인은 공식적으로 달러와 바꾼 외화태환권(FEC)이라는 화폐를 사용해야 했으며 식량배급표가 존재하는 등, 개혁 개방 정책을 펼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주의의 '유풍유속'이 많이 남아 있었다. 국영상점에서 일하는 점원들은 거스름돈을 던져 주는 경우가 많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밤이 되면 특히 답답했다. 문을 연 술집이나 상점이 드물었고 거리는 아주 어두웠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도 칠흑 같았던 거리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처음에는, 입에 맞지 않는 음식만큼 모든 것이 적응하기가 힘들고 불편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 시간과의 경쟁에 쫓기며 살아온 나에게 '만만디'의 자세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국인의 모습은 묘한 만족감을 안겨 주었다. (중략)
'변하는 중국과 변하지 않는 중국'이라는 관점으로 중국이라는 크고 두꺼운 '책'을 읽어 내고자 했던 애초의 의도가 얼마나 성공했는지 알 수 없다. 아무쪼록 이 책이 변하지 않는 옛중국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변하는 현대중국에 대한 관심을, 변하는 현대중국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변하지 않는 옛중국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를 기대해 본다. --- 작가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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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아큐'는 죽지 않았다
TV 채널 파도타기를 하다 <포레스트 검프>를 보았다. 다른 날 같았으면 그냥 다른 채널로 돌려 버렸을 텐데 그날따라 마침 영화가 막 시작될 때인 데다가 왠지 가볍게 머리 좀 식히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어떤 걸 가질지 아무도 알 수 없어." TV는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혹 재미있는 프로가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어. 그래 일단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렇지만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영화를 보는 동안 루쉰의 <아큐정전> 생각이 났다. 왜냐하면 포레스트 검프가 미국의 아큐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니 아큐보다 더 황당했다. 아큐가 언제 미국에 건너간 거야?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혹시 하는 마음으로 <포레스트 검프>의 중국판 제목을 찾아보니 역시 <아감정전阿甘正傳>이었다. 이 영화의 중국판 제목을 붙인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었다. 아큐는 중국의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고, 아큐정신, 정신승리법 같은 말은 일상어가 될 정도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고 보니 <아감정전>1994 이전에 <아비정전>阿飛正傳, 1990이라는 왕자웨이王家衛의 영화도 있었지. 아큐정전 삼부작? 여기서 아阿는 중국인들이 성이나 이름 앞에 붙여 친근감을 나타내는 글자로, '아감'이란 포레스트 검프에서 성姓인 검프에 아를 붙여 친근하게 만든 호칭이다. 이처럼 가끔 알고 있는 영화를 중국에서 어떻게 제목을 붙였나 확인해 보곤 하는데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엽기적인 그녀>는 <야만여우野蠻女友>, <매트릭스>는 <흑색제국黑色帝國>, <주홍글씨>는 아주 심플하게 그냥 <홍자紅字> 같은 식이다. 이번엔 거꾸로 아큐정전의 영어 제목을 찾아보았다. <아큐의 진짜 이야기The true story of Ah Q>였다. 아큐는 실존인물이 아니므로 아큐에 대한 진짜 이야기가 존재할 수 없지만 루쉰이 익살스럽게 정전正傳이라고 한 것을 직역한 것이다. 좌우간 <포레스트 검프>는 나로 하여금 '포레스트스럽게' 아큐정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12. 베이징의 '소호' 다산쯔 만리장성 다음으로 가 보고 싶은 곳 베이징의 '798 예술구' 혹은 '다산쯔 예술구'는 요 몇 년 사이에 급격히 부상한 지역으로, 간단하게 말하면 뉴욕의 소호 같은 곳이다. 외국인특히 서양인들에게 특히 유명한데, 베이징을 여행할 때 고궁과 만리장성 다음으로 가 보고 싶은 곳이라는 말도 있다. 근자에 우리 언론에도 이곳에서 열린 행사 소식이 심심치 않게 실리곤 해서 나도 베이징에 가게 되면 한번 가 봐야지 하던 중이었다. 우리나라의 몇몇 화랑들도 진출해 있다. 수도 국제공항에서 베이징 시내로 들어오는 입구에 '베이징을 바라본다'는 뜻의 왕징望京이라는 곳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밀집해 살고 있는 이곳에서 다산쯔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곳은 현재 '798 예술구' 혹은 '다산쯔 예술구'라 불리지만 전에는 '718 롄허창聯合廠'이라고 하던 지역으로 798, 797, 718, 707, 706 등 7자 돌림의 국영공장이 여러 개 모여 있던 공장지대였다. 