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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yashi Miki,林 慧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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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팔짱을 끼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사람들 틈에서 고개를 숙이고 혼자 걷는 짓 따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두가 혼자였다면 덜 힘들었을 텐데. 우리들 틈에서 나만 혼자라는 건 역시 부끄럽고 무섭다. 역시 제일 견디기 힘든 건 외로움이다.
--- p.49 요즘엔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이 많은가봐.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이잖아. 마치 붉은 신호등이 켜져 있는데도 다른 사람이 건너니까 나도 건넌다는 식이야.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말이야, 요즘 세상에서 필요한 건 자신만의 생각이 아닐까. 그리고 남들에게 휩쓸리지 않는 강한 마음도. --- p.92 그 아이의 그림자 역시 저녁놀처럼 붉었다. 하교 벨소리가 울리는 교실에 그 아이는 홀로 서 있었다. 내 책상에 손을 짚고 멍하니 서 있다가 불현듯 손가락으로 내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스이카. 스이카. 스이카. 스이카……. --- p.114 이것이 바로 ‘운다’는 것이다. 콧속은 맹맹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은 시원해지고 가벼워지는 것. 바로 이것이 ‘운다’는 것이리라. --- p.144 살다보면 누구나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지금 당장 그런 사람이 곁에 없다고 해서 아무 짝에도 쓸모없고 누구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 시간이 지나면 또 따뜻한 마음을 만나게 되는 법이다. 반드시. 인간은 혼자가 아니니까. --- p.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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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열네 살의 현실
“인정받고 싶어. 확인받고 싶어. 단 한 명이라도 ‘넌 내게 특별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길 원했어.” <미안해, 스이카>는 제18회 팔레트노벨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일본 일대의 언론과 학생들, 학부모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 책이 열풍을 일으켰던 이유는 저자 자신이 집단 따돌림의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던 한때의 마음,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아픔과 하고 싶었던 말들을 자신과 똑같은 나이의 주인공을 내세워 솔직하고 진솔하게 그렸고, 그것은 저자처럼 ‘남몰래 아파하고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수많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위로이자 희망이 됐다. 저자의 경험이 오롯이 녹아 있는 이 책은 살아갈 의미를 잃은 외로운 영혼들에게 건네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감동적인 치료제인 셈이다. 제18회 팔레트노벨 특별상 최연소 수상, 하야시 미키의 찬란한 감성 전 일본 열도를 울린, 열네 살 ‘외톨이’의 가슴 뭉클한 고백, 그녀가 전하는 십대의 상처와 외로움,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용기에 대한 보고서 십대는 깨지기 쉽다. 한없이 단단하게 웅크리고 있다가도 한순간의 충격에 바사삭 부서지기 쉽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그 시기의 마음들은 그렇게 쉽게 불안해하고 쉽게 흔들린다. 순수하기 때문에 잔인하고, 연약하기 때문에 냉혹하다. 사실 어른들의 눈으로 그 복잡다단한 마음을 제대로 짚어내기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아련한 기억 속을 더듬어 봐도 이미 어른이 돼버린 마음으로는 그 미묘한 흔들림을 잘 감지해낼 수 없다. 그 시간 속에 있지 않으면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고민에 힘들어 하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그 흔들리는 영혼들이 학교라는 공간에 갇혀 무슨 일을 겪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래서 하야시 미키의 시도는 특별하다. 열네 살이라는 문학적 약점을 도리어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십대들의 거칠고 불안한 마음,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우정을 자신이 겪은 일을 바탕으로 너무도 솔직하게, 찡하게, 아름답게 소설로 재탄생시켰다. 그리고 결국 그것이 팔레트노벨 심사위원단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 한 권의 소설을 위해 특별상을 재정했다.” <미안해, 스이카>는 어느 면으로 보나 주목할 만한 소설이다. 