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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I 말리 : 옷감 짜기, 말하기, 민영화하기 ‘소이’라는 단어 | CMDT의 나라 | 쿠티알라 | 부르키나에서 얻은 교훈 | 페티시스트 | 바마코 | 중고 의류는 저주나 받아라! II 미국 : 로비 활동에 영광을! 모든 것이 결정되는 도시 워싱턴 | 유령들과 위대한 신 | 메두사들과 더불어 | 개, 기계 말, 그리고 바람 | 세계적인 수도 III 브라질 : 미래의 농장 마투그로수 | 진보로 인한 현기증 | 거물 코디네이터 | 우리는 중국이 두렵지 않소 IV 이집트 : 부드러움에 대하여 무함마드 엘 호세이니 엘 아카드 | 스페인 기차 | 찬란한 모자이크 | 앙프뢰르 씨와 보낸 오후 | 가족의 효용성 V 우즈베키스탄 : 눈이 가져다준 선물 훌륭한 교수법 | 낭만적Ⅰ | 낭만적 II | 타타르학 | 아흐메도프 씨 | 눈이 가져다준 선물 | 중앙아시아에서 돈이 유통되는 방식에 대한 간략한 설명 | 기다림의 나라 | 호킴과 토이 | 이고르 비탈리에비치 사비츠키 | 죽어 버린 아랄 해 | 지정학 VI 중국 : 공산주의식 자본주의 상처 입은 농촌 | 세계적인 양말의 도시 | 호평 받는 품질 | 불타는 기업가 정신 | 결별 | 미래를 생각하기 VII 프랑스 : 최일선 맺는말 : 돌아온 정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Erik Orse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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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 아니게 농업 종사자들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는 식량 원조가 미래의 기근이라는 고질을 배태하고 있듯이, 의류 기증 역시 지역 생산 경제를 망친다. 북구 지역 자선단체들과의 교묘한 공모를 통해서 중국 의류 산업은 말리에 섬유업이 태동될 수 있는 씨를 말렸다.
1970년대에 아프리카 서부와 중부 지역 국가들은 제사와 제직 공장들을 세우기 위해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유치 계획을 벌였다. 그러나 실제로 투자를 한 사람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왔던 사람들마저도 한 명도 남김없이 모두 떠나 버렸다. 중고 의류(시장 점유율 25퍼센트)가 아니더라도, 관세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아시아 수출품에 어떻게 당해 낼 수 있겠는가? 더구나 아프리카 나라의 멋쟁이들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직물이 아니라 네덜란드산 직물로 옷을 해 입어야 직성이 풀리니, 어떻게 고급 직물 산업을 키울 수 있겠는가? 오직 가나만이 ‘국산품 애용’을 의무로 삼아 자랑스럽게 실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오히려 외제 옷을 입어야 자랑하고 행세하는 형편이다.(50-51쪽) 우즈베키스탄은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는 ‘백색 황금’을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유리하게 잘 이용하는 나라다. 터키 사람들이 경영하는 자국의 섬유 산업을 위해서는 극히 적은 양(20퍼센트 미만)의 목화만을 할애한다. 나머지, 즉 80만 톤의 목화는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으로 분배된다. 최근에 거래소가 문을 열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국제 기구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장담하건대, 우즈베키스탄의 거래소는 앞으로도 오래도록 아주 미미한 양의 교역만을 다루게 될 것이 확실하다. 면화는 석유가 아니다. 하지만 국가 간의 힘겨루기에 이용된다는 면에서는 석유와 다르지 않다.(242-243쪽) ‘적정 가격’, ‘공정’ 무역……. 이 같은 목표를 어떻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누가 정한 가격이 적정한 가격이며, 이 같은 윤리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원칙에 따라야 하는가? 아마도 우리들 대부분은 목화 값을 조금 비싸게 내더라도 그렇게 함으로써 아프리카 여러 나라의 농부들이 좀 더 많은 돈을 벌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태세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할 경우 브라질의 농업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일하는 방식이 ‘공정’ 무역 방식에서 인정하는 방식이 아닌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자기 잘못이 아닌 이 ‘잘못’ 때문에 아프리카 농부와는 달리 브라질 농업 노동자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돌아가면 안 된다는 말인가? 또 어린이들의 노동 문제는 어떤가? 아프리카에서 면화를 수확하는 방식(“아, 가족 간의 유대감이 대단하군요!”)에 대해서는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우즈베키스탄의 수확 방식(“어쩔 수 없어, 구소련의 독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니까!”)은 강제 노동이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해도 좋은가? ‘공정 무역’이라는 아이디어 덕분에 푼돈을 주고 윤리를 살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렇게 한다고 해서 경제 활동 자체가 비폭력적으로 변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어떤 분야에서 ‘공정성’을 추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 분야에 대해서 좀 더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그렇다면 벌써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양심적인 무역 거래에 대한 의식이 눈뜰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부단체들의 노력 덕분에 최근 들어 공정 무역은 국가 간의 거래에서 차츰 목소리를 높여 가고 있다.(296-297쪽)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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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상용어가 된 ‘세계화’, 목화에서부터 다시 보다
