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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on Miura,みうら しをん,三浦 しを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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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로맨스 소설이란, 전부 ‘판타지’다. 아름다운 용모에, 의지가 강하고, 순결하며, 심지가 곧은 공주가 잘생기고 야성적이며 과거가 있으나 내면은 부드럽고 상냥한 기사와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왜곡된 짝사랑으로 불필요한 참견을 하는 악역으로부터 농락을 당하고, 사사로운 오해로 서로의 감정이 어긋나지만, 옥신각신한 끝에 충실한 부하나 하녀의 도움으로 무사히 갈등이 해결돼 마침내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해피엔드.
--- p. 30 그렇다……. 해서는 안 될 짓을 끝내 저지르고 말았다. 어쩌지. 그도 그럴 것이, 아리에노르가 지나치게 행동이 굼뜬 여주인공이어서 답답한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산적 토벌 현장으로 아리에노르가 달려가 워릭이 살인을 하는 현장을 목격’한다는 장면을 날조해버린 것이다! 워릭 무사함, 산적 전원 소탕. 좋아, 순조로운 초야의 정사 장면보다 이쪽이 더 나을 거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 p. 118 하하하, 저질러버렸다. 드디어 워릭을 죽이고 말았다. 가차 없이 죽인 거다, 내 마음대로. “죽이고 말았다아!” 소리를 질러 보아도 소용이 없다. 이미 문장화 되어버린 일이다. 아, 어쩌지. 왜 이 지경이 된 걸까. 원서에서는 워릭과 아리에노르는 해피엔드이다. 그런데 중도에서 남자 주인공을 죽여서 어쩌겠다는 심산인지. 이것은 더 이상 번역이 아니다. 완전히 나의 창작물이 되어가고 있다. --- p.165 ‘연애소설’이라는 의뢰를 받고 능력도 없는 내가 연애 능력을 쥐어짜가며 이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왠지 ‘불타오르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 되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연인’은 ‘술에 취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서글픈 마음에 휴대전화로 무심코 전화를 걸 수 있는 상대’이다. “미안, 벌써 잤어? 왠지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라고 해보기도 하고(희망사항). 남녀 간 사랑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나는 모르겠다. 신선한 전개나 경이로운 결말이 넓은 세상 어느 곳에 존재하기는 할까?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주 이해하기 쉬운 ‘연애의 종착지(=결혼)’에 대한 양면적인 감정이 내가 애호하는 로맨스 소설의 경향과 이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작가 후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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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듯한 일정에 맞춰서 중세 기사와 귀족 아가씨가 등장하는 소설을 번역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주인공 아카리. 그러나 6년 동안 사귀어온 오랜 연인 칸나가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고 네팔에 간다고 선언하면서 평온하던 그녀의 일상은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현실 세계에서 삐걱거리는 연애 때문에 심란한 아카리가 별 것도 아닌 일로 오해와 반목을 거듭하는 로맨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머지 결국 남자 주인공을 죽이고 만 것이다. 원작과는 달리 제멋대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래선 안 된다고 자책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한번 날조된 소설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현실에서의 아카리와 칸나의 연애 또한 출구를 찾지 못하고 혼란 속에 빠져들고 만다. 중세와 현재, 소설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지는 네 남녀의 이야기가 미우라 시온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체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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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인물
아카리_ 로맨스 소설 전문번역자이지만 현실과 소설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인 면도 있다. 오랜 연인인 칸나와는 반 동거 상태로 지내지만 서로 미래에 대해서는 어떤 약속도 하지 않은 상태. 칸나가 언젠가는 훌쩍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던 중 그의 갑작스런 네팔 행 선언으로 혼란에 빠져버린다. 칸나_ 아카리의 남자친구. 요리 잘 하고 자상하고 다정하지만 한 직장에 오래 다니지 못하고 현실감각이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함때 야구선수를 꿈꿨지만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아픔을 갖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네팔 행을 선언한다. 아리에노르_ 아카리가 번역하는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 왕의 명령으로 전쟁에서 큰 성공을 거둔 워릭과 정략결혼을 한다. 처음엔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 주인공처럼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아카리의 펜 끝에서 주체적인 모습으로 재창조된다. 워릭_ 몰락한 귀족 출신이지만 전쟁에서 큰 공을 거둬 아리에노르와 결혼하고 성의 영주가 된다. 로맨스 소설의 남자주인공으로 아리에노르와의 행복한 결혼이 예정되어 있지만 아카리의 날조로 인해 작품 속에서 쓸쓸히 퇴장하게 되는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산도스_ 바이킹이었으나 워릭과 만나게 되면서 공을 세우고 기사 작위도 받았다. 로맨스 소설에 등장하는 남녀주인공을 돕는 전형적인 조언자였지만, 아리에노르가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에서 탈피하게 되면서 순식간에 작품 속에서 주연급으로 신분상승을 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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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대부분의 로맨스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뻔한 결말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동화 같은 해피엔딩이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심장을 꿰뚫는 전율 같은 첫 만남, 앞뒤 안 보고 모든 걸 내던질 수 있는 사랑 같은 것들이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뿐 실제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실의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 사랑의 종착지란 과연 어디일까? 미우라 시온의 첫 번째 연애소설 『로맨스 소설의 7일』은 바로 이런 소박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번역가인 주인공 아카리는 로맨스 소설을 번역하다가 결말이 뻔한 진부한 스토리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결국 원작을 날조하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오랫동안 사귄 남자 친구 칸나가 아무 예고도 없이 회사에 사직서를 낸 것도 모자라 2년 동안 여행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원인이었다. 아카리는 남자 친구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애꿎은 원작의 남자 주인공을 제멋대로 죽여 사적인 감정을 분출하고, 소설은 원작과는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2006년 제135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미우라 시온은 일본 문단에서는 “현재 일본에서 인간을 묘사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젊은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화적인 상상력과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그리고 발랄하고 톡톡 튀는 문장으로 모든 것이 불안하지만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이십대 청춘들의 모습을 제대로 묘사해온 미우라 시온. 그녀는 『로맨스 소설의 7일』에서도 칸나와 아카리라는 이십대 청춘 남녀를 통해 사랑과 연애에 대한 그녀만의 독특하고 색다른 시각을 어김없이 보여준다. 주인공 아카리가 로맨스 소설을 번역하며 겪게 되는 7일간을 다룬 이 소설은 중세와 현대를 넘나드는 신선한 발상과 읽는 내내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섬세한 관찰력으로 인해 결말에 다다를 즈음에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