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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suko Shinoda,しのだ せつこ,篠田 節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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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 구식 컴퓨터를 켠 신이치는 오바야시 리카코에게 이메일이 와 있는 걸 발견했다.
“안녕하세요. 기사는 다 쓰셨나요? 어제는 즐거웠어요. 고맙습니다. 경비행기, 꼭 태워주세요.” 신이치는 입을 뻐끔거렸다. 경비행기 태워주세요, 경비행기 태워주세요, 라고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읽었다. 그것은 사교성 언사도 겉치레 인사도 아니었다. 단순히 화제를 맞춰주기 위한 행동도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그녀는 진심으로 경비행기를 태워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메일까지 보낼 리가 없다. 신이치는 마음속으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볼거리로 신음하고 있을 마쓰이에게 두 손 모아 감사 인사를 했다. --- p.21 편의점에서 접착제를 사들고 들어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데코 타일 바닥에 흘러넘친 물을 걸레로 닦아내고 변기 파편을 그러모아 지그소퍼즐처럼 조립하며 본체에 붙여나갔다. 대체 이 결혼은 뭘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대체 자신은 어떤 여자와 결혼한 걸까. 자기는 분명 유능하고 미인이며 게다가 성격까지 좋은 최고의 여자에게 매료된 남자였다. 어떤 여자든 ‘일단 해버리면 내 손에 들어오는 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어쩌면 자신은 오히려 ‘당해버린’ 쪽이 아닐까. --- p.74 결혼 과정을 새삼스레 다시 떠올리자 신이치는 심장이 오그라드는 고통이 느껴졌다. 모든 게 이상했다. 기이하고 부자연스러운 점이 너무 많았다. 너무나 쉽게 결혼을 승낙한 리카코. 격무 속에서도 이상할 정도로 혼인신고와 결혼식을 서두른 리카코.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사윗감에게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리카코의 부모님. 그리고 사귄 지 4개월 만의 초고속 혼인신고, 결혼식을 기다렸다는 듯 덜컥 존재를 드러낸 아기. --- p.149 “당신이 묘하게 거슬리게 하니까 그런 거예요. 잘난 체하는 표정을 지으니까 그런 거라고요. 팬티가 뭐가 어때서요? 나도, 우리 어머니도, 할머니도 남편과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팬티를 빨면서 살아왔어요. 세탁기도 없는 시대부터 그렇게 해왔다고요. 당신들은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여자들에게 옷을 벗어던지고 빨게 해온 거 아닌가요? 당신, 지금 누구 덕분에 자기 맘대로 살죠? 아내가 벌어온 돈 덕분에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에요. 작년에도 200만 엔 수입은 있었으니 나 혼자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단 말입니다.” 신이치가 작은 목소리로 반론했다. “그래요? 책값은요?” 낮은 목소리로 아키야마가 물었다. 신이치는 말문이 막혔다. --- pp.286~2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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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스릴 넘치는 결혼 이야기는 없다!
