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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시장주의 의료개혁에 맞서는 공공병원 의사의 고군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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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글 인류애를 믿는 의사, 파트릭 펠루
여는글 응급실은 사회의 거울이다

1 침대 없는 응급실
빈 침대 있나요? | 살아 있는 유령| 응급실 환자 135명의 공통점 | 내일이면 모든 것이 좋아질까
환자가 무서운 의료진| 비발디나 들으면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 민영화만이 살길? | 국경 없는 환자병원 안에서 만민은 평등하다 | 사라져가는 응급실 |가난도 진화한다 | 간호사 이야기 | 조심하세요, 미끄럽습니다! |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 병원 | 로제트와 경제 논리 | 모두들 죽을 지경이다 | 응급실 파업 | 서글픈 오순절 | 마음을 다친 사람들 | 웃지 못할 코미디

2 병원에서 바라본 세상
거리의 응급실 | 잘 먹고 탈나기 | 무도회의 비극 | 테러 공포 | 치료받지 않을 권리 | MRI 수배 작전 | 콘돔 속에 깃든 행복 | 간호사는 아무나 하나 | 아이가 꿈꾸는 세상 | 대통령 각하 전상서 1폐업합니다! | 돌팔이 동종치료사 | 자살이라는 전염병 | 시키는 대로 하든가, 그만두든가 | 조류독감이 몰려온다 | 의사 선생님, 난 두려워요…… | 패싸움 | 낙엽처럼 차도 위에 뒹구는 두 발 달린 탈것들 | 파업하라, 꿈꾸라, 그리고 패배하라 | 공공종합병원과 나이트클럽을 혼동하지 말 것

3 사라져가는 의사들
의사도 돈으로 선발되는 시대 | 괴물 적십자사 | 환자부담금 슬금슬금 올리기 | 어떤 한 주 |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때로는 신성모독이 인간의 생명을 구한다 | 수익성에 밀려나는 병원 노동자들 |잔치는 끝났다 | 바퀴 위에서 | 시위대 중에 의사 있소? | 전진하라, 이탈리아여! | 할머니 샹폴리옹 더이상 사기를 떨어뜨리지 마라 | 미친 듯이 돌아라, 회전목마야! | 적십자사에 휘날리는 검은 깃발 정치인이 노인과 사진을 찍는 이유 | 월요일 아침의 풍경 | 의사들의 파행적인 근무 실태 | 통증 완화를 위한 투쟁 |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 | 병원 안은 더워요 | 골치 아픈 환자들 | 두목의 귀환

4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운 나쁘면 목 졸림까지? | 우리, 강에는 뛰어들지 맙시다 | 짧은 행복의 순간 | 마농에게 보내는 편지 | 인종과 종교는 달라도…… | 문 밖의 18세기 | 병원 내 체포 사건 | 응급실에서 목격하는 난파내가 버티는 방법 | 쉿, 병원은 지금 파업중 | 환자는 입을 다물어라? | 백색 가운 불모지대 | 약 드실 시간입니다 | 무서운 노인들 | 아스테릭스 마을 | 휴대폰 유감

맺는글 아무것도 잃은 것은 없다는 희망
옮긴이의 글 돈키호테의 건투를 빌며
이해를 돕는 글 프랑스 의료제도는 진화하고 있는가

저자 소개 2

파트릭 펠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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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rick Pelloux

