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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
박홍규 저
소나무 20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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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스페인
스페인의 이모저모
스페인어, 스페인 문학
스페인 역사, 고야 시대까지

2. 시작
스페인 미술
출생
출세
초기 작품

3. 전환
세기말
<로스 카르피초스>
중기 작품

4. 전쟁
독립 전쟁
<전쟁의 참화>
<5월>의 그림들
후기 작품
만년 작품

5. 현대 스페인
19세기 스페인
시민 전쟁
민주화

저자 소개 1

朴洪圭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유·자연·자치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오사카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하버드 로스쿨, 노팅엄 대학, 프랑크푸르트 대학 등에서 연구했다. 1997년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2015년 『독서독인』으로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밀레니얼을 위한 사회적 아나키스트 이야기』, 『카뮈와 함께 프란츠 파농 읽기』, 『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 『내 친구 톨스토이』, 『불편한 인권』, 『인문
세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저술가이자 노동법을 전공한 진보적인 법학자이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유·자연·자치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오사카 시립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오사카 대학 등에서 강의하고 하버드 로스쿨, 노팅엄 대학, 프랑크푸르트 대학 등에서 연구했다. 1997년 『법은 무죄인가』로 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고, 2015년 『독서독인』으로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밀레니얼을 위한 사회적 아나키스트 이야기』, 『카뮈와 함께 프란츠 파농 읽기』, 『표트르 크로포트킨 평전』, 『내 친구 톨스토이』, 『불편한 인권』, 『인문학의 거짓말』, 『놈 촘스키』, 『아나키즘 이야기』 외 다수의 책을 집필했으며, 『오리엔탈리즘』, 『간디 자서전』, 『유한계급론』,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자서전』, 『법과 권리를 위한 투쟁』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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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85쪽 | 58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1390481

책 속으로

고야 삶의 분기점은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한 40대 후반, 그리고 60대였다. 즉 그의 예술은 40대 후반에 와서야 권력에 저항하는 뚜렷한 자기 세계를 가지며, 60대 이후 절정에 이른다. 이렇게 긴 삶을 살았던 고야를 이제 겨우 40대 후반인 내가 제대로 말 할 수 있을까마는, 그래도 내가 그의 첫 분기점이 된 나이를 살고 있다는 것을 어줍잖지만 핑계로 삼고자 한다. 사실 남의 삶 글로 쓰기는 힘들다. 그처럼 살아보지 않고서 어떻게 제대로 쓸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이 40이면 대가 해세를 하고, 아예 굴림하고자 하며, 과거만을 뜯어먹고 사는 조로 권위현상이 아직도 대세인 한국에서 나는 이 나이에 이르러서야 고야에게 겨우 배우기 시작한다는 점을 자랑으로 삼는다. 사실 고야의 그림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것은 죽기 직전 82세에 그린 <지금도 나는 배운다>라는 작은 소묘이다. 여든에 페르시아어를 새롭게 배우는 괴테처럼 여든에도 새로운 배움을 찾는 고야는 감동적이다.
허리가 굽은 백발의 노인 고야는 지팡이를 두개나 짚어야 할 정도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 형형한 눈길로 앞을 바라보며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겨우 내딛는다. 그리고 그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다. 40대부터 그는 귀가 멀었고 지금은 눈도 멀었으며 맥박도 약하기만 하다.
평생 손에 쥐고 있던 물감과 붓은 커녕 잉크와 펜조차 없다. 그럼에도 당시 막 발명된 석판화를 배워가며 그는 활발하게 작업을 시작한다. 그는 돌을 캔버스처럼 이젤 위에 얹고 칼을 붓처럼 사용하며 돌을 새긴다.
그렇게 죽기 전, 마지막 단 하루도 새로운 배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단 하나 마음, 의지, 뜻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 고야 평상에 그것밖에 없었다. 마음밖에 없었다. 그는 귀재도 천재도 수재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pp.9~11

