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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유럽의 길, 그 매력에 푹 젖어든 시간
태양의 축복을 받은 중세의 언덕 _ 이탈리아 토스카나 바위산과 푸른 초원이 어우러진 알프스 산맥 _ 이탈리아 돌로미테 산길과 물길과 하늘길의 끝없는 경주 _ 이탈리아 코모 호수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숨겨진 하얀 마을 _ 스페인 라스 알푸하라스 산악인들의 꿈이 서린 흰 봉우리들의 파노라마 _ 프랑스 샤모니 물길 건너 바위섬에 오롯이 자리 잡은 성 _ 프랑스 몽생미셸 비와 바람과 안개의 삼중주 _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인간의 숨결이 그리워지는 시골길 _ 아일랜드 위클로 웨이 산빛, 물빛 영롱한 대자연의 신비 _ 잉글랜드 레이크 디스트릭트 부록 걷고 싶은 길의 발자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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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초원 위로 흰 바위들이 흩어져 있다. 초록과 흰색의 조화가 낯설면서도 눈부시다. 지금껏 다녀본 어떤 산에서도 보지 못한 풍경이다. 문득 한숨이 나온다. 지구는 도대체 아름다운 비밀들을 얼마나 많이 품고 있는 걸까. 나는 얼마나 더 세상을 떠돌아야 그 비밀을 다 보게 될까. --- p.57
걷을 때 세계와 나 사이의 거리는 좁아진다. 걷는 동안 나는 세계의 관찰자가 아니라 세상의 일부가 된다. 풍경 속으로 들어가 풍경이 된다. 걷을 때 내 몸은 진화한다. 걷다 보면 발이 절로 나아가는 순간이 온다. 의지가 몸을 끌고 가는 게 아니라 몸이 나를 이끌고 간다. 땅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모든 동작에 어떤 무리도 따르지 않는다. 몸과 마음, 육체와 영혼이 하나가 되어 조화롭다. 흐르는 물과 같다. --- p.75 15년의 세월을 건너 다시 만난 샤모니는 여전히 예쁘다. 나무로 받침목을 댄 집들마다 꽃을 내걸어 동네가 환하다. 발밑으로는 눈 녹은 강물이 경쾌하게 흘러가고, 눈 두는 곳마다 거대한 설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른 아침인데도 광장 주변에는 배낭을 메고, 로프를 매단 젊은 산꾼들이 가득하다. 안전벨트를 차고 프랜드를 비롯해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각종 장비들을 매달고 아이스엑스를 배낭에 꽂은 산꾼들. ‘30대에 10억 모으기’ 따위가 꿈의 반열에 오르는 시대에 다른 꿈을 꾸는 사람들. 더 편하고 더 안락하고 더 빠른 것에 열광하는 시대에 몸으로 부딪쳐 느리게 이루어가는 성취를 즐기는 사람들. 모험이 사라진 시대에 모험을 찾는 사람들이다. 햇볕에 탄 그들의 얼굴이, 군살 없는 몸매가, 형형한 눈빛이 나를 설레게 한다. --- pp.154~155 오늘은 세 시간 걷고 짐을 푼다. 호수 옆 외따로 선 작은 호텔 인베러런을 본 순간, 그만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렇게 고즈넉하고 어여쁜 풍경 속에서 쉬지 않으면 어디서 쉬리. 호수 뒤로 펼쳐진 숲과 나지막한 산들, 외줄기 길 위의 하얀 집 한 채가 몽환적인 풍경을 이룬다. 작지만 아늑한 방의 창가에는 호수의 한쪽 끝이 걸려있다. 창가에 앉아 차를 마시다 호수로 내려온 사슴 가족을 만났다. 내가 지켜보는 줄도 모르고 물을 마시거나 풀을 뜯으며 노는 사슴 다섯 마리.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그 자체로 평화로운 풍경을 이루는 사슴들. 하염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친다. 겉옷을 걸쳐 입고 호텔을 나와 물가로 내려간다. 양떼를 막기 위해 둘러놓은 철책 사이의 나무계단을 넘어 호숫가에 다가간다. 푸르고 시린 물빛이 눈앞에서 일렁인다. 호수 건너편 뾰족지붕이 어여쁜 저 집에는 어떤 얼굴이 살고 있을까. 물가의 그루터기에 앉아 마음껏 햇살을 쬔다. 여윈 가을볕이 따스하게 뺨을 어루만진다. --- p.213 윈드미어 호수와 주변의 마을,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진다. 완만한 구릉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온 몸을 붉고 노랗게 물들인 키 큰 나무들이 호수를 향해 달려갈 듯 서 있다. 구름 사이로 퍼져 나온 햇살이 나뭇가지 위에 머물고 있다. 초원을 가로지르며 걷는다. 양들이 풀을 뜯고, 오래된 돌집 농가가 이따금 정겹게 서 있다. 햇살이 비치면 초원과 단풍 든 나무들이 눈부신 빛깔로 살아난다. 그만 울고 싶어질 정도로 아름답다. 어디를 둘러봐도 나 혼자. 초원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이나 세고 저 양들처럼 풀이나 뜯으며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나는 배낭을 내려놓고 아무도 없는 빈 들판에 드러눕는다. --- pp.273~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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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의 작가