1963년 프랑스의 파리 근교 빌뇌브생조르주에서 태어났다. 파리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1995년부터 파리 생앙투안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05년 프랑스 응급의사협회 회장을 맡았다. 2003년 여름 프랑스 폭염 사태로 인한 피해를 예측하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경고하여, 일약 ‘스타 의사’로 부상했다. 공중보건과 고령화, 지구온난화 문제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지속적으로 주목해온 결과였다. 펠루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 고집불통 의사다. 그래서 사회적 연대의 원칙 아래 건실하게 유지
1963년 프랑스의 파리 근교 빌뇌브생조르주에서 태어났다. 파리 의과대학에서 공부하고, 1995년부터 파리 생앙투안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05년 프랑스 응급의사협회 회장을 맡았다. 2003년 여름 프랑스 폭염 사태로 인한 피해를 예측하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경고하여, 일약 ‘스타 의사’로 부상했다. 공중보건과 고령화, 지구온난화 문제를 총체적인 시각에서 지속적으로 주목해온 결과였다. 펠루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굳게 믿는 고집불통 의사다. 그래서 사회적 연대의 원칙 아래 건실하게 유지되어온 프랑스의 사회건강보험이 자유시장주의의 물결 속에 해체되어 가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며, 현재 공공병원을 기업화하려는 사르코지 정부의 정책에 저항하는 최전선에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 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철학자의 식탁』,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혼자가 아니야』,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페스트와 콜레라』, 『상뻬의 어린 시절』, 『탐욕의 시대』, 『잠수복과 나비』, 장 지글러의 전작 『탐욕의 시대』,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빼앗긴 대지의 꿈』을 번역했으며 『미래중독자』, 『물의 미래』, 『빈곤한 만찬』, 『식물의 역사와 신화』, 『빨간 수첩의 여자』,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제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 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철학자의 식탁』,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혼자가 아니야』,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페스트와 콜레라』, 『상뻬의 어린 시절』, 『탐욕의 시대』, 『잠수복과 나비』, 장 지글러의 전작 『탐욕의 시대』,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빼앗긴 대지의 꿈』을 번역했으며 『미래중독자』, 『물의 미래』, 『빈곤한 만찬』, 『식물의 역사와 신화』, 『빨간 수첩의 여자』, 『프랑스 대통령의 모자』, 『센트럴 파크』, 『잠수종과 나비』, 『공간의 생산』, 『그리스인 이야기』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또한 김훈의 『칼의 노래』를 프랑스어로 옮겨 갈리마르 사에서 출간했다.

양영란의 다른 상품

삽화 : 스테판 샤르보니에
1967년 프랑스 콩플랑생트오노린에서 태어났다. 광고를 공부하고, 영화 프로그램 삽화가와 화장실 청소부 등으로 돈을 벌면서, 샤르브(Charb)라는 이름으로 『샤를리 엡도』를 비롯한 여러 진보 매체에서 풍자 만화가이자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1992년 『샤를리 엡도』가 재창간될 때부터 필립 발, 카뷔 등과 함께 참여하여 광고 없는 독립 매체로서 자리를 잡는 데 일조했으며, 현재는 부편집장으로 일하면서 ‘샤르브는 사람들을 싫어해’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안티자본주의 개 모리스와 고양이 파타퐁이 티격태격하는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8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79쪽 | 489g | 148*210*30mm
ISBN13
9788901087047

책 속으로

응급실에서는 수많은 감정들이 극단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기쁨과 슬픔, 절망과 두려움, 고통과 고독 등 우리 인간이 자신을 소홀히 대함으로써 야기되는 모든 것, 폭력이나 경솔함, 순진함 등 사회가 빚어내는 모든 것이 응급실에서는 집약적으로 농축되어 나타난다. 요컨대 응급실은 인간적이고 사회적이며,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며, 윤리적이고 정치적이다. 파트릭 펠루는 그러한 극단을 다루는 기자다. 당신이 만일 당신이 몸담고 사는 사회를 이해하고 싶다면, 파트릭 펠루의 글을 읽어야 한다. --- p.10

새벽 3시에는 파리의 그 어떤 병원 응급실에도 빈 침대가 남아 있지 않다. 전문 분야만을 고집하고 수익을 앞세우는 사설종합병원들로부터도 딱지를 맞았다. 프랑스에서는 날이 갈수록 환자들의 입원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말은 많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실현된 정책은 하나도 없다. 머지않아 병원들은 매니지먼트며 효율, 수익성을 앞세우는 기업처럼 되어 버릴 것이다. --- p.21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는 공공서비스를 와해시키기 위해 병원 인력들의 시위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집단이 야기한 것이다. 이들의 전략은 명백하다. 이들은 보란 듯이 “자, 병원에서 일하는 자들 스스로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느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같은 각본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 될지는 이미 세계무역기구 헌장에 명시되어 있다. 요컨대 ‘민영화’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3년 여름에 몰아닥친 폭염으로 인한 재앙이나 동남아시아의 쓰나미 재앙 등은 민영화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적인 공중보건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공동체적인 지혜를 모을 것을 종용한다. 공중보건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체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보건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 p.43

영리를 추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무장한 적지 않은 의사들은 요즘 복도까지 환자가 넘치는 응급실은 아예 외면해버린다. 회계 전문가들이나 내세울 만한 이 논리를 단호하게 거절해야 할 의사들이 앞장서서 그런다는 말이다. --- p.78