위에서 말했듯이 스페인 미술은 유럽에서 중심이었던 적이 없다. 말하자면 발신형이 아니라 수신형이다. 그러나 이는 특징이라고 하기보다도 역사적으로 변경에 놓인 탓에 불과하다. 그 점에서는 한국 미술과 다름이 없다.
그러나 스페인 미술은 한국 미술처럼 대국 미술을 모방한 것만은 아니었다. 물론 시대에 따라 대국의 유행을 따르기도 했으나(뒤에서 보듯이 고야 시대까지도 프랑스 미술을 모방하는 경향이 주류를 형성했다), 적어도 고야를 비롯한 대가들은 자기 세계를 구축했다.
그래서 스페인 미술의 특징을 굳이 든다면 개성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강렬한 개성주의이다. 스페인 미술에는 유파가 없다. 아니,유파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유파를 형성한다. 말하자면 고야는 고야파, 베랄스케스는 벨라스케스파, 엘 그레코는 엘 그레코파이다. 그만큼 예술가의 개성이 중요하다.
그들이 등장하기 전 스페인 미술은 시대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고 특히 이슬람과의 800년에 걸친 교섭은 유럽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예술을 낳았다.즉 유럽문화와 지중해 문화의 결합에 의한 독특하고도 풍요한 예술의 토대를 형성했다.
게다가 스페인에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달리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 확립된 미의 규범을 계승하고자 하는 전통도 없었다. 따라서 성스러운 세계를 표현하는 데에서도 스스로 사는 속세를 통해서만 묘사할 수 있었기에 정해진 규범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충실한 묘사가 가능했다. 그래서 스페인 예술은 인간의 창조성에 뿌리박은 직재적인 표현력에 그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pp.70~71

고야에 대해 굳이 무슨 주의자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허무주의이다. 그것도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가면을 벗기는 황폐한 니힐리즘이다. 그는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고서 인간의 내면에 숨은 비이성적이고 잔혹한 부분을 여지없이 까발린다. 흔히들 그를 풍자가라고 하지만 그것은 껍질에 불과하다. 그 풍자의 바닥에 있는 것은 코믹이 아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 나는 경외와 공포의 감정을 갖는다 만년에 그려진 <검은 그림>은 그 극단이다.
고야는 괴물이 아니다. 그는 괴물을 그릴 뿐이다. 그러나 그 괴물은 병적인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고야의 이성은 결코 잠들어 있지 않다. 그가 보여 주는 것은 잠든 이성이 낳는 악마, 아니, 보통 인간에 숨은 업, 한, 팔자, 숙명 운명, 지병 같은 것이다. <검은 그림>의 피에 물든 아이를 먹는 사토르누스의 전율적인 그림, 한쌍의 남녀가 바보 같은 표정으로 자위 행위를 하는 남자를 응시하는 그림, 두 사람의 농부가 막대기로 무릎까지 묻혀 가면서 싸우는 그림, 그리고 그보다 앞에 그려진 <광인의 뜰>..... 그 어디에도 이상주의도, 종교적 구원도, 인간의 정신성도 없다.

p.77

출판사 리뷰

1. 인간의 삶, 폭력과 광기라는 괴물에 참혹하게 잡아먹히다

우리는 고야의 그림을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다. 온통 괴물과 광기, 참혹과 전율로 가득한 고야의 그림은 우리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든다. 결코 커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감상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고야의 그림들이다. 그의 그림 속에서 인간들은 팔 다리가 잘려 피가 뚝뚝 떨어지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참혹한 고문에 신음한다. 더 이상 인간이기를 거부하고 기꺼이 야만의 세계로 되돌아 가버린 자신의 시대를, 고야는 ‘있는 그대로’ 그리고 처참할 만큼 ‘구체적으로’ 그렸다.
스페인의 철학자 오르데가 이 카세는 고야를 괴물이라고 했지만(76쪽), 고야는 괴물이 아니다. 그는 단지 괴물을 그렸을 뿐이다. 결코 고야가 병적인 상상력을 가진 괴물이라서 괴물을 그린 것이 아니다. 고야의 이성은 결코 잠들어 있지 않았다. 그가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잠든 이성 뒤로 나타나는 인간의 악마성(표지그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나타난다>참조), 더러운 돈과 권력의 폭력성, 삶의 구석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온갖 괴물스럽고 변태적인 욕망의 광기들이었다.
권력이란 본질적으로 추악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화가들은 그것을 아름답게만 그렸다. 그러나 고야는 그런 폭력과 광기라는 괴물에 뜯어 먹히는 인간의 삶을 그림으로써, 귀족과 성직자들의 나태한 시대 정신 뒤에 버려진 민중들의 고난한 삶을 구체적으로 고발했다. 인간을 억압하고 차별하며,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비합법적인 권력을 <더럽고 추악한 괴물>로, 즉 더러운 괴물을 더럽게 그린 최초의 화가였다.