김남희의 다섯 번째 여행 에세이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돌로미테, 스페인의 라스 알푸하라스, 프랑스의 샤모니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아일랜드 위클로 웨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 호젓한 도보여행 길을 걷다 외롭고 고단한 여정마저 황홀한 기억으로 돌아보게 하는 그 마법 같은 힘! 6년째 세계여행 중인 김남희, 숨어 있는 유럽의 길을 느리게 걷다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1~4권)을 쓴 도보여행가 김남희 씨가 다섯 번째 여행기 『유럽의 걷고 싶은 길』을 펴냈다. 이 책은 작가가 2007년 스페인에 머무는 동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잉글랜드의 ‘걷기 좋은 길’을 틈틈이 여행하며 쓴 에세이다. 이번에는 도보여행자들의 천국인 유럽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호젓하기로 유명한 ‘길’을 걸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와 돌로미테 산과 코모 호수, 스페인의 라스 알푸하라스 지역, 프랑스 샤모니와 몽생미셸,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아일랜드 위클로 웨이, 잉글랜드 레이크 디스트릭트를 각각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 동안 걷는 여정이다. 대부분 홀로 걸으며 만난 유럽의 숲과 호수, 산과 들판의 풍경과 이야기가 1백여 장의 사진과 글 속에 담겨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아찔한 절경들,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장소들, 따갑게 내리쬐는 태양과 사납게 퍼붓는 비, 앞을 가로막는 안개까지 유럽의 자연에 흠뻑 젖어든 지은이의 생생한 감동이 전해진다. ● 김남희가 걸은 유럽의 길 1 이탈리아 토스카나 예술과 건축, 음식과 와인, 아름다운 풍경으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지역. 피렌체에서 출발하여 중세풍의 마을 산 지미냐노와 볼테라 등을 거쳐 2박 3일의 여정이 펼쳐진다. 2 이탈리아 돌로미테 알프스 산맥에 속한 돌로미테는 지리학상의 보석이라 불리는 곳. 바위산과 푸른 초원이 조화를 이루는 돌로미테 트레킹은 지구의 비밀을 엿보는 듯한 감동의 연속이다. 3 이탈리아 코모 호수 휴양지로 유명한 코모 호수는 거대한 호수 주변으로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펼쳐져 있다. 끝없이 이어진 산길과 물길과 하늘길의 경주가 눈부시다. 4 스페인 라스 알푸하라스 안달루시아 지역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하얀 마을을 찾아가는 길. 혼란스런 이정표 덕에 길을 잃고 헤매지만 작은 민박집에 우연히 머물게 되면서 지상천국을 맛본다. 5 프랑스 샤모니 1주일간 한국인의 민박집에 머물며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걷고, 220년 전 몽블랑을 최초로 등정했던 발마를 기리는 산행을 감행한다. 6 프랑스 몽생미셸 노르망디 해변에 뜬 작은 섬 몽생미셸이 조수간만의 차로 육지와 이어진 때를 맞추어 걷는 하루짜리 여행. 석양에 물드는 수도원의 정경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고즈넉한 시간을 그린다. 7 스코틀랜드 웨스트 하일랜드 웨이 스코틀랜드 최초로 만들어진 장거리 도보여행 코스. 글래스고의 외곽 마을 멀가이에서 시작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 로몬드를 지나 영국에서 가장 높은 산 벤 네비스 발치에 엎드린 항구도시 포트 윌리엄까지 이어지는 152킬로미터를 7일 동안 걷는다. 8 아일랜드 위클로 웨이 아일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거리 도보여행길. 수도 더블린에서 시작하여 5일 동안 132킬로미터를 걷는다. 일상의 사슬에서 완전히 격리된 고독을 맛보고 싶은 이들에겐 더없이 훌륭한 코스. 9 잉글랜드 레이크 디스트릭트 잉글랜드에서 가장 큰 호수인 윈더미어를 비롯해 16개의 호수와 산과 계곡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영국 낭만주의 시인 워즈워스가 살았던 집과 ??피터 래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갤러리와 전시관을 돌아보며 문학과 사랑의 여운에 취한다. § 부록에는 저자가 걸은 아홉 가지 코스의 지도와 길 안내, 숙박시설, 식당 등 상세한 정보가 들어 있다.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누구든 유럽 도보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꾸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