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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외롭게 일본어 수업 밸런타인 피아노 콩쿠르 일요일 저녁 바다 작별 길 가득하게 칭찬 90년대 작가 독서 쿼터제 어른스럽게 이십대 봄날 양지 젠틀맨 로스큰, 롤, 무시스 무죄 우정 전쟁 어머니 자연스럽게 망치와 못 균열 항해 단칸방 고향 복사본 비대칭 소설 시인 사랑스럽게 매혹 탐닉 배신 반목 흔적 만우절 뼈아프게 소녀 아이 궁녀 남자 쿨 요부 사치 당혹스럽게 장남 동화 아침 쇼핑 장난 성 짐승 |
鄭梨賢
정이현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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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었던 책을 또다시 꺼내어 읽었을 때, 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새로 발견하는 것만큼 신비로운 경험도 드물다. 이 경우, 책 속에 길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여정 위에 책이 놓여 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 pp.65-66 가끔 그때가 생각난다. 94년, PC통신의 채팅방을 들락거리던 시절. 어디에도 하지 못한 얘기를 낯선 ID에게 털어놓곤 했다. 비밀이란 돌이켜보면 별것도 아니어서, 친구들이 모두 남처럼 느껴져요, 라거나 저는 너무 이기적인 아이여서 평생 아무도 사랑하지 못할 거예요, 같은 몹시 간지러운 대사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때 내가 정한 나의 ID는 myself였다. 그렇게라도 내가 누구인지 확인받고 싶었나 보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고 싶었나 보다. 그때 나에게 힘내세요, 괜찮아요, 선의를 베풀어주던 사람들. 컴퓨터 앞에 웅크리고 앉은 그들의 뒷모습에 대해 언젠가는 정말 내 손으로 쓸 수 있을까? “난 여기 생활이 인터넷 채팅하는 것처럼 느껴져”라고 고토가 고백했을 때, 내가 조금 울었던 이유는 어쩌면 그것이다. --- p.78 우리들은 도시락상자 혹은 관棺처럼 생긴 하드디스크 하나씩을 깊숙한 곳에 숨기고 삽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별 모양 드라이버로 컴퓨터를 열고 ‘고요하기 그지없는 은색 거울 같은 원반’을 꺼내어 아무도 못 보게 찍찍 긁어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친구를 다들 가지고 있을까요?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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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사랑을 위해 쓴 『풍선』, 외로운 너를 위해 쓴 『작별』
『풍선』에는 영화와 드라마를 비롯한 문화 현상, 작가의 유년과 청춘 시절, 생활 주변의 진실된 이야기를 담았다. 나이를 더 먹어도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숙한 인간’이라 느낀다는 작가는, 솔직한 느낌과 눈빛으로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이 시대 젊은이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작별』에는 소설 작업 뒷이야기와 소설가로서의 고민, 그리고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내놓은 공감의 언어들이 실려 있다. 작가는 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냉소와 위악을 무기로 발칙한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었고, 소설 『오늘의 거짓말』에서 윤리적 감각과 따뜻한 시선으로 사람과 사람살이의 숨은 결들을 보다 세심하게 바라보고 보듬기 시작했다. 그 소설집 사이의 성장과 변화의 시간을 어떤 경험과 사색으로 채워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진솔한 산문집의 내용이다. 『작별』에는 49편의 글이 실려 있다. 문학하는 자로서의 자의식이 담긴 글 편과, 책들을 읽은 뒤 느낀 감상들이다.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 백 편의 글을 읽는 작가의 이야기이자, 외로움을 지탱하기 위해 읽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1부 외롭게와 2부 가득하게에는 이 시대 촉망받는 아이콘이 된 작가 정이현을 이해하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글들이 모여 있다. 작가가 자신의 성장 과정과 생활철학을 직접 이야기한다. 책을 많이 읽어 칭찬을 받던, 느닷없이 피아노 콩쿠르에 나갔던 어린 시절, 밸런타인데이에 취업공부를 하던 도서관 풍경, 그리고 작가가 된 지금, 싱글의 여성으로서 일요일에도 쉬지 않고 작업하다 혼자 저녁을 먹어야 할 때의 자의식, 혼자 떠난 여행과 길 이야기, 작업실을 옮긴 이야기, 그리고 일본어 수업을 받으며 생각한 모국어로 문학을 하는 것에 대하여, 『오늘의 거짓말』 창작 노트 겸 작가의 세대 의식에 대한 설명과 성찰, 한국 문학에 대한 제언 등이 담겨 있다. 모국어로 문학을 하는 것은 고통스런 쾌락이거나 행복한 좌절이다. 배냇저고리의 달콤한 젖비린내와, 시속 2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의 차가운 쇳내가 계통 없이 뒤섞여 흔들리는 한가운데에, 오도카니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황금왕궁을 두고 나온 거지왕자처럼 나는 언제나 말에 굶주렸으나 또한 말 속에서 질식할 것 같아 코를 움켜쥐곤 했다. 내 손으로 포획하여 가두어둔 언어들을 내 힘으로 감당하지 못해 낑낑거렸다.(22~23쪽) 소설은, 무대의 이전과 무대의 이후에서 씌어진다. 그러나 동시에, 쓰는 이를 영원히 무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한다. 무대의 뒤편, 혹은 무대의 한복판. 이 아이러니가 소설가에게 비애인지 쾌락인지 환멸인지 잘 모르겠다. 비애와 쾌락과 환멸이 각각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 어쩌면 그것만이, 앞으로 계속 소설을 쓰고 싶은 이유다.(33쪽) 그제서야 나는 이 복잡한 세상이 유지되는 비밀을 저절로 깨달은 것이다. 일요일 저녁을 혼자 먹고 싶지 않아 사람들은 결혼을 한다!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리고 돈을 벌고 세금을 내고, 그리고 어른이 된다! 아아, 그 위대하고 통속적인 힘, 일요일의 저녁식사. 소설 「타인의 고독」의 한 장면은 어쩌면 그 자리에서 잉태되었다.(35쪽) 3부 어른스럽게, 4부 자연스럽게, 5부 사랑스럽게, 6부 뼈아프게, 7부 당혹스럽게에는 각각 성장통, 삶과 문학, 우정과 사랑, 사회와 역사, 행복과 고통에 관한 글들이 ‘책을 매개’로 펼쳐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