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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황산벌에서 / 영웅의 탄생 / 무예원의 계백 / 실전에 임하다 / 첫 패배 / 의자왕의 시대가 열리다 /당나라의 침략 / 의자왕을 설득하다 / 장군의 눈물 / 김유신의 지략 / 김춘추의 외교 / 무너지는 백제 / 황산벌로 나아가다 / 해가 질 무렵 / 백제 말기의 주변 정세와 계백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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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산벌에서
바람이었다. 꽃잎을 흔드는 결 좋은 바람이 아니었다. 사나운 바람이었다. 무서운 바람이었다. 그 바람은 황산벌을 단숨에 삼키며 폭풍이 되어 휘몰아쳤다. 그런 바람 속에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 창날이 부딪치는 소리. 비명 소리, 말발굽 소리가 뒤엉켰다. “진격하라!” “물러서지 말라!” 죽고 죽이는 바람이 황산벌을 온통 붉게 만들었다. 백제 계백 장군이 거느린 5천 군사. 신라 김유신 장군이 거느린 5만 군사. 처음부터 무모한 싸움이었다. 5천과 5만. 백제 군사 한 명이 신라 군사 열 명을 넘어뜨려도 이길까 말까 하는 전쟁이었다. 비록 5천의 군사였지만 5만을 상대하는 백제 군사의 사기는 무서웠다. 5천의 군사가 내뿜는 사기는 신라 군사 5만의 사기보다 못 할 것이 없었다. ‘5천 군사? 그 정도야……. 흥, 어림도 없지.’ 이렇게 생각하던 신라군은 백제군이 워낙 드높은 사기로 무섭게 달려들자, 무척 당황했다. 신라군이 백제군에 밀리기 시작하자 높은 망루에서 내려다보던 김유신이 당황한 빛을 감추지 못했다. “아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밀리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어디서 저런 힘과 용기가 나는 것인지…….” 작전 참모 이백이 곁에 서 있다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허 이러다가 또 지게 생기지 않았는가!” 김유신이 탄식했다. “설마 지기야 하겠습니까? 저쪽이 아무리 사납게 달려들어도 이미 수적으로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모르는 소리다. 벌써 세 번이나 싸워 세 번 다 졌다. 이번에 지면 네 번이 아닌가. 이렇게 밀리기 시작하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보아라. 뒤쪽은 진구렁이 아닌가. 더 밀리면 진구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밀리는 쪽이 더 불리해진다. 밀리다가 진구렁에 넘어지면 군사들은 무거워진 갑옷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게 될 터이고, 그렇게 되면 밀어붙이는 쪽이 이기게 되어 있다. 더 두고 볼 수가 없구나.” 김유신이 다급히 망루 밑으로 내려갔다. 그의 주먹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네 번째의 전투도 계백의 승리로 이미 끝나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신라의 김유신 장군이 싸움의 정세를 살피며 애태우는 사이에 백제의 계백 장군은 싸움터에서 앞장서서 적을 무찌르고 있었다. 가슴까지 자란 수염이 그의 장부다운 기상을 말해 주고 있었다. 불타는 눈빛, 우뚝 선 콧날, 꽉 다문 입술, 강인한 어깨선. “휘익!” 시퍼런 장검이 허공을 그을 때마다 신라 군사의 비명 소리가 황산벌을 뒤덮었다. “너희에게 내 나라를 내어 줄 수는 없느니라. 내 백성들을 내어 줄 수는 없느니라. 너희를 물리쳐 기어코 나라를 지키리라. 내 나라 백성들이 너희의 종이 되게 할 수는 없느니라. 진격하라. 한 놈도 남기지 말라.” 계백 장군의 고함 소리에 백제군들은 더욱 사기가 높아졌다. 진구렁 속으로 신라군을 계속 밀어붙였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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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계백 장군이 거느린 5천 군사.
신라 김유신 장군이 거느린 5만 군사. 그러나 5천의 군사로 5만을 상대하는 백제 군사의 사기는 무서웠다. 백제의 마지막 영웅을 만나러 가자, 바람 부는 땅 황산벌로 6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은 영토 다툼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지러운 상황을 맞이했다. 계백은 백제 말기 장군으로, 일찍이 벼슬길에 올라 660년에 달솔이라는 벼슬에 있었다. 그 당시 백제는 신라에게 한강 유역을 빼앗긴 상태였다. 백제는 북으로는 고구려, 남으로는 일본과 손을 잡고 신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다급해진 신라는 당나라에 구원을 요청해서 백제에 맞섰다. 그러나 백제의 의자왕은 연회만을 즐기고 나랏일을 돌보지 않았다. 신라는 이 틈을 이용해 660년에 5만 명이 넘는 나당 연합군을 결성해서 백제를 공격했다. 김유신과 당나라 소정방이 이끄는 나당 연합군이 백제의 요충지인 탄현과 백강으로 쳐들어오자 계백은 좌평 충상, 달솔 상영과 함께 결사대 5천여 명을 이끌고 황산벌로 나가 싸웠다. 싸움터로 나아가기에 앞서 계백은 가족이 적의 종이 되어 치욕스러운 삶을 사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의 손에 죽는 것이 낫다며 가족을 모두 죽였다. 그리고 자신도 목숨을 바쳐 싸울 것을 굳게 다짐했다. 계백은 싸움터에서 군사들에게 전쟁의 승리는 군사의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력에 있다며 군사들의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5천 명의 백제군은 김유신이 이끄는 5만의 신라군과 네 차례의 싸움에서 모두 이겼다. 계백은 먼저 공격해 온 화랑 반굴을 죽이고, 홀로 공격해 온 관창을 사로잡았다. 어린 관창의 용기를 높이 산 계백은 여러 번 살려 보냈으나, 관창이 계속 공격해 오자 할 수 없이 관창의 목을 베어 말안장에 매달아 신라 진영으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두 화랑의 용기 있는 죽음을 보고 분노해서 사기가 오른 신라군은 총공격을 펼쳤다. 5만의 신라 대군과 대적하기에는 백제군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결국 계백 장군과 5천 결사대는 모두 죽었고, 백제는 멸망하고 말았다. * 백제의 마지막 장군이요, 꽃이었고 눈물이었던 그를 만나러 가자 승리는 꼭 승자의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승리하지 못한 패자의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승자에게서보다 패자에게서 때로는 생의 참의미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사나이로서 그 산을 넘으려는 패장의 아픔을 계백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진정한 승리가 무엇인지, 진정한 승자와 패자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패장의 아픔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승자의 승리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도 어린이들에게 계백의 혼은 황산벌에서 외치고 있다. 결코 절망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그렇다. 백제의 장군이요, 진정한 영웅이었던 계백은 분명 패장이었지만 5천의 군사로 5만을 상대한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