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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인사
프롤로그 잠깐만요 1장 내가 만만한 대한민국 에어아시아의 계시, 인도로 오라 훈자, 갈 수밖에 없는 밉상 배신감과 모욕감의 협연, 무대는 인천공항 지질한 밀당, 지질한 해피엔딩 2장 어마어마함, 남인도 드디어 인도, 자비 없는 인도 유명 작가니까 함부로, 마음대로 은밀한 유혹, 아유르베다 마사지 신비의 손놀림, 열려라 차크라 금은보화 안 부러운 후추 왕국, 코친 “아이 돈 해브 머뉘이이”, 통곡의 카펫 더 밀리면 끝장, 그래서 함피 가우오리? 가워리? 애니웨이 고워리 멍청이들의 소굴, 느낌이 좋아 끝도 없는 욕심, 달려라! 3천 원 오토바이 뻔뻔한 욕심쟁이들의 낙원 신비로운 요가 오징어 김치찌개의 신, 다시다 나마스떼 함피 놀이: 눕기, 울기, 찍기 그리고 바보 되기 이상한 공식, 절반 더하기 절반은 두 그릇? 여행 도박, 바다미에 걸겠소 한 여자의 기습 공격, 아픔 포도 두 송이 1백80원, 볶음밥 3백60원 찰루키아왕조의 보석, 바다미 동굴사원 팔로렘, 다녀감 # 어머니께 1 뭄바이 # 어머니께 2 디우 # 어머니께 3 우다이푸르 3장 열꽃, 열병, 북인도 여행의 신 특강! 꺼져, 커미션 Can I drink this? 잔인무도한 열대야가 준 선물 다 덤벼! 할아버지 사기꾼, 바가지 꼬마 조드푸르의 처음과 끝, 메헤랑가르 성 때리는 남자, 맞는 남자, 슬픈 기차 릭샤 안 타요, 택시 안 타요! 쩌렁쩌렁 청년 나의 스무 살, 스무 살의 스무 살 불길한 숙소, 뜻밖의 룸메이트 호랑이 굴로 들어온 영국 첩보원, 한국 첩보원 똥 냄새를 숨긴 자 vs. 똥 냄새를 들킨 자 푸쉬카르에선 꽃을 피하고 10번 메뉴를 고를 것 한밤 모래바람의 습격 똥의 전설, 푸쉬카르의 아침 벌꿀 양념 식당의 비밀 인도 여행의 끝판왕은 영화 울컥행 기차, 괜찮아! 이깟 망신! 여행 괴담: 약에 취한 운전사, 추락하는 버스 장동건, 이나영만 사는 츄파춥스 마을 떠들썩한 국경선의 기싸움 봉인된 김치의 마법이 풀리던 밤 수도꼭지에서 콸콸 나오는 액체의 정체 아름답다 말하지 말라, 황금사원 폭발하는 똥샘, 드디어 터지다 걸을 힘만 있다면, 걷는 거야. 국경선에서 만난 좀 멋진 금발 2인조 4장 편견의 숲, 숨은 꽃, 파키스탄 나를 속여? 괘씸한 파키스탄 방을 내놔 vs. 감자 빈대떡을 먹어 먹어라, 얻어먹어라! 요상한 계시 테러리스트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해? 무자비하게 행복하다, 라호르 나만 좋으면 돼! 가까스로 훈자, 어떻게든 훈자 우리를 다 죽일 거요? 욕심쟁이 버스 씨 목숨들은 내놓으셨나? 야밤의 곡예 운전 이럴 줄 알았다! 스물세 시간의 고갯길, 좋은 풍경도 정도껏 훈자는 인삼 깍두기 파리 날리는 천국 한국인과 일본인이 접수한 훈자 카리마바드 인 바보 삼 형제 Everything is possible, 모든 게 가능한 훈자 콜라닭, 치킨 무, 피클. 훈자의 천재 셰프는 누구? 쫓겨난 셰프, 훈자는 없다 뒤끝 강한 자의 이별법 떠나는 여행자, 문 닫는 훈자 에필로그: 훈자 전단지 After Story: 뉴델리·바라나시·다르질링·콜카타 지구 행성이 맺어준 인연: Message from Friends |
Park Min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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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인도에 가지 못할 당신이라면 꼭 봐야 할 여행기
박형욱 (kaeti@yes24.com)
2016.08.11.