2. 한국에서의 고야, 외설과 오해 그리고 금기에 갇히다

고야는 그 동안 한국에서 외설과 금기라는 감옥에 갖힌 수인과 마찬가지였다. 고야는 유화로 단 한 점의 나체화 <마하>(그림 33, 161쪽)를 그렸는데, 이 그림은 당시에도 고야를 이단 심문소에 소환 당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숱한 평자들로 하여금 그를 외설 작가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이 고야를 나체 화가나 방탕한 색마로 묘사는 낭만주의적 견해들이었다. 그러한 영향은 일본의 작가 홋타 요시에堀田善衛가 쓴 작품(?고야?, 김석희 옮김, 한길사, 1998)에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저자 박홍규는 고야에 대한 이러한 주관적 외설 혐의에 대해 단호히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외설에 대한 문제를 넘어서, 요시에의 책이 지닌 한계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요시에의 책이 4년간 신문에 연재되었던 신문 소설이었기에 허구적인 측면이 너무 많고, 최근의 미술사적 연구를 참고하지 않았으며, 미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많은 오류를 저지렀다고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예를 들어, 만년의 걸작 판화집인 <전쟁의 참화>(4장 2절)와 <투우>(4장 5절)에 대해 요시에는 이상한 그림들이라고 단순하게 평가를 내릴 뿐이다.) 아무튼 우리로서는 일본작가의 책을 우리 나라 사람이 쓴 올바른 고야 평전을 가지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흔히 고야는 근대 미술의 혁명아이고, 피카소는 현대 미술의 혁명아라고 한다. 근현대 미술이 모두 스페인 화가에게서 출발한 셈이다. 인류의 미술은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의 들소 그림에서 시작되는데, 그렇게 힘찬 동물은 근현대 화가의 작품 중에서는 고야와 피카소에게만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카소의 <한반도의 학살>과 고야의 <5월 3일>은 모두 한국에서 금지되었다. 두 그림이 한국에서 금지된 것은 이데올로기와 문화에 대한 전체주의적 견해가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박홍규는 이 두 그림의 예를 통해서, 단순히 고야에 대한 평전을 넘어, 한국 사회에 횡행하고 있는 획일주의적인 문화 이해와 가치관까지도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3. 박홍규의 <근대 서양 화가 3부작>, <고야>로 완성

저자 박홍규는 그 동안 소나무 출판사에서 ?내 친구 빈센트?(1999)와 ?오노레 도미에―만화의 아버지가 그린 근대의 풍경?(2000)을 출간했다. 이번 책은 앞의 책과 묶어 <근대 서양 화가 3부작> 연작의 결정판을 이룬다. 저자는 앞의 두 책에서 미친 천재 화가로 오해된 반 고흐를 지적인 노동 화가로 재조명했고, 역시 한국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도미에를 프랑스 근대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새롭게 재검토했다. 그의 이런 작업은 윌리엄 모리스를 아나키스트로 평가하고.(?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 개마고원, 1998 저술), 오리엔탈리즘의 문화 식민주의를 경계하려고(?오리엔탈리즘?, 에드워드 사이드, 교보문고, 1991번역) 노력해 온 것들과 일맥상통하다.
국내 저술로는 아직 이렇다고 할 만한 고야 책이 없다. 위에서 언급한 홋타 요시에의 일본 책 번역서를 제외하면 화보 수준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즉 우리 나라에는 새로운 고야상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고야에 대한 평가나 연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국내외에서 출판된 1권 짜리 고야 화집에 실린 그림들은 대체로 유화들을 중심으로 편집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유화보다는, 고야가 민중의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판화와 소묘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20년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을 위시하여, 여러 미술관에서 고야의 그림을 보면서, 기존의 견해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고야를 바라보았다. 그 결과, 저자는 <반권력 화가로서의 고야> <야만의 시대를 인간의 눈으로 그린 화가로서의 고야>를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단순한 미술에 대한 평론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들에게 인문사회과학적 질문과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고야를 낳은 스페인의 정치, 경제, 그리고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을 펼쳐 보이고, 그 속에서 스페인과 한국이 동족 상잔의 내전과 독재 정권의 고통(스페인 내전, 프랑코 정권) 등을 함께 경험한, 특이한 나라라는 점도 다루고 있다. 또한 더 나아가 고야의 그림을 통해, 시대와 이데올로기, 민족과 국가를 넘어, 인간이 지녀야 할 존엄성과 다양성에 대한 저자 자신의 신념에 찬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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