어쩌면 이제 세계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진부한 짓일지도 모른다. 처음 ‘세계화’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도, 많은 이들이 그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반대했을 때도 누구도 ‘세계화’가 그렇게 말로만 남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을 지배하는 자본주의식 세계화의 흐름은 막강하고 도도해서, 미미하게나마 속도를 늦출 수는 있을지언정 멈추게 할 수는 없다. 이제는 어제 할리우드 스타가 몸에 걸었던 장신구가 내일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어 인터넷 쇼핑몰을 달군다. 세계화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우리의 의식주 속에서 전 세계 브랜드의 풍성함을 수놓는다. 우리는 프랑스산 머리 장신구를 두르고, 미국 목화로 중국에서 만든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 돈을 좀 쓴다면 이탈리아의 장인이 만든 구두를 신을 수도 있고, 동남아시아 어딘가에서 만든 고급 운동화를 신을 수도 있다. 내 안에 지구가 들어서는 순간이다. 우리는 저렴한 가격과 고급한 품질 사이를 오가며 전 세계의 시장을 누빌 수 있다. 세계화는 걱정한 것만큼 나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책 『코튼로드』의 저자 에릭 오르세나는 여기에서 물음표를 던진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전 세계의 사람들 모두가 생활로 받아들이는 이 세계화가 정말 옳은 것인지 잘되고 있는 것인지. 그는 우리 모두의 가까이에 있으며 생활 전반에 두루 쓰이는 천연 자원 목화를 가지고 그 자신만의 탐색을 시작한다. 딱딱한 이론과 학술적 내용에서 벗어나 인문학자의 깊이로 세계화를 성찰하다 에릭 오르세나는 세계화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함부로 속단하거나 판단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는 유전자 변형을 무조건적으로 긍정하는 과학자와 토론하기도 하고, 그 대척점에서 대안을 강구하는 학자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미국의 지원 사업을 주관하는 NCC의 회장과 인터뷰하기도 하고, 궁지에 몰린 말리의 대통령이나 성공한 민영화에 공헌한 농부의 따끔한 고언을 기억하기도 한다. 에릭 오르세나의 시선은 목화에만 집중되어 있다기보다 목화를 둘러싼 사람과 자연에 퍼져 있다. 문학가이기도 한 그의 글은 놀랍고도 정확한 수치들을 들이대며 이해를 구하는 쪽이 아니라, 엘비스 프레슬리와 말리의 신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여행기에 가깝다. 그의 글은 재치와 유머가 넘치며, 문학적인 은유와 감성이 가득하다. 이 책 『코튼로드』에서 그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정직하게 자신이 느낀 바를 토로한다. 미국의 지원 정책을 불공정하다고 말하면서도 어째서 그런 보호를 받고 있는 미국의 목화 생산 농민이 부자가 아닌지 궁금해하고, 우즈베키스탄의 목화 생산을 위한 인구 동원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중국 다탕의 가족 중심 노동이나 말리의 가족 중심 농업을 자연스럽게 보는 시선에 혼란스러워하며, 전 세계를 위협하는 중국 시장 노동자들의 환경과 임금에 당혹해하면서도 프랑스의 목화 관련 사업자들의 상태를 안타까워한다. 그의 이 망설임과 혼란이야말로 ‘세계화’에 대한 의문이다. 자본주의 강대국에서 내세우는 ‘세계화’가 정말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을 잘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다 같이 잘사는 데에는 오로지 ‘세계화’라는 답밖에 없는가. 획일적인 기준으로 모든 사람을 달리게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에릭 오르세나가 「맺는말」에서 갈등하듯, 세계화의 앞에는 다층적이고도 다면적인 문제가 수도 없이 노정되어 있다. 거기에는 지구도 있고, 국가도 있고, 가족도 있고, 사람도 있고, 또 자연이 있다. 따라서 『코튼로드』에서 드러나는 세계화의 문제는 비단 우리와 상관없는 바깥 세상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역시 세계화의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이 책에서 다루는 각국의 이야기도 그리 낯설지 않다.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우리 역시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많은 갈등을 빚게 될 것이다. 말리나 브라질의 상황이 우리와 상관이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세계화의 여파는 말 그대로 세계 곳곳에 미치게 마련이다. 목화는 그 솜은 몹시 부드럽고 폭신폭신하지만, 수확기의 잎은 손가락을 자를 정도로 날카롭다고 한다. 『코튼로드』도 그렇다. 에릭 오르세나의 글은 유려하고 부드럽지만, 그가 말하는 세계화의 비밀들은 날카로운 날과도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