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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과 이지연
안은영
P堂(피당)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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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의 말
조용히 당신을 지연아, 라고 불러봅니다

그녀와 그녀의 하루
당신의 낭만적인 변명
기쁜 소식, 서글픈 소식, 담담한 소식
결혼을 한다면
당신은 위험한 사람
달려가고 있어요
바람은 너무 덥고

수상한 오후 3시
사랑? 사랑! 사랑…
알고 싶지 않은 사실
짧았던 밤들아, 안녕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고
축하합니다
이별 증후군
그와 그의 옛 여자와 현재 여자, 그리고 나
이지연과 이지연

저자 소개 1

안은영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일했다. 경향신문 잡지본부 취재기자를 거쳐, 메트로신문 문화부장 및 경제산업부장을 지냈다. 40만부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를 비롯해 ‘여자공감’ ‘여자인생충전기’ ‘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 등 일곱 권의 책을 썼다. 20년 차 직장 생활에 안녕을 고한 뒤 강동구에 숲과 생태, 기후와 환경을 주제로 한 독립서점 ‘책방 사이’를 열었다. 지구와 숲 사이, 책과 사람 사이의 시공간에 머물며 글을 쓰고 숲에 간다. 향기로운 차와 1980년대 록 음악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숲과 노래,
안은영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일했다. 경향신문 잡지본부 취재기자를 거쳐, 메트로신문 문화부장 및 경제산업부장을 지냈다. 40만부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를 비롯해 ‘여자공감’ ‘여자인생충전기’ ‘안녕 나의 아름다운 미물들’ 등 일곱 권의 책을 썼다.

20년 차 직장 생활에 안녕을 고한 뒤 강동구에 숲과 생태, 기후와 환경을 주제로 한 독립서점 ‘책방 사이’를 열었다. 지구와 숲 사이, 책과 사람 사이의 시공간에 머물며 글을 쓰고 숲에 간다. 향기로운 차와 1980년대 록 음악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숲과 노래, 아름다운 존재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꿈을 꾼다.
‘한참 동안 나무를 끌어안았다’는 작가가 자의식 과잉으로 무릎이 꺾일 때마다 심폐소생술을 해준, 세상의 모든 숲에 바치는 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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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2쪽 | 550g | 153*224*30mm
ISBN13
9788996111313

책 속으로

스물일곱이랬지? 어느 CF에서 “스물일곱, 좋은 나이지” 하던 카피가 있었다. 그때 딱 내 나이가 스물일곱이었다. 그런데 스물일곱의 나는 좋기는커녕 남자친구에게 배반당하고 한강에 뛰어들기 직전이었다. 당시엔 내 인생에서 스물일곱이라는 나이가 다시는 기억나지 않도록, 박박 지우고 싶을 만큼 한탄스러웠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나이가 좋은 이유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간단히 요약할 수 있을 만큼의 이력을 갖추게 됐지만 그 안에 실패와 좌절, 흥분과 성취의 순간을 거쳤기에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점점 흥미진진해지거나 점점 무서워지거나 하는 나이. 결국 젊음의 맛은 예측할 수 없음에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스물일곱 살의, 나와 이름이 같은 요가 강사에게 질투와 연민을 동시에 느낀다. 아주 묘한 인연이다. --- p.26, 그녀와 그녀의 하루

옛 남자친구가 결혼할 여자가 도저히 나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 어리고 고운 여자라고 생각하니 온몸에서 불덩이가 치밀었다. 질투였다. 너는 앞으로도 내 생각 따위 털끝만큼도 하지 않겠구나. 적어도 어리고 고운 여자와 소꿉놀이 같은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만큼은 말이지.
발등이 진흙에 잠기는 듯 아득한 절망 대신 아직은 뭘 하고 싶은지를 느긋하게 고민해도 되는 나이. 혹여 고민이 생겨도 혼자서 그 무거운 짐을 들기보다 누군가 도와줄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른 나이. 인생의 도움과 위로를 아무렇지 않게 청해도 욕먹지 않는 나이. 어딜 가도 아직은 ‘좋은 나이’라는 소리를 듣는 시절. 여자 나이 스물다섯이란 그런 거다. 그런 꽃처녀의 팔짱을 끼고 웨딩마치에 따라 비단 카펫을 걸어 들어가는 이 작자는 새벽에 간간이 발신번호 없는 전화를 걸어와 술에 폭 적셔진 딸꾹질 소리를 남기며 잠을 깨우던, 수년 전 아프게 헤어진 놈이었다. --- p.57, 기쁜 소식, 서글픈 소식, 담담한 소식

