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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장 영인컬렉션I 1. 감나무가 그려진 손소희 여사의 쌍둥이 백자 2. 이종상 그리고 이어령 글 쓴 백자 항아리 3. 김은옥 씨의 수부채 4. 자작시를 붓으로 쓴 艸丁 선생의 큰 부채 5. 詩 · 書 · 畵를 하나로 보던 전통의 현대화-김상옥 6, 김승옥 씨의 <제주도 인상> 7. 김동리 선생님의 큰 부채 8. 김동리 선생의 유품과 서영은과… 9. 장욱진 화백의 삽화 10. 오영수 선생의 난초 연하장 11. 최정희 여사의 「강물은 또 몇 천리」의 서두序頭와 유품 12. 사미인곡思美人曲 족자와 고임순 여사 13. 박완서 선생의 해산 바가지 14. 김남조 시인의 부채 15. 최인호 씨의 글씨체 16. 조병화 선생의 유품들 17. 어효선 님의 그림과 동시 18. 안수길 선생의 흉상과 초상화 19. 변종화 화백의 그림 연하장 2장 영인컬렉션II 1. 이조목기의 아름다움 2. 한국 지붕의 美 3. 오천 원을 주고 산 옛날 족두리 4. 금실로 수놓은 쌍학흉배 5. 삼십 년 된 경대 6. 도투락 댕기의 미학 3장 만남의 11가지 패턴 1. 이남덕-만남이 축복으로 느껴지는 인연 2. 김옥길-그 열려 있는 문으로 빨려 들어가다 3. 정병욱-오라버니 같은 스승 . 4. 송지영-인도에서 만난 어르신 5. 김현룡-동행복 6. 정창범-추도의 말 7. 서영은-모딜리아니의 여인을 닮은 여자 8. 이범준-원효로로 가는 전차 안에서 만난 도토리 9. 정금자-유치원 복도에서 만난 사람 10. 전혜자-두려운 후배 11. 성옥희-씨와 날로 엮은 영성의 파노라마 4장 성찰록 1. 패러디의 두 가지 패턴 2. 그날의 원효로의 플라타너스 3. 경쟁에서 한 발 비켜서면 무엇이 보일까 4. 가을 5. 예술가의 富 6. 정년퇴임사 7. 신주쿠 일기1-어느 고양이의 꿈 8. 신주쿠 일기2-정오의 공원 9. 딸 많은 집 셋째 딸 10. 씰 비치Seal Beach에서 만난 어머니 11. 칼의 呪術性 12. 카일루아 비치Kailua Beach 13, 질병과 양보 14. 옛말과 사투리의 아름다움 15. 나를 매혹시킨 이 한 권의 책-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 17. 김주상-영혼 속에 각인된 原風景의 아름다움 18. 편지 5장 외국문학관 탐방 1. 페테르부르크와 도스토예프스키 2. 톨스토이-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3. 제인 오스틴을 찾아 쵸톤에 가다 4. 아시야芦屋에서 만난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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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댁에 들어서면서 나는 깊은 감동에 휩싸였다. 나무에 음각한 옥호가 현관에 걸려 있었는데, 나무결과 글씨체, 색채의 배합, 목각의 크기 등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명장名匠이 깎아놓은 보석 같이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응접실에 걸려 있는 선생님의 서화들도 모두 그런 완벽성을 지향하고 있었다. 서체와 표구, 걸려 있는 구도까지, 모든 것이 흠잡을 데가 없어, 선생님의 미적 감각에 절로 머리가 숙여졌다. 그런데, 펼쳐진 백색 노트 두 페이지에 시를 써서 절묘하게 표구한 작품들이 널려 있는 서재에 들어서니, 선생님은 보행기를 잡고 서 계셨다. 사고로 다리를 다쳐 많이 불편한 상태셨다.