결혼에 대한 남녀의 갈등과 속마음을 코믹 & 호러 터치로 그려낸 나오키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수상 작가 시노다 세쓰코의 대표작 연애와 결혼에 대한 남녀의 진짜 속마음을 엿보고, 결혼생활에서 벌어지는 충돌을 코믹하게 그려낸 야단법석 결혼 이야기. 연수입 200만 엔에 불과한 안 팔리는 3저低(저학력, 저수입, 저신장)의 프리랜서 번역가 겸 라이터이며 주위 사람들로부터는 오타쿠라 놀림 받는 신이치는 재색을 겸비한 엘리트 은행원과 사랑에 빠지고, 놀랍게도 결혼에 성공한다. 뛰어난 미모에 높은 연봉과 능력을 갖춘 완벽한 그녀와의 결혼으로 자신에 대한 평가까지 올라가는 최고의 행복을 맛본다. 그러나 신혼생활이 시작되자마자 그녀에 대한 의심과 불안, 공포가 쌓여가기만 하는데……. 도대체 이 결혼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여자의 마음을 아는 작가, 시노다 세쓰코 사회에서 활약하는 네 명의 여성들이 각자 꿈을 찾아가며 성공하는 이야기를 그린 『여자들의 지하드』로 11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중견작가 시노다 세쓰코.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여성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사회 진출에 따른 여러 가지 갈등상황을 속도감 있고 능숙하게 이야기 속에 녹여낼 줄 아는 작가다. 『오타쿠에게 완벽한 여자는 없다(원제: 백년의 사랑)』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주간 아사히〉에서 연재되는 동안 여성 독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는데 여성들에게 특히 어필하는 소재와 문제의식, 톡톡 튀는 대사와 스피디한 스토리 진행으로 계속해서 읽고 싶다는 요청이 빗발쳤다. 또한 이 작품은 NHK에서 2003년 드라마화되어 맞벌이하는 남녀의 결혼과 가사, 육아 등의 문제를 코믹하게 다루어 인기를 끌었다. 완벽녀와 오타쿠의 환상적인 만남, 그들의 수상하고 기묘한 결혼 이야기 직업, 연봉, 교우관계, 외모, 집안 등 어디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리카코. 키 작은 뚱보‘SF 오타쿠’에 안 팔리는 번역가, 신이치. 아무리 너그럽게 봐주려 해도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묘한 조합이다. 이렇게나 대조적인 두 사람이 별 탈 없이 살아간다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테니 이들의 결혼생활의 삐걱거림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긴 하다. 그러나 신혼생활이 시작되자마자 드러나는 그녀의 엽기성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빨지 않은 채로 누렇게 변색된 속옷을 영문서류와 함께 상자 안에 처박아두고 감정을 주체 못해 꽃병을 집어던져 변기를 박살내는가 하면, 남들 앞에선 한없이 상냥하고 예의바르지만 남편에게 하드커버 책을 던지고, 전화기를 부숴버리는 두 얼굴을 가진 여자 리카코. 어떻게든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참던 신이치는 출장 후 돌아온 집에서 설거지하지 않은 채로 방치된 찻잔들과 곰팡이가 핀 빨래뭉치를 발견하고 분노가 폭발해버린다. 그는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짓밟히는 것을 참지 못하고 이혼을 결심하지만, 과연 소심한 신이치가 말을 꺼낼 수 있을까? 작가는 결혼과 현실, 임신과 출산, 육아 등 일련의 과정을 경쾌하게 표현해 우울한 현실을 희화화시켰다. 독자들은 화자인 신이치의 심정에 동조해 리카코를 칠칠치 못한 여성이라고 생각하고, 신이치를 동정하게 된다. 그런데 독자가 동정하는 신이치의 모습은 사실 맞벌이를 하면서도 가사와 육아에 얽매이고 있는, 남성보다 수입이 적은 ‘평균적인 여성’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즉, 단지 수입이 더 많다는 이유로 가사도, 육아도 전혀 돕지 않고 단지 배우자나 아이에 대한 사랑만을 입에 달고 살며 퇴근하면 ‘모래사장 위의 바다사자’처럼 뒹굴 뿐인 ‘평균적인 남성’의 모습이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압도적 다수가 그러했고 현재도 여전히 주류를 형성하는 남성의 모습인 것이다. 성별을 바꿔서 바라보면 오늘날 남편들의 모습이 얼마나 ‘몬스터’스러운 것인지 금세 깨닫게 될 것이다. 사실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외적인 조건은 작품을 재미있게 하기 위한 양념에 지나지 않는다. 본래의 주제는 오늘날 젊은 부부라면 누구나 겪고 있는 문제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독자의 입장이나 가치관에 따라 소설의 재미와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도가 달라질 것이다. 남자의 관점에서 결혼과 여자를 말하는 이 작품을 통해 성별에 따른 일방적인 편들기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결혼을 바라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이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의 자화상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