인생은 정말 새옹지마다. 결혼 전엔 나한테 학습 받아가며 연애하던 것들이 이젠 아주 남자 사이즈며 섹스 테크닉까지 노골적으로 물어본다. 처음엔 일일이 대답해줬으나 나중엔 친구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골라서 해주게 됐다. 그녀들은 자유로운 싱글로 사는 나를 통해 대리만족을 원하니까. 가령 연하남과의 새콤달콤 아찔한 데이트, 상대 남자의 여자친구가 급습하는 바람에 나이트클럽에서 아쉽게 불발된 원나잇 스탠드의 여운 같은 것. 이건 결혼한, 음전한 내 친구들은 상상도 못하는 이벤트다. 이게 끝나면 시댁 뒷담과 은근한 신랑 자랑, 똑똑한 아이 자랑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p.72, 결혼을 한다면

“결혼 자신 없다는 말, 그 여자 때문이었어?”
“솔직히 말할게. 나, 너한테 지쳐 있는 것 같다. 그 여자랑 잘해볼 생각이어서가 아니야. 그 여자는 그냥 동료고, 어쩌다 자게 됐고 가끔 저녁을 먹지만 심각하게 미래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 그래서 오히려 편해. 우리가 나중에 결혼하게 된다면, 이라는 단서가 없으니까.”
“나랑 다르네.”
“굳이 얘기하자면, 그래. 너랑 달라.”
“또 뭐가 다른데?”
“……?”
“저녁 먹고 손잡고 영화 보고 섹스하고 얼굴 대하면 해사하게 웃고. 나랑 뭐가 다른데? 나랑 처음 사귈 때 했던 것, 얼마 전까지 나와 나누던 것들을 그 여자랑 시시덕거리며 하고 있으면서 나랑 뭐가 다른데? 결혼? 처음부터 우리가 결혼 얘기 했었어? 결혼하자고, 네 아이 낳아달라고 한 건 오빠였어. 기억 안 나?”
--- p.167, 알고 싶지 않은 사실들

그는 무너지듯 의자에 앉았다. 두 손을 깍지 낀 채 시선을 내리고 있는 그를 보자, 나는 눈에 막이 하나 걷혀진 것처럼 산뜻한 슬픔을 느꼈다. 그것은 애틋한 설렘 같기도 했다. 나는 이 아이에게 걷잡을 수 없는 연민을 느꼈다. 가슴 언저리가 슬금슬금 가려워지는 이 기분. 추운 것도 같고 더운 것도 같은 이 기분. 혹시 이렇게 시작하는 건가? 뭐가 뭔지도 모른 채 상대방을 향한 설렘 하나만으로도 온 마음이 충만해질 것 같은 착각은 유상우뿐 아니라 과거의 내 모습이었는지 모르겠다. 예전에, 아주 오래 전인 것 같은 과거의 나는, 이렇게 시작했었나? 사랑을? 연애를?
솔직히 손을 뻗고 싶었다. 아직 바르르 떨고 있는, 힘줄이 툭 불거져나온 그의 손을 가만히 쓸어주고 싶었다. 그는 어리잖아. 너는 그를 애써 물리쳐왔잖아. 시작하는 거 어려워했잖아. 생각이 너무 많은 여자잖아. 혼자만의 안온한 성을 무너뜨리기 싫다고 외로운 주술을 걸어왔잖아. 가벼운 연정으로만 살아야 인생이 경쾌해진다고 개똥철학을 세웠었잖아.
--- p.261, 이별 증후군

회색 깃털을 가진 비둘기 한 마리가 목동 버스정류장을 푸드덕 날아올랐다. 아냐 아냐. 날개 달린 것들은 죄다 싫어. 또박또박 걸어야지. 내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아직은 스물일곱이다. 내년에 스물여덟이 되고, 십 년 후에 서른일곱이 되면 어떠랴.
나는 언제건 시작하고 싶을 때 시작할 생각이다. 모든 것에 온당한 시기란 없을 것이었다.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이 가장 바람직한 때다. 이십대가 막 저물어가는 내리막을 거치면 새로운 오르막이 시작된다. 서른이 되면 나는 지금보다 더 멋져 있을 것이다.
--- p.293, 이지연과 이지연