인도에 가고 싶었다. 비록 지금은 우물 안에서 동그란 하늘만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분명 이곳이 아닌 어떤 곳에서 꽤나 근사한 깨달음을 얻게 될 거라 믿었고, 그러기에 인도만한 곳은 없어 보였다. 한없이 비범해 보이는 평범한 수도자들 틈에서 지내다 보면 새로 태어나는 기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느낌을 받겠지 싶었다. 간단하게 말해, 그곳에 다녀오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나도 나를 잘 모르던 시절이었다. 인도에 대한 환상은 그저 낭만에 취한 꼬마 하나가 어설프게 써 내려간 꿈 노트 같은 거였다. 어설프든 아니든 우리 모두의 ‘꿈 노트’는 존중 받아 마땅하지만, 다만 인도는 쉽지 않다.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어렵다. 그때의 나에게는 더했을 곳이다. 견딜 수 없었을 곳이다. 이런 잡생각들이 9월의 인도를 추천하는 수많은 글들을 보면서 떠올랐다. 그리고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1만 시간 동안의 남미』의 작가 박민우가 130일 간의 인도와 파키스탄 여행을 책으로 엮어냈다. 파키스탄 훈자를 포기할 수 없어 <3천 시간 동안의 인도>가 되지 못한 이 책은 어떤 의도된 과장이나 포장 없이 살아있는 그곳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들려준다. 안타깝게도 제목으로 과거의 영광을 등에 업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도에서는 바가지, 사기꾼과 맞서 싸우고, 분해하고, 탯줄도 못 끊은 강아지처럼 아팠습니다. 파키스탄에서는 벌벌 떨고, 놀라고, 상처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신병자처럼 뒤돌아서면 씨익 웃었죠. 알거든요. 열심히 놀고 있구나. 내가 택한 놀이터에서 방방 뛰고 있구나. 땀 흠뻑 흘리며 진하게 노는구나.'(p.10) 본격적인 여행기에 앞서 밝힌 작가의 말처럼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인도와 파키스탄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로 주먹을 쥐고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가 하면 또 그만큼이나 납득할 수 없는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속은 내가 바보인가' 싶을 만큼 놀랍게 뻔뻔한 현지인과의 만남, 각양각색 여행자들과의 에피소드 등 녹록하지 않은 상황을 그리는 솔직하고 생생한 묘사에 입 밖으로 헉 소리를 내거나 깔깔거리기도 했다가 순간 명치 언저리를 훅 치고 올라오는 울컥함을 경험하게 된다. 쌓여있던 감정을 뱉어낼 수 있게 만드니, 맞다. 힐링 여행 에세이. 그렇게 그를 따라 이 이상한 나라를 누비다 보면 어느 순간 의도치 않게 여행자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이 가난하고, 보잘것없을 때, 좋은 여행자가 된다. 가난한 마음엔 넣을 게 많아진다. 벌레를 생명체로 존중하고, 멀쩡한 사람한테까지 아프냐고 묻는다. …… 줄 게 없나 주머니를 뒤적일 것이다. 안 주겠지만, 주겠다는 마음은 빈 주머니에 담고 다닐 것이다.'(p.239) 좋은 여행자가 되는 순간, 누군가의 좋은 사람이 되는 순간. 길 위에 서면 한 걸음 더 빨리 마주하게 될 것 같은 그 순간들을 인도에서라면, 훈자에서라면 조금은 더 일찍 맞게 되지 않을까? 당연히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네 세상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는 때 말이다. 그 ‘때’도 사백 몇 페이지 쯤에서 봤던 것 같다. 