팔레트노벨상 심사위원단이 이례적으로 특별상을 재정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일본 청소년문학을 대표하는 팔레트노벨상. 문학적 가치와 교훈적 가치를 동시에 심사하는 팔레트노벨의 엄격한 기준은 <미안해, 스이카>를 만나면서 완전히 뒤집어졌다. “꾸밈없는 문장이 이렇게 뜨거울 수 있다니…….” 어린 저자의 진정성은 동시대의 청소년들뿐 아니라 심사위원단의 가슴을 녹이기에도 충분했다. 결국 심사위원단은 이 한 권의 소설을 위해 특별상을 재정했고, 누구도 그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 소설만큼은 모든 십대들이 읽기를 권합니다. 감동을 주는 동시에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소설은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어린 소녀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지녔습니다. 저는 십대 시절 이렇게 폭력적인 따돌림을 경험해보지 않았고, 그 시간을 기억하는 것조차 어렵지만 읽는 내내 가슴이 아파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샘솟아 자신도 모르게 울고 말았습니다.” 이 소설의 존재가치는, 아사히신문, 요미오리신문 등 일본 언론사를 통해 일파만파 알려졌고 그 후로 ‘나도 이런 일을 겪었지만 이 소설을 읽고 다시 힘을 냈다’‘처음으로 친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등의 감동적인 서평이 쏟아졌다. 그 후 이 책은 일본 내 수많은 학교에서 권장도서로 채택됐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신학기를 맞이한 아이들에게 남다른 울림을 주고 있다. 진심 어린 이야기는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수많은 청소년소설 중 <미안해, 스이카>가 특별한 이유 ” 이 책은 요 근래 쏟아져 나오는 비슷한 주제의 다른 소설들과 확실한 차별을 이룬다. 지금까지 출간됐던 왕따 소설들은 학교선생님이나 상담선생님 혹은 청소년작가들이 아이들의 마음을 짐작해서 쓰거나 그런 일을 겪은 어른이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 쓰는 게 대부분이다. 하지만 <미안해, 스이카>는 바로 그 시점, 그 장소에 있었던 열네 살 소녀가 하루하루 일상을 견뎌내며 토해낸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아픔도 절망도 희망도 기쁨도 생생하게 살아 있다. 어떤 책보다도 십대의 감성과 맞닿아 있으며, 소외된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도 잘 헤아리고 있다. 그것은 다른 책들에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것이 바로 <미안해, 스이카>가 다른 소설들 사이에서 빛나는 이유다. 교실 안 우정뿐 아니라 사회에 나와서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소중한 것들! <미안해, 스이카>는 한 소녀가 집단 따돌림의 방관자에서 피해자로, 다시 치유자로 변해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렸다. 주인공이 영혼의 모습으로 교실에 돌아오는 설정, 비밀친구와 함께 차갑기 만한 교실에 변화를 일으키는 설정은 다분히 판타지적이며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요소다. 이러한 구성 때문에 독자는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책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설정이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혼의 모습이기 때문에 주인공 소녀는, 다른 사람들은 보고 들을 수 없는 수많은 목소리와 마음을 느끼게 된다. 가해자의 목소리, 방관자의 목소리 그리고 그들의 숨겨진 모습과 마음을 하나하나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피해자의 시선과 어우러져 누군가를 괴롭히는 행동 역시 상처 입고 아픈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전해준다. “남의 마음에 겨누었던 창끝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법.” <미안해, 스이카>는 십대만을 위한 소설이 아니다. 피해자만을 위한 소설도 아니다.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주저앉아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용기와 희망을, 마음이 돌처럼 굳어버린 사람들에게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말한다. 팔레트노벨 심사위원인 나나우미 칸온 역시 이런 말을 전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 받는 동안, 그 아이의 아버지 역시 직장에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메시지는 십대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결국 이 책의 메시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되새길 만하다. 용기 있게 상처를 내보이고 다시 일어서는 법,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법, 따뜻한 마음으로 남과 솔직히 소통하는 법 등은 십대나 어른에게 모두 필요한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