하지만 병색이 완연하신데도, 붓을 한번 잡더니 단숨에 내려 쓰신 ‘영인문학관寧仁文學館’이라는 글자들은, 너무나 개성적이고 단아해서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화가나 서예가들의 손은 신기神器여서, 사후에도 고이 모셔두어야 할 것 같다고 늘 생각해 왔던 나는, 선생님이 글씨를 쓰시는 동안 눈을 감고 “신이여 저 손을 길이 보전하소서” 하고 기원했다. --- p.25 김동리 선생님이야 그녀의 전부였으니까 그런 헌신을 수긍할 수 있지만, 라이벌 격인 손소희 여사에 대한 헌신은 참 희귀한 것이었다. 영은 씨는 손 여사를 극진히 모셨고, 손 여사의 그림을 사고 자료들을 간수했다. 사후에도 손 여사의 이젤을 끌고 이사를 다니며 『손소희 전집』도 만들어 드리는 여인……. 그녀는 손 여사도 사랑한 것이다. 손 여사의 죽음을 앞에 두고 “성생님(영은 씨는 ‘선생님’을 ‘성생님’이라고 발음한다)이 가시려나 봐요. 어쩌면 좋아요!” 하면서 울부짖던 목소리가 잊히지 않는다. 그런 헌신적 사랑은 나와 이 선생에게도 베풀어졌다. 영은 씨는 우리의 건강을 늘 염려했고, 사무실에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주었다. 그것은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넘어선 헌신이었고, 이해타산을 초월한 사랑이었다. --- p.168 합숙소 같은 어머니의 정지 풍경은, 우리가 더 큰 집에 이사가 안정된 생활을 할 때에도 여전히 계속되었다. 원효로 2가에 있던 우리집은 방이 다섯 개가 있는 적산가옥이었는데, 결혼한 자녀 둘이 한 방씩 차지했다. 그러고도 방이 세 개나 남는데, 자녀들이 딴 방에서 자는 것을 싫어한 어머니는, 아버지와 밑의 네 아이를 데리고 큰방을 같이 쓰셨고, 나머지 두 방은 고향 피난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주었다. 그 일에는 아버지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피난민들은 모두 당신을 의지해 내려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방만 주는 것이 아니라 입히고 먹이는 일까지 부담하는 규모가 큰 구호사업이 시작되었다. 식구가 스무 명도 넘어, 남자 식모가 쌀을 한 말씩 삶아대야 하는 그 난리 속에서, 나는 신경쇠약에 걸려 나날이 여위어 갔다. 하지만, 그 일은 오래 계속되지 못했다. 아버지의 탄재炭材회사를, 공산주의자였던 전무가 몰래 팔아 가지고 월북해버렸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부양능력을 상실하자, 오빠와 형부가 취직을 해서 군산으로 내려갔고, 객식구들도 저절로 없어졌다. 그때 어머니는 대지를 잃은 지모신처럼 풀이 죽고 왜소해 보였다. --- p.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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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인연이 빚어낸 삶의 아름다운 기록
『아버지와의 만남』의 저자 강인숙이 말하는 이 시대 최고 문인들과의 특별한 인연 『어느 고양이의 꿈』은 문학평론가이자 영인문학관 관장인 저자가 한국의 예술계를 이끌어온 문인들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해 풀어 쓴 고백적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자인 김승옥, 김동리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으로 문단의 숱한 화재를 뿌렸던 소설가 서영은, 시와 그림 그리고 서예 등에 모두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던 시인 김상옥 등의 가장 인간적이면서 소소한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저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예술가들의 고뇌와 성숙의 과정을 가장 근거리에서 묘사함으로써,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노래한 그들의 예술혼과, 인간이기 때문에 감당할 수밖에 없는 한 개인의 좌절과 고통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서려있다. 거미줄 같이 엮인 문인들의 특별한 ‘인연’을 통해 본 가장 인간적이고 비밀스러운 그들만의 이야기 총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전 문화부장관이자 이화여대 석좌교수인 남편 이어령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영인문학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과 이를 기증한 문인들과의 특별한 인연을 밝히는 ‘영인컬렉션I’과 한국 민속품과의 만남을 그린 ‘영인컬렉션II ’, 소설가 서영은과 한국의 대표적인 타피스트리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성옥희 등 학창시절부터 현재까지 소중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11명의 ‘인연’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풀어 쓴 ‘만남의 11가지 패턴’, 삶의 고비마다 느낀 일상의 소중함을 그린 ‘성찰록’,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등 유명한 외국 작가들의 삶에서 발견한 소중한 인연에 대해 쓴 ‘외국문학관 탐방기’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어느 고양이의 꿈』은 저자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가족들에 대한 절절한 회억을 그린 『아버지와의 만남』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에세이집이다. 전작이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자신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에 대해서 미처 다 하지 못한 은밀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면, 이 책은 늘 혼자 있기를 좋아 하던 ‘고양잇과’의 저자가 수많은 문인들과의 ‘인연’을 통해 만남과 소통에 대한 진리를 깨닫고, 이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현재에 이른 자기 고백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소설과 시 그리고 그림에서 각각 최고의 반열에 오른 19명의 작가들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들을 그려냄으로써 그들이 ‘최고’라는 칭호를 받게 되기까지 어떤 고뇌와 좌절을 겪어왔는지를 지극히 사적인 입장에서 서술하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소설가 김동리, 시인 김상옥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가난했지만 누구보다 풍요로운 예술적 부를 향유했던 이 시대 최고 문인들이 말하는 ‘인연’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