서른 중반을 향하면서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은 돈이나 명예, 빵빵한 남자친구가 아니었다. 사람에게 있어선 적당한 긴장과 설렘, 일에 있어선 아직은 조금 더 타오를 수 있을 만큼의 열정이었다. 이것들을 무리 없이 욕망할 수 있으려면 일상에서 편안함과 도발을 동시에 공유할 수 있는 라이프 메이트(Life mate)가 필요했고, 비로소 그 대열을 갖추게 됐다고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나는 안도한다.
하지만 인생이 박진감 넘치는 이유는 욕망한 것을 얻은 순간 예고 없이 찾아오는 그것들의 소멸에 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이 대열은 언젠가 깨지게 돼 있다는 것쯤 계산에 넣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십대보다는 삼십대엔 많이 잃고도 덜 잃은 것처럼 센 척 할 수 있다. 예고 없는 슬픔을 만나 산산이 망가져 울어대는 것보다 가슴에 쿠션 하나를 채워 넣고 충격과 슬픔의 완충 작용을 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을 세월은 알게 해주는 것이다.
때로는 이것이야말로 여우같이 늙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싶어 탄식이 나올 때도 있지만, 모든 시기에는 그 시기를 거치는 데 요구되는 바람직한 태도가 있다. 그것은 세월이 말해준다.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대신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고, 팔뚝 살이 처진 만큼 인생의 깊이를 알아간다.

--- p.296, 이지연과 이지연

출판사 리뷰

40만 여자들을 매혹시킨 『여자생활백서』의 안은영,
소설로 ‘여자’를 말하다!
더 쿨하게, 더 짜릿하게, 더 공감되게…

■ 『여자생활백서』 안은영, 칙릿으로 돌아오다

2006년 출판계에는 칙북(chick-book) 열풍이 불었다. 20~30대 여성 독자들을 재조명하며 사회문화 트렌드의 중심으로 이끈 칙북 열풍의 중심에는 『여자생활백서』가 있었다. 40만 부 이상 팔리며 올해의 책(북새통 선정)으로 선정된 이 책은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소설 ‘칙릿(chick-lit)’과 함께 현재까지 많은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자생활백서』의 저자 안은영은 이제 ‘여성자기계발서’를 통해 일방적인 충고를 늘어놓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여성을 위한 소설’, 『이지연과 이지연』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쿨하고, 짜릿하고,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이 책은 기존의 정형화된 여성성공담에서 벗어나 쿨하면서도 다정한 조언을 건넸던 그녀답게, 딱 현재 20~30대 여자들의 풍경을 담은 상큼한 소설이다. 가식과 무게를 벗어던지고 이 시대 20~30대 여성들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던 전작과 같이 그녀들의 고민과 속내에 귀 기울이고, 모두가 성공할 수 없지만 열심히 살아갈 뿐이라는 전작의 따뜻한 눈높이는 유지하되,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좀더 술술 읽히면서 더욱 짜릿하고 재미있게 구성했다.

누군가 물었다. 당신의 20대는 어땠나요? ‘그것은 이랬습니다’ 식으로 자신의 20대를 허심탄회하게 진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황홀했다가, 팽팽했다가, 지루했다가 불현듯 스물아홉이 되고 서른 살이 돼버린다. 당황스러운 일이다. 쉼표 사이마다 이끼처럼 뿌리내리는 오만가지 감상과 에피소드는 어쩌라고. 당신의 30대는 행복한가요, 라는 물음도 비슷하게 무책임하다. ― 저자의 말 중에서

특히 더욱 빛을 발하는 섹시하고 거침없는 입담과, 내면에 감춰둔 이야기를 누군가 대신 들려주는 듯한 카타르시스, 같은 이름에 다른 나이대를 살아가는 두 주인공이 번갈아가며 풀어내는 흥미진진한 일상사, 우리네 인생처럼 끝을 알 수 없는 주인공들의 다양한 변화들에 독자들은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유행처럼 쏟아지는 칙릿 중에서도 유독 여성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될 것이다.

