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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Marc Rei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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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Mon Papa」―실업자에 술주정뱅이인 구제 불능의 아빠와, 아이 낳는 기계이자 부엌데기이며 성적 특징이라고는 전혀 없는 불행한 엄마, 전쟁 불구자인 삼촌과 이기적이고 냉담한 동네 사람들의 삶이 어린 꼬마 주인공의 시선으로 담담하나 끔찍하게 서술되어 있다. 이 작품 속에서 가정이란 행복의 성소가 아니라 은폐된 불행의 장소, 붕괴 일로에 있는 비참하고 우울한 허위의식의 장소이다.
「빨간 귀Les Oreilles Rouges」―늘 부모나 선생으로부터 뺨을 얻어맞아 <빨간 귀>란 별명이 붙은 주인공 소년은 성인용 포르노 잡지를 몰래 보다 들키기도 하고 우연히 목격한 부모님의 벌거벗은 몸을 시커먼 성기와 함께 그리다가 야단맞기도 한다. 이 책에는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강요되는 온갖 금기들이 그야말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멍청하게 치켜 뜬 눈에, 공부나 생산적인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오직 성적인 호기심과 악동 같은 짓궂은 장난에만 열을 올리는 이 <빨간 귀>의 하루는 이처럼 기성 사회와 도덕 질서에 의해 뺨을 얻어맞는 것으로 끝이 난다. 「원시인Tam-Tam」―어수룩하고 미련하며 잔인한, 그러나 평화롭고 자족적인 동물들과 원시인들 세계를 담은 작품으로, 궁극적으로는 문명 세계 혹은 서구 식민주의의 행태가 얼마나 극악하고 이기적이며 폭력적인가를 드러내는 탁월한 풍자만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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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르는 심판하려 들지 않았다. 그는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 그 악의 없는 괴물들을 사랑했다. -카반나
<가장 천재적으로 만화의 풍자 정신을 잘 구현해 낸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레제르의 만화 모음집 『레제르 1, 2―레제르 만화 컬렉션』가 열린책들의 본격 예술 전문 출판사인 미메시스에서 출간됐다. 프랑스 최고의 만화가로 인정받는 레제르의 만화는 또 다른 프랑스어권(벨기에) 만화가인 에르제처럼 <명료한 선>이 아니라 바람같이 빠른 필치로 사물의 본질과 그 기(氣)를 잡아내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다소 거칠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다이내믹한 선은 인간 조건과 일상 현실을 바라보는 레제르의 터무니없고 기상천외하고 반어적인 시선을 표현해 내는 데 아주 적합하다. 그의 예술이 지닌 가장 큰 덕목이라면, 인간이라는 동물이자 괴물을 일체의 가식 없이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사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의 미학은 아름다움의 미학이 아닌 추함의 미학이며, 추악함과 허위의식을 통해 인간 조건의 모순을 반사하는 역설과 반어법의 미학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레제르 자신이 직접 <나는 미를 사랑하기 때문에 최악을 그린다Je dessine le pire parce que j’aime le beau>라고 말하기도 했다. 레제르가 한창 활동하던 시절은 프랑스 현대사에서 가장 굴곡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68혁명을 통해 그동안 오랫동안 정권을 잡았던 드골 장군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으며, 프랑스 사회는 전반적인 변화를 겪는다. 이 시기를 살아 낸 레제르 역시 남다른 관찰력과 극도로 단순하게 사태를 정리하는 능력으로 1960~1970년대 프랑스의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만화로 잘 구현해 냈다. 그의 만화 작품 속에 깊이 배어 있는 어둡고 무정부적인 유머는 당시의 세태와, 프랑스 민중들과 지식인들의 정서 흐름을 미학적으로 잘 반영한 것이다. 『레제르』 1권에는 몇 년 전 단권으로 선보였던 「우리 아빠」,「빨간 귀」,「원시인 1, 2」가, 2권에는 새로이 선보이는 「하나같이 못났어」,「지저분한 뚱땡이」,「여자 만세!」,「끝내주는 세상」이 엮였다. 통통 튀는 제목만큼이나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실소를 일으키는 레제르의 만화는 웃기는 세상, 꽉 막힌 세상을 향해 말없는 야유와 통쾌한 폭로를 퍼부으면서 모순적인 인간 조건을 새롭게 조명한다. 책의 말미에는 미술 평론가이자 만화 평론가인 성완경, 만화가 박수동을 비롯하여 현태준, 김진태, 이강훈의 짧은 평론이 실려 있어 레제르와 레제르의 만화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