다산쯔는 이들 공장이 있던 지역의 이름이다. (중략) 계획경제 시대의 시스템에 맞게 만들어진 이들 생산공장들은 90년대 이후 시장경제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한때 2만 명이 넘던 798공장의 노동자들도 대량으로 실직하게 된다. 그리하여 가동이 중단된 빈 공장을 예술가들에게 임대하기 시작했다. 시 중심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가, 공장의 빈 공간은 특히 조각가들이 작업을 하기 좋게 넓고 천장이 높았으며, 더구나 임대료가 비싸지 않았기에 예술가들은 이곳을 선호했다. 17. 때를 알아야 인생이 핀다 옛날에 두 사람이 아주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한 사람이 사칠은 이십칠이라고 하자 다른 한 사람이 사칠은 이십팔이라고 바로 잡아 주었다. 그런데 사칠이 이십칠이라고 한 사람이 자기 주장을 끝끝내 굽히지 않자 두 사람은 계속 싸우게 된 것이다. 결국 고을 원님에게 가서 사실을 가리게 되었다. 그런데 고을 원님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사칠이 이십칠이라고 한 사람은 무죄석방하고, 사칠이 이십팔이라고 한 사람에게는 곤장 수십 대를 치라고 판결을 내렸다. 나중에 곤장을 맞은 이가 이 판결에 대해 따져 물었다. 도대체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그러자 고을 원님의 답인즉, "사칠이 이십칠이라고 주장할 정도로 멍청한 놈과 끝끝내 싸우는 사람이 더 멍청한 놈이니 널 때리지 않으면 누굴 때리겠느냐?"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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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차이나' 한 상 가득이오!
'중국' 하면 생각나는 것들. 커다란 땅덩이만큼이나 많은 사람과 짝퉁과 뻥의 나라, 지저분하고 이해 안 되는 사건들, 천안문, 만리장성, 황허강 등 교과서 속 명소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품은 미래의 경제대국, 영문학과를 제치고 당당히 1위에 등극한 중국 관련학과의 인기, 동북공정 등등. 이처럼 중국은 우리에게 그리 신선하지 않은 교과서 속 나라이자, 비합리적이고 비위생적인 부정적 인상의 나라, 상당 부분은 경쟁해야 할 나라의 이미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인지 뉴욕, 파리, 런던, 도쿄 등에 대해서는 20대의 파릇한 젊은이의 배낭 여행기에서부터 지식인들의 문화적이고 철학적인 사색과 성찰의 글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의 베이징에 대해서는 더 알고 싶은 것도, 낭만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별로 없어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중 부산의 바닷바람을 맞고 사는 한 학자가 나섰다. 이 학자는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무척이나 흥미로운 글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과거의 역사에만 익숙해 있던 우리에게 근현대의 중국 역사를 얘기하더니, 키득키득 웃음 짓게 만드는 일화에다, 영화 잡지에서 볼 법한 재미난 영화 이야기에, 사대기서와 같은 고전을 엮어, 현대 중국인의 생활상과 고뇌까지 버무려 낸다. 솔직한 감성을 양념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맛깔 나는 중국 이야기를 한 상 가득 차려 내니, 그 맛이 일품이다. 글쓰기라는 '강호'의 달인 호방한 기운이 느껴지는 '강호'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필자는 소위 글쓰기라는 '강호'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술술 글을 써내지는 못한다. 한 글자 한 글자, 한 문장 한 문장에 어찌나 땀을 쏟는지, 그 정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은 남다르다. 단지 고사성어 하나에 마침표를 붙여 문장 사이에 끼웠을 뿐인데,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 띵하다. 그 여운이 온 가슴을 훑고 내려가 파장을 만들어 낸다. 그가 휘두르는 문사철의 칼날에 중국이 뼈 하나 다치지 않고 해부되고 만다. 글을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일이란, 자고로 이런 맛이어야 하리라. 진정한 달인의 등극에, 여느 나라 못지않은 세련미와 함께 진지한 성찰이 중국이란 나라에 묻어 온다. 그로 인해 중국에 무심했던 사람도 중국을 다시 보게 된다. 얼큰한 술 한잔에 친구가 되듯 이 책은 변하지 않는 옛중국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변하는 현대중국에 대한 관심을, 변하는 현대중국에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변하지 않는 옛중국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켜 줄 것이다. 아니, 더 나아가 '중국'에 대한 관심이 없던 독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서먹하던 친구와 밤새 얼큰하게 취하여 속마음을 꺼내 놓은 기억이 있는지……. 눈빛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게 되는 그 순간의 기쁨. 이 책은 우리에게 '중국'을 그런 친구로 만들어 놓는다. '이 또한 유쾌한 일이 아니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