■ 스물일곱의 절대사랑주의자와 서른넷의 사랑기피자가 만났다
“서른을 남긴 여자들은 자신이 가장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이십대를 건너왔으며 그 시간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십대는 어리고 세상을 잘 알지 못하며 불안하다고 마음대로 평가해버린다.” (19쪽) 20대 여자들은 30대 여자들을 보며 저렇게 늙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십대보다 삼십대가, 삼십대보다 사십대가 더 윤기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삼십대에 하게 되니까 삼십대 여자들이 말이 많아지는 것이다. 이십대엔 이십대가 영원할 줄 알기 때문에 주름이 늘고 노회해지는 삼, 사십대를 머릿속에 들이지 않는 것일 뿐.”(109쪽) 30대 여자들은 20대의 탱탱하고 맑은 피부, 그들에게 또래의 남자들을 빼앗기는 불쾌한 진실 앞에서 지나버린 청춘과 잃어가는 젊음을 실감하며 그녀들을 질투한다.

이 책에는 스물일곱 살의 이지연과 서른네 살의 이지연이 등장한다. 한 명은 결혼과 사랑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사랑지상주의자, 한 명은 이제는 사랑보다 일이 편해진 사랑기피자. 이지연과 이지연은 요가 스튜디오에서 강사와 회원으로 처음 마주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나이 차이보다 더 많이 차이나는 가치관과 세계관 때문에 서로 이물감을 느끼고 불편해한다.

스물일곱 살 이지연, 사랑밖에 난 모르는 절대사랑주의자
내 이름은 이지연. 스물일곱 살의 요가 강사다. 평범한 부모 밑에서 속 썩이는 일도, 그렇다고 자랑삼을 일도 없이 그럭저럭 커왔다. 그리고 앞으로의 인생 역시 무난하게 흘러갈 것 같다. 이를테면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그를 위해 음식을 만들고 그의 아이를 낳아 그의 울타리 속에서 안전하게 사는 것? 그런데 이 남자, 막상 결혼하기는 무섭단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책임져야 한다는 게 겁이 난단다. “사랑해, 지연아. 이건 믿어야 해.” 사랑하지만 결혼하기는 싫다는 건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그리고 나서 알았다. 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 하지만 너는 오로지 네 기분, 네 감정뿐이야! 나는 너와 사랑하는 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어.”
나는 이제 내가 믿었던 남자, 무난하고 평범하게 흘러갈 거라 생각했던 내 세계에서 완전히 소외돼 버리고 말았다. 아무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또박또박 홀로 걸어가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 나는 아직 하나도 모르겠다.

서른넷 이지연, 사랑보다 일이 편해진 사랑기피자
내 이름은 이지연. 서른넷의 홍보대행사 실장이다. 미혼이고 애인마저 없다. 그렇다고 급하게 결혼하고 싶진 않다. 나는 오늘도 에스테틱에 가까운 원나잇 스탠드를 즐긴다.
성공을 하고 싶다거나 워커홀릭으로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이 나이와 이 위치를 갖게 되었다. 사람들은 나에게 골드미스라고 하고 후배들은 독하다고 뒷담화를 하지만 알고 보면 옛날 남자친구는 열 살이나 어린 꽃미녀에게 장가가고, 결혼 전엔 나에게 학습 받아가며 연애하던 것들이 이젠 아이들 자랑 남편 자랑에 여념이 없고 “너는 결혼 안 하니?” 걱정스레 묻는다. 나는 연애에 진력이 났다고 말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사랑에 있어 내 문제점을 똑바로 목도하고 나니 모든 것이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였을까. 내 손을 아무렇지 않게 쥐는 그 남자에게서 손을 빼지 못한 것은. 아, 어쩌면 좋아. 클라이언트와 잤다.
겨우 한 남자에게 심장이 떨린다고 느끼는 순간, 역시 세상은 서른네 살 먹은 올드미스에게 녹록치 않다. 그 남자에게는 결혼할 여자가 따로 있다고 하고, 어린 남자애가 좋다고 덤벼들고, 아끼는 후배와 삼각관계에 빠져들고, 자궁까지 망가져버렸다. 나이가 들면 온몸의 물기가 다 빠져나가서 다시는 울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눈물이 난다.