응급실 서비스는 우리 사회를 증언하는 증인이며, 이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우리는 가두시위가 평화스럽게 끝났는지, 시중에 유통되는 코카인의 순도가 높은지 낮은지, 어떤 기업이 공사장에 지지대를 부실하게 설치했는지를 제일 먼저 알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응급실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속일 수 없는 지표다. 우리 사회에서 건강이 좋지 않아 휴양을 요하는 봉급생활자들 가운데, 해고가 두려워 업무 중단 처방을 거절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당신은 혹시 알고 있는가? --- p.88

우리의 임무는 인도주의적일 뿐 아니라 정치적이기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난한 사람들,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 그 밖에 또 다른 이유로 절망에 빠진 사람들도 몸이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그리는 사회, 즉 구성원 모두가 서로에게 연대감을 느끼며, 치료 앞에 평등한 사회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의 투쟁은 이와 같은 사회를 지키기 위한, 혹은 만들기 위한 투쟁이기도 한다. --- p.89

사람들이 나한테 아무리 험한 말을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의 팔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공공병원 책임자들은 한 번쯤 반드시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인력 부족, 병상 부족 등으로 매일매일 숨 가쁘게 뛰어도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치료를 해줄 수 없는 우리가 느끼는 분노를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긴, 나도 넘치도록 예산을 배정받을 때 느끼는 희열감 따위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 p.130

의료행위별 수가 책정을 보자면, 그걸 시행해야만 병원은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다. 그러니 공공종합병원이나 사설종합병원들이 저마다 가장 수가가 높은 의료행위에 치중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게 되면 인도주의를 표방하는 병원 문화는 사라지고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기업의 속성만 남게 되어, 급기야 환자를 선별해서 받는 비극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 p.160

오늘이 있기까지 당신은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미래가 평탄하리라고는 믿지 마십시오. 의학이란 자연과학인 동시에 사회과학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앞으로 한평생을 의학계에서 보내게 되겠지요. 한 번 의사는 영원한 의사이니까요.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을 택했으며, 그 직업은 당신의 존재 자체인 동시에 당신을 억압하는 구속이 될 것입니다. 물론 당신의 성취감 또한 커질 것입니다. 그 성취감은, 자꾸만 의심이 들어 우울해지는 날들을 위해 마음속에 소중하게 간직하십시오. --- p.305

하지만 당신들은 우리가 벌인 파업과 관련해서는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정부는 모든 언로를 차단했다. 이것은 응급실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과 병동이 있는 크로자티에 가에는 일자리를 늘리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렇지만 건물 입구는 단단히 봉쇄되어 있다. 홍부 담당, 경비원, 병동 직원들이 기자란 기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제하기 때문이다. 병원 경영진은 치료 인력을 뽑는 데는 인색하지만, 홍보 담당 직원들을 뽑는 데는 더할 나위 없이 너그럽다. 공공종합병원 죽이기 계획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려면 그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 p.326

출판사 리뷰

“돈 없으면 아프지도 마라?”

세계 최고의 공공의료 복지천국 프랑스에서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국민건강권을 지켜라!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는 오늘날 의료서비스를 둘러싼 두 가지 태도, 즉 의료서비스 또한 경제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태도와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공서비스라는 태도 사이의 극단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전자는 의료서비스를 시장 경쟁에 맡기면 경쟁을 통해 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논리인데 반해, 후자는 국가의 공공의료 서비스가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을 보호해줄 의무가 있고 사회적 평등을 위해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그리고 영화는 분명하게 후자의 손을 들어준다.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시장에서 의료서비스는 의료 행위의 기본이 되는 인류애적 태도를 망각하고 환자를 환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의 관점에서만 보게 되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이러한 태도 차이는 현실세계 곳곳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수익성만을 내세우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국가가 많은 재정 부담을 안아야 하는 국가의료서비스가 원칙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 『환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 속에서 가시화되기 시작한 프랑스 의료 현장을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현직 응급실 의사의 칼럼을 묶은 책이다. 국가 의료서비스의 최전선에 있는 공공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파트릭 펠루는 2004년부터 프랑스의 독립 시사지 『샤를리 엡도』에 정기적으로 기고한 이 칼럼들을 통해 의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 빚어낸 의료 현장의 혼란을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메스 대신 펜을 들고 의료 현장을 개선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한 의사의 고충은 비슷한 현실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충분히 귀기울일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침대 없는 응급실, 사라져가는 의사들
펠루는 이른바 공공병원 기업화 정책의 일환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공공병원의 예산을 삭감하고 병원 간 통폐합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이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궁극적 목적으로 삼는” 공공병원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사회안전망으로 자리 잡아왔던 공공병원에서는 줄어든 예산만큼 의료진과 침상이 사라지고 있다. 들것에 누워 빈 침대를 기다리다 죽는 환자들, 의료 환경이 더 좋은 사설 병원으로 떠나는 의사들, 늘 만원인 응급실 등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가 주장하듯 모든 원인이 재정 적자에 있다면, 예산 삭감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 여기에 펠루는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가의료보험공단의 재정을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아보는 등의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텐데, 눈앞의 위해 의료 행위의 최소한의 원칙마저 저버린다면 가까운 미래에 의료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란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인류애를 실천하는 의사로서의 소명의식과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공공병원의 존재의의를 더욱 강조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은 빈부의 격차나 피부 색깔의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라도 요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공공병원의 존재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국민의료보험의 재정 적자를 부각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하고 공공의료 체계의 개혁을 추진하려는 우리 정부에 그의 글을 일독할 것을 권하고 싶은 이유다.

