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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나이프
제2장 후까시 제3장 콤플렉스 제4장 발푸르기스의 밤 제5장 키싱 피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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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대가리의 키는 1미터 42센티미터이다. 남들은 다 크는데 대가리만 왜 안 컸지? 라고, 묻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가능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녀의 작은 키는 그녀에게서 모든 것, 이를테면 여군이 된다거나, 미스코리아에 나가거나 연예인이 된다든가 하는 장래의 희망에서부터 작게는 키 큰 남자와 연애를 하는 것과 같은 사소한 가능성마저 뺏어버렸다. 인생에 아무런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은 소녀는 하루하루 난폭해져갔다. 작은 키에 비해 턱없이 커다란 얼굴은 그녀에게 <대가리>라는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그녀는 <숏다리>보다는 <대가리>라는 닉네임이 마음에 들었다. <대가리>는 짧은 다리로 학교 안을 볼썽사납게 휘젓고 다니는 대신에 <대가리>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그 큰 얼굴 가득 인상을 쓰고 서 있었다. 한 곳에 진득하게 서서 모든 것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노려봤다. 어떤 년이든지 내 레이다 망에 걸려만 봐라. 다 죽여버리겠어. 특히, 너! 너같이 키 큰 년들! 그리고 너! 너는 얼굴이 왜 그렇게 작어, 썅! 멀리서 대가리가 노려보기만 해도 우리 같은 1학년들은, 그 중에서도 키 크고 얼굴 작은 애들은 숨소리를 죽였다. 우리들은 인생을 얼마 살지는 않았지만 인생에 아무런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가리 같은 애들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제1장 「나이프」 중에서 정신개조봉(타조가 늘 가지고 다니는 회초리로 절대로 부러지지 않는다. 플라스틱하고 고무를 합성해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테두리는 금색이다)을 휘두르며 타조는 앞에서 두 번째 줄로 달려갔다. 또 시작이군. 혹시나 오늘은 그냥 넘어가나 했더니 역시나, 아니었다. 타조의 영어 수업시간은 매시간 이렇게 진행된다. 그날의 새로운 소식 한 가지, 예를 들면 타조가 핸드폰을 새로 장만했다던가 하는 소식으로 10분, 말도 안 되는 교칙을 들먹거리며 아이들 달달 볶아대기 10분, 그 나머지 시간은 욕설과 폭력으로 채워진다. 물론, 타조도 때론 공부를 가르친다. 그런 경우에는 프린트 나눠주는 데 5분, A4 용지 하나 가득 빽빽하게 씌어 있는 단어 읽어주기 5분, 읽어준 단어 전부 외우는 데 10분, 시험 보는 데 10분, 나머지 시간은 역시 욕설과 폭력으로 채워진다. 타조가 공부라는 걸 가르치는 경우에는 욕설과 폭력에 <꼴통들>이라는 수치감까지 하나 더 플러스 된다. --- 제2장 「후까시」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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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모르는 10대들의 은밀한 사생활, 내면의 성장과 깨달음이 유·쾌·하·게 뭉쳤다!
가끔은 외계인보다도 더 멀게만 느껴지는 10대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고 말하기에는 왠지 너무나도 달라진 그들의 모습에서, 작가 이명랑은 희망을 발견한다. 10대들의 거침없는 입담을 통해 풀어낸 장편소설 『날라리 On The Pink』는 소녀들이 고등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사고뭉치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청춘들 특유의 기운을 낱낱이 담아내고 있다. 그 안에서 소녀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하고 비로소 자그마하지만 <꿈>이라는 것을 갖게 된다. 친구 하나 없고 소심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학교 짱이 되다니……. 친한 친구 하나 없는 고등학교에 입학해 외로움에 사무쳐 소리 없는 뻐꾸기만 날리던 17세 정아는, 우연히 버스에서 같은 학교 여학생들과 음담패설을 나누다가, 날라리 중에 날라리인 <대가리>에게 걸려 차례로 불려간다. 정아는 맞을 차례가 돌아오자 칼을 구입해 겁도 없이 <대가리> 앞에 서지만 극심한 긴장으로 간질 환자의 증세를 내보이고 질려버린 <대가리>는 물러난다. 정아는 이 사건으로 학교 짱이 되고, 정아와 운명의 그날 같은 버스에 탄 서빈, 효은, 은정과 후반부에 합류하게 된 연지까지 5명의 소녀들은 청춘의 한때를 함께 보내게 된다. 기성세대가 짐작하는 것보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깨달아버린 소녀들, 또래들만의 치기어린 행동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가지게 된 그녀들은 오늘도 열심히 백화점 화장실에서 화장을 한다. 작가 이명랑은 다섯 소녀들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며 학교, 가정, 홍대 앞, 한강시민공원 등에서 겪는 아찔한 체험담을 쏟아낸다. 작가의 집념어린 취재를 통해 완성된 이 장편소설은 기성세대가 10대들을 이해하기 위한 디딤돌이자, 발랄하고 경쾌한 청춘문학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처음 담배를 배우던 순간, 선빵을 날릴 틈을 엿보던 순간, 선생님께 꼭 맞는 별명을 지어 부르던 순간 등 사소하지만 잊을 수 없는 그 기억들을 통해, 독자는 슬그머니 웃음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