각자의 세상을 살아가던 두 사람은 자신이 굳건히 지켜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죽 지속될 거라고 가치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건사고들을 거치면서 혼란에 빠진다. 사랑밖에 모르던 이지연은 더 이상 사랑을 믿을 수 없고, 사랑보다 일이 더 편해졌다고 믿었던 이지연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연애 감정에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그들은 다시 일상과 현실을 되찾을 수 있을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지연과 이지연의 간극은 좁혀질 수 있을까?

■ 모든 여자 안에는 ‘이지연’이 있다
이지연은 “지연아~”라고 부르면 몇 명이 뒤돌아볼 가장 평범한 이름에 속한다. 이 책 속에는 이 시대 여자들을 대변하는 다양한 이지연의 자화상이 등장한다. 어떤 지연이는 아프고 어떤 지연이는 지루하고 어떤 지연이는 불안하고, 또 어떤 지연이는 골드미스다. “사람들은 내가 악착스럽게 일을 해서 일을 해서 청춘을 내어준 대신 경제적 안정과 고만고만한 사회적 신망을 쌓았다고 생각한다. 딴엔 부럽고 딴엔 뻔하고 또 딴엔 얄미워서 붙인 이름이 골드미스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봐. 돈을 좀 써요. 무릇 골드미스란 돈 많은 노처녀를 말하는 거 아뇨? 그러니 남편 없이 헛헛하게 늙어가는 스산한 마음을 소비로 좀 풀어보라구요’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118쪽)

또 어떤 이지연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 너 한가하구나? 요새 누가 너처럼 사랑에 목숨을 거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 사랑 좋지. 좋아 죽겠을 땐 사랑이 밥도 먹여주더라. 근데 헤어질 때 잘 헤어지는 게 진짜 사랑이야.”(143쪽)

다른 지연이는 외롭다. “인정하자. 여자 나이 서른을 넘기면 소개팅 건수가 점점 줄어든다. 나이 많은 남자들은 삼십대 여자를 여자가 아닌 동등한 인간 혹은 생물체로만 대하기 시작하면서 어리고 말 잘 듣는 ‘애기’들을 향해 고개를 쭉 뺀다. 또래 남자들은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지 혹은 엉덩이와 가슴이 처지기 시작하는 몸을 딱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십대 남자들은 겉모습은 딱딱하지만 속은 물러 터져서 조금만 도발하면 곧바로 두 팔 벌려 안겨올 거라고 착각한다. 그들을 비웃으며 팔짱끼고 배짱을 튕기기엔 나 역시 나이 먹을 일만 남은 삼십대가 돼버린 것이다.”(135쪽)

어떤 지연이는 사랑한다. “난 적어도 선배보다 나이가 네 살이나 어리고, 그런 만큼 사고도 유연하고, 노산 위험도 적고. 그리고…… 적어도 나는 유상우를 많이 좋아하니까 선배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많이 좋아하면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심으로 원하면 자기도 내 마음 알아주겠지. 못 봐줄 만큼 참기 힘든 외모이거나 괴팍한 성격이 아닌 한 여자가 자기를 그렇게 좋아한다는데 어지간히 튕기다가 감동하며 넘어오지 않겠느냐. 나는 그렇게 생각했죠. 근데 아니더라.”(209쪽)

이 모든 지연이들은 다른 듯 닮았다. 따라서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가슴으로부터 이지연들에게 공감하고 서로를 조심스럽게 인정하면서 우리 안의 지연이를 찾아가는, 홀로이되 외롭지 않은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추천평

두 이지연이 동시에 내게 말을 걸어왔다. 때론 깜찍하게, 때론 도발적으로…… 거침없이 툭툭 뱉어지는 활자가 드문드문 동영상화되어 꽤 자주 무딘 몸을 자극한다. 작가가 영화담당 기자 출신이어서 그런지 소탈함과 담대함, 중성적인 매력과 여성스러움이라는 발칙한 이중성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책에 그려진 대한민국의 모든 이지연을 응원한다.
강우석 (영화감독)
두 이지연의 얘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부터 동료 배우에 이르기까지 내 주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20~30대 여자의 속내를 몰래 들여다본 듯 재미있고 애틋하다. 작가의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이 캐릭터에 쏟아 부어진 것 같다. 대한민국 여자들을 울리고 웃길 담백하고 맛있는 소설이다. 내가 나를 단련하며 성장하듯 “앞으로도 가슴의 온도를 잃지 말자”고 그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하정우 (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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