히포크라테스의 청진기, 세상을 진단하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지만 ‘의료정책 당국자들은 싫어하는 응급실 의사’ 파트릭 펠루는 파리 동부의 서민 거주지에 위치한 생앙투완 공공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펠루는 “병원 역사를 놓고 볼 때, 나야 그저 잠시 지나가는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 병원에 보태는 자그마한 초석 하나는 인류의 발전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기억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오로지 인류애를 위해 존재해온 공공종합병원에 초석을 보태고 싶다”는 포부를 품고 의사가 되었으며,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들 속에서 그리고 사회라는 공동체 속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다. 『샤를리 엡도』의 편집장 필립 발은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폭력과 비참함을 늘 대면하는 사람으로는 보기 드물게, 열정에 불타면서도 비뚤어진 냉소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그를 평한다. 그의 말대로 펠루가 일하는 응급실은 소외계층 사람들과 그들의 비참한 사연들로 넘쳐난다. 제3세계에서 온 불법체류자들, 거리의 창녀들,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 등 의료 개혁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도 그들이다. 칼럼을 통해 이들의 문제를 가시화하고 이들을 위한 의료 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펠루의 존재가 소중한 이유다.
그는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인문제에 주목한다.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지 않은 파리의 노후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은 누구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고독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은 젊은 시절 공공의료 체계와 사회보장 제도를 신설하기 위해 싸웠지만 빈 침대를 기다리다 들것에 실린 채로 죽어가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 흔히 노인들은 의료 복지 재정에 구멍을 내는 존재들로 취급받으며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노인병동을 신설하려던 한 여의사의 노력은 의료행정가들의 방해로 물거품이 된다. 그의 칼럼 속에는 다양한 노인들이 등장하지만 행복한 노인은 만나기 어렵다. 지금 이들이 처한 상황은 곧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될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누구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오래전부터 환경오염에 따른 기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공중보건의 필요성을 주목해온 파트릭 펠루는 2003년 파리의 폭염 사태를 경고해 일약 스타 의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도 2만 명이라는 사망자를 막을 수는 없었다. 파리의 폭염 사태를 겪은 후 그는 “증권시장이라는 기반 위에 지탱하는 우리 사회를 자연이 이따금씩 뿌리부터 흔들어놓는다는 건 사실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가? 정말로 경제성장만이 문명의 발달이 주는 유일한 가치일까?”라고 되묻는다.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공중보건 시스템을 갖추기보다 눈앞에 이익을 쫓아 공공병원 의료진을 줄여온 정부 정책이 더 많은 손실을 불러 온 아이러니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의료의 기본적 원칙을 떠올리게 한다.
18세기, 의료가 인도주의와 박애주의의 실현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 속에서 의료서비스를 공공서비스로 규정했던 자크 트농은 “공공종합병원은 문명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이제 더이상 사람들은 단순한 생존에서 삶의 의미를 구하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를 실현시해가는 것, 이것이 현 문명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한 신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누구나 헌법이 보장한 ‘건강권’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고 국가는 그에 응할 책임이 있다. 세상이 아무리 실용주의 물결 속에 놓여있다고 해도 ‘인간답게 존재할 권리’에 타협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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