아마도. 인도에 가고 싶지 않다. 가고 싶은데 가고 싶지 않다.라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다. 적어도 내가 지금의 나인 동안은 그럴 것이다. 성질을 꾹꾹 누르다 소리 한 번 버럭 지르거나 분에 못 이겨 눈물이 뚝 떨어지고야 말겠지. 그러다 문득 '그래, 내가 나를 참 몰랐지.' 싶어지는 날이 오면 다시 인도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도 쉽게 인도로 떠나지는 못할 테니 그럴 때 이 책을 펴 들겠다. 과거에 그렸던 꿈같은 인도는 아니더라도 어쩌면 진짜 나에게 필요한 인도가 여기에 있다. 특별할 것 없이 많이 웃고 울고, 뜨끈하게 위로 받으면 그걸로 족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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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어, 도구를 쓴다. 그 도구가 언어다. 도구에 쩔쩔매다니. 망치, 컴퓨터, 이쑤시개에 공평하게 쫄지 않을 거면, 우린 영어를 얕잡아봐야 한다. 너는 내게 들릴 의무가 있는 것이다. 얕잡아본 이후에 나의 영어 실력은 많이 늘었다. _ 드디어 인도, 자비 없는 인도
링에 선 기분이었다. 심호흡을 반쯤 했는데 상대방의 주먹이 명치에 꽂힌 기분이었다. 진짜 링이라면, 그냥 항복했을 것이다. 바닥에 납작 엎어져서 안 일어났을 것이다. 마우스피스부터 뱉었을 것이다. 여기선 항복도 불가능하다. 항복하려면 카펫을 사야 했다. _“아이 돈 해브 머뉘이이”, 통곡의 카펫 툭, 하고 콩을 터뜨리고 나온 콩나물처럼, 세상에 나왔지만, 한 번도 씩씩한 적이 없어서 운다. 나올 때의 그 힘은 어디로 가고, 버티는 것만으로도 후들거리는 게 서럽고 분해서 운다. 많이 울어도 표도 안 나는 세상. 우는 사람은 좀 더 많아져야 한다. _ 함피 놀이: 눕기, 울기, 찍기 그리고 바보 되기 내가 돈 한 푼에 한 나라를 저주할 만한 글쟁이란 걸 그들은 몰랐지만, 자발적으로 내 편이 되어주었다. 10루피의 기쁨이었지만, 그게 돈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1백 루피, 아니 3백 루피 정도의 기쁨이 되었다. 포도 두 송이가 10루피라니. 1백80원이라니. 포도 두 송이가 1백80원이니 꼭 가보라는 가이드북은 왜 세상에 없는 걸까? 이게 나만 감격스럽고 말 일인가? _ 포도 두 송이 1백80원, 볶음밥 3백60원 말도 안 되는 일이 두 방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고구마를 머리맡에 놔두면, 고구마는 쪄지고, 사람은 죽는 그런 방에서 문을 꼭꼭 잠그고 자다니. 찐 고구마 냄새가 진동하는 것만 같았다. 옥상, 옥상에서 잘 거야. 일본인 아가씨야 여자 혼자니까, 쪄지다 죽는 쪽을 택했겠지만, 부부는 방에 없을 것이다. 예상대로였다. 금실 좋은 인도인 남편, 일본인 아내가 매트리스를 깔고 자고 있었다. 인기척을 느낀 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_ 잔인무도한 열대야가 준 선물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인이 철로에 바짝 붙어서 영역 표시를 하고 있었다. 기차 타러 왔다가 볼일을 보는 것일까? 매일 아침 철로에 쭈그려 앉는 것일까? 후자 쪽일 것이다. 달리는 기차가 똥을 삽시간에 공중분해 시켜줄 것이다. 인도에 푸리(Puri)라는 어촌 마을이 있다. 바닷가에 쭈그려 앉아 아침 똥을 누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가보고 싶지는 않지만, 간다면 꼭 보고 싶은 풍경이다. _때리는 남자, 맞는 남자, 슬픈 기차 라호르에 내가 꿈꾸던 이란이 있었다. 한밤의 라호르 재래시장은, 에버랜드였다. 어릴 때 숨을 멎게 하는 게 놀이기구였다면, 이젠 사람과 음식, 냄새와 북적이는 소음이 나를 사로잡는다. 