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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오아라
이승민
새움 201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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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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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이승민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십여 년 간 다수의 잡지사에서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콘텐츠 기획자로 활동하며 소설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선의 취향』이 당선됐고, 장편소설 『런던의 안식월』로 제1회 ‘K-오서 어워즈’를 수상했다. 『런던의 안식월』의 심사를 맡았던 소설가 성석제로부터 ‘자기 연민보다 훨씬 더 강력한 도구인 성찰과 냉정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416g | 130*190*30mm
ISBN13
9791187192183

책 속으로

오아라가 버스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청담동 명품 편집숍인 마인더숍 매장 앞이었다. 우울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그녀가 찾는 곳 중 하나였다. 평일 오후의 마인더숍은 한산했다. 오아라는 이곳에 올 때마다 외계 행성에 온 느낌이 들었다. 외계인이 청담동 한복판에 뚝 떨어뜨리고 간 듯한 기하학적인 외관은 언제 봐도 인상적이었다. 세계 최고라 칭송받는 이탈리아의 한 건축 장인은 오랜 기간 리뉴얼을 통해 이곳을 단순한 명품 편집숍에서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가장 농밀한 알레고리로 탈바꿈시켰다. 그리고 그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야릇한 위압감과 경외감을 놀라운 황금 비율로 형상화해냈다. 그래서 이름값은 중요하다고 오아라는 생각했다. --- p.14


필사적으로 믿음의 대상을 찾으면 찾을수록 삶은 열심히 비아냥거리며 오아라를 희망의 경계선 밖으로 밀어내거나 무릎 꿇렸다. 마인더숍에서 봤던 벤틀리의 뒷모습, 훔치고 싶은 디올 백, 청담 파라곤의 웅장한 정문, 김중권의 BMW 가죽 시트, 겐조 옴므의 향기, 로열 코펜하겐 찻잔. 오아라는 자신에게 진정한 믿음과 희망을 심어주는 대상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하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속물……. 한데 속물이 뭐 어때서. --- p.33


오아라는 생각했다. 뭔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더 이상 이대로는 삶을 지속시킬 수 없다고. 무심코 주머니에 넣었던 오아라의 손에 사각의 빳빳한 종이가 딸려 나왔다. KY성형외과 대표원장 김중권. 오아라는 복화술 하는 사람처럼 명함에 적힌 글자를 소리 없이 따라 읽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고. 삶이 이래서는. --- p.36


기꺼이, 행복하게, 나를 가두라. 그리고 나의 것이 되어라. 나를 너의 것으로 만들라. 더 격렬히, 아낌없이. 오아라는 주술사처럼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 p.76


김순옥은 쇼핑백에서 꺼낸 돌체앤가바나 원피스를 들고 가 옷장 문을 열었다. 안에는 간호사 옷과 경찰 제복 등이 일상복 틈에 섞여 걸려 있었다. 둘이 이러고 노는 것일까. 김순옥은 타인의 성적 취향에 대해 함부로 욕할 마음까지는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코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전신 거울 앞에 선 채로 원피스를 자신의 몸에 대봤다. 이 옷을 걸치고 오아라처럼 교태를 부리면 윤석향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pp.179~180


가난한 작가가 오피스걸이 된다는 설정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흥미로울 듯했다. 다만 이것이 세상을 향한 커밍아웃이 되지 않을까 일말의 염려가 앞섰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곧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그것은 독이 든 성잔이 될 것이다. 독배는 받고, 마시지만 않으면 될 일이다. 그것이 독배란 것만 경계한다면. --- p.207


오랜 샤워를 마친 후 공들여 메이크업을 하고 돌체앤가바나 원피스로 갈아입은 그녀는 디올라마 백을 꺼내 들고 발렌시아가 선글라스를 착용한 후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집을 나섰다. 택시를 잡아탄 오아라는 서울 시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로 가는 동안 몇몇의 남자들이 선글라스를 낀 채 로비를 가로지르는 오아라를 흘끗거리며 지나갔다. 10층으로 올라간 오아라는 복도 끝 1021호를 찾아 문 앞에 섰다.

--- p.311

출판사 리뷰

“가난한 소설가는 디올백을 사랑하면 안 되나요?”

마가렛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모티브로 삼은 『스칼렛 오아라』는 각자의 착한 욕망 혹은 나쁜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드라마다. 사소하든 무겁든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게 만들고, 인간을 욕망하게 만드는 에너지는 언제나 현실로부터 온다. 부족하거나 부재하거나 불편하거나 불만이어서 생성되는 백인백색의 욕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착하거나 또는 나쁘거나. ‘가난한 소설가는 디올백을 사랑하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오아라의 말 속에는 과연 착한 욕망이 담긴 것일까, 나쁜 욕망이 담긴 것일까.
인간은 욕망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불온한 욕망일지라도 그것에 흔들리는 오아라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욕망이 그려낸 신기루 속에 가볍게 발을 딛는 듯한 오아라를 그린 마지막 장면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 작가의 탄탄한 문장 속에 담긴 캐릭터들의 이중적인 면면을 관찰하다 보면 순식간에 페이지가 넘어간다.

-오아라
지방지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이면서 동시에 스칼렛이라는 예명을 가진 오피스걸.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의 예기치 못한 사고, 괜찮은 학벌로도 뚫지 못한 취업난, 등단의 높은 문턱, 등단 후에도 여전한 보잘것없는 현실, 명품을 향한 무한한 동경은 오아라가 오피스걸이 되기로 결심한 배경이 됐다. 낮과 밤이 다른 이중적인 생활을 계속해가는 그녀에게 남자는 살아가기 위한, 버티기 위한 플랜일 뿐이다.

-김중권
압구정 중심가에 있는 10층 빌딩의 KY성형외과 대표원장. 가난한 시골 집안의 고학생이었으나 좋은 집안의 아내를 만나 남자 판 신데렐라가 됐다. 불투명하고 모호한 비즈니스적 부부 관계가 계속되던 중 오아라를 만나게 되고, 진정한 사랑에 대한 열망을 뒤늦게 깨닫는다. 작가에 대한 환상을 가졌으며 오아라를 통해 거짓된 삶을 버리고 소탈하고 서민적인 삶을 되찾고자 한다.

-노아
열아홉 살에 호스트바 선수가 되어 8년 동안의 마담 생활을 거쳐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한다. 연예인이 되었어도 부족하지 않은 잘생긴 비주얼에 몸 좋고 밤일 잘하는 그는 세 명의 사모님으로부터 각종 명품과 돈을 제공받아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 고분고분하게 복종하는 자신의 스타일과 정반대인 오아라에게 끌려 그녀의 스폰서를 자처한다.

-김순옥
‘문학과 미래’에서 일하는 오아라의 담당 편집자. 노아와 동거 중이며 편집주간이자 유부남인 윤석향을 짝사랑한다. 윤석향이 오아라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자 그녀의 원고를 바꿔치기하고 집에 무단침입해 오아라의 옷을 걸쳐보고 명품 열쇠고리까지 슬쩍하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오아라가 오피스걸로 돈을 벌고 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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