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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2학년 1반(1권)-너와 나의 슈가젤리 고해인 해바라기의 창 김민지 Be Alright 김민희 그러니까 민희는 김수경 나는야 친구들 고민 해결사 김수진 사랑하는 방법을 아세요? 김영경 영롱한 날의 풍경 김예은 예은이의 웃음소리 김주아 유려한 강물의 기운을 타고 난 아이 김현정 어느 멋진 날 박성빈 깊고 넓은 우주,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우리 딸 우소영 단원고의 이나영이라 불렸던 아이 유미지 “구름은 왜 구름일까?” 이수연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수재 이연화 너와 나의 슈가 젤리 한고운 오래된 골목 속으로 사라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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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선이가 맞은편을 가리켰다. 아줌마들이 왁자하게 웃으며 걷고 있었다.
“나이 들어서도 저 아줌마들처럼 재밌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 스물, 마흔, 예순까지 만나자. 배신하기 없기다!” 친구들도 아줌마들처럼 깔깔거렸다. “그러지 말고 다 같이 사는 건 어때? 1층엔 윤정이, 2층엔 재은이, 3층엔 민지……” 재은이 말에 혜선이가 재빨리 말을 받았다. “좋아, 난 강아지도 데려갈 거야. 보고 싶으면 내 방으로 와.” 이번엔 민지가 말했다. “고민 있으면 내 방으로 오고. 비밀은 절대적으로 보장. 내가 긍정 에너지를 팍팍 넣어줄 거양. 알았지?” --- 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2학년 1반(1권) 《너와 나의 슈가젤리》 김민지 〈Be Alright〉 중에서 톡 부러질 것만 같은 가녀린 줄기에 겨우 잎 너댓 개를 달고 있는 모종을 아빠는 작은 구덩이를 파서 심고 흙을 다졌다. 무심하고 투박한 아빠 손길에 블루베리가 화단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영경이는 돌아서며 빌었다. ‘잘 자라라, 예쁜 아이들.’ 지금 블루베리는 뿌리를 내리고 키가 껑충 커 올랐다. 굵어진 줄기에 많은 잎을 달고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난 잘 있어요, 당신도 잘 지내요. --- 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2학년 1반(1권) 《너와 나의 슈가젤리》 김영경 〈영롱한 날의 풍경〉 중에서 너의 그 검소한 생활의 바탕에는 따듯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스타킹 사건’도 생각난다. 엄마가 일을 하기 때문에 바쁘니까 네 스타킹을 한 번에 두 박스 사 주었지. 그런데 그 스타킹도 어느 날 보니 한 박스만 남아 있었어. 그 역시도 알고 보니 친구를 주었더라고. 네 친구는 스타킹 하나를 매일 빨아서 신어야 한다고, 친구네는 딸이 셋이니 더 필요할 것이라고. 우리는 이만하면 풍족하니까 더 욕심내지 않아도 된다고. 그래 너는 그런 아이였어. 남의 불편함과 아픔이 눈에 보이는 아이.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아내어 실천하는 아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돕는 아이. 맑은 시냇물 아래 하얀 조약돌처럼 네 마음을 읽었던 일기가 생각난다. --- 416단원고약전 짧은, 그리고 영원한 2학년 1반(1권) 《너와 나의 슈가젤리》 박성빈 <깊고 넓은 우주,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우리 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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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그리고 1년이라는 시간
2015년 3월, 세월호 참사를 1주기 앞두고 단원고 희생자들에 대한 약전 기록이 시작됐다. 준비 과정을 밀쳐두더라도 꼬박 1년이 넘은 것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인 3월을 시작으로, 안산에서 봄을 맞고,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함께하고, 겨울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봄이 오고 있다. 일주일을 앓다 약전 취재를 위해 처음 유가족을 만난 날을 기억한다. 그 날은 봄비가 내린 뒤라 꽤 쌀쌀했다.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약전작가 컨테이너에서 아이의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초조했다.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인사말은 뭐가 좋을지 궁리하느라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더니 나중엔 피 맛이 났다. 하지만 정말 힘든 건 내 마음을 단단히 하는 거였다. 나는 떨리는 심장을 어쩌지 못하고 서늘한 컨테이너 안에서 식은땀을 흘렸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어머니는 나보다 단단했다. 5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가져간 휴지 한통은 내가 다 써버렸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2014년 4월 16일 아침까지 겪은 일들이 내 속에 오롯이 담기는 시간이었다. 그 날 집으로 돌아와 꼬박 일주일을 앓았다. 아이들의 삶이 내 가슴에 문신처럼 새겨지다 시간이 지나자 가고 없는 아이가 내 속에서 되살아났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이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리는 착각에 빠진다. 그렇게 아이들은 글에서 다시 태어났다. 실제로 대부분의 약전이 세월호 참사 직전까지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완성하고 보니 곱지 않은 삶이 없다. 안타까움에 탄식이 절로 나올 만큼 그들은 소중한 존재였다. 그렇게 작가들의 가슴엔 자신이 기록한 희생자의 삶이 문신처럼 새겨졌다. 그리고 이제 그 문신은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 그리고 기억하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도 아니다. 거창하지도 않다. 기억하는 일이다. 잊지 않겠다는 처음의 약속을 지키는 거다. 진실이 밝혀지고, 아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진짜 나비가 되고 별이 되는 날까지 기억하고 기억하는 거.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몫이다. 작가들의 가슴앓이로 완성된 416 단원고 약전이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희망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도 치유를 줄 수 있길 희망한다. -오시은(약전발간위원·집필 작가) / 월간 [어린이와 문학] 기고글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