서서 먹고, 앉아서 먹고, 걸으며 먹는 사람들과 몇백 년 된 가게와 좁은 골목이 나의 에버랜드다. 한밤의 어둠을 궤멸시키는 전구들이 가게마다 몇 개씩 반짝이고, 내 손에 닿으면 내 것이 되는 것들이 수백 가지다. _무자비하게 행복하다, 라호르 여행자가 즐거운 건 얄팍해서다. 속속들이 안다면, 해맑을 수 없다. 명동에서, 인사동에서 흥분한 외국인 여행자들이, PC방의 실직한 50대 사연을 알 필요가 없다. 1백 장의 이력서를 돌리고도, 2백 장, 3백 장 이력서를 더 써야 하는 젊은이들을 딱해할 필요도 없다. 여행자는 씨앗 호떡과 계란빵을 먹으며, 셀카를 찍으면 된다. 다만 며칠을 머물고, 그곳을 ‘안다’고 착각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_뒤끝 강한 자의 이별법 __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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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인도, 그리고 파키스탄이다. 소똥과 태울 듯 맹렬한 더위와 사기꾼이 득실거리는 인도와 어디에 있는지조차 갸우뚱하게 만드는 파키스탄은 호불호가 분명한 여행지일 것이다. 가는 곳마다 릭샤왈라가 들러붙고, “사기꾼 없는 나라가 어디 있어? 사기당하는 사람이 바보지!”라며 피해자를 몰아세우는 인도, 승객보다 더 많은 짐을 지붕 위에 싣고 7천 미터 벼랑길을 달리는 훈자행 버스. 기도 안 차는 고생담이 본문에 가득하다. 그러나 그 고생담은 “여행의 순간을 묘사하는 그의 표현은 지나칠 정도로 디테일하고 생생해 이내 그 여행지로 빨려드는 듯한, 체험에 가까운 일이 벌어진다”는 태원준 작가의 서평처럼 독자를 꼼짝달싹할 수 없게 옭아맨다.
수백 장의 이력서를 써내도 계약직과 알바로 내몰리고, 취업자들은 구조조정에 벌벌 떨고, 은퇴 자금으로 한 집 건너 한 집이 닭을 튀겨내는 지금의 한국에서 여행이란 팔자 좋은 소리일 수 있다. 하지만 인도와 파키스탄은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에게 위로와 생각거리를 듬뿍 안겨준다. 거리에는 소똥이 질척거리고, 식당 바닥에선 바퀴벌레가 기어 다니고, 엉덩이를 까고 길바닥에서 똥을 누는 세상에서 가식 없는 진짜 삶과 맞닥뜨리게 된다. 사기꾼이 두더지 굴의 두더지만큼이나 흔한 인도지만, 무릎도 여물지 않은 아이들이 더 어린 동생을 꼭 좀 찍어달라며 길거리 사진사에게 애원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리조트가 들어서야 할 천국 풍경의 훈자에선 3천 원(1박)에 옆 숙소의 여행자를 뺏어가려는 할아버지가 쓸쓸히 늙어가고 있다. 가난하고, 예민하며, 나약한 한 남자의 유쾌하지만 뭉클한 여행기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는 1만 시간 동안의 남미 이상의 여운을 남길 것이다. 행복은 절대적이어야 한다. 더 가난한 자, 더 불행한 자, 더 못난 자를 보며 위로받는다면 그 행복감은 위태로울 것이다. 박민우는 더 가난해서, 더 불행해서, 더 못나서 독자에게 위로를 전하는 척한다. 사실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못남과 불행을 까놓고 이죽거리는 영악함이 숨어 있다. 그가 지옥으로 묘사하는 순간은 우리가 모든 걸 걸었던 절망의 ‘그때’이며, 추하게 아등바등했던 잊고 싶은 ‘그때’이기도 하다.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는 그래서 교활하고, 그래서 아름답다. 사람은 태어난 이상 모두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 많이 힘들고 아프다면 ‘아프지 말고, 상처받지 말고, 견디지 말라’는 박민우 작가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