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주의 소설은 우리 시대 보통 여자들의 삶의 모습과 고뇌를 담담하게 전개하는 안정된 짜임새를 이룩하고 있다.이 작가는 후기 산업사회 속에서 붕괴되어 가는 윤리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 존재의 기본적인 구성 요인으로 가족제도를 긍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족 분해나 해체보다는 가족 재결합과 구성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인습적인 가족의 부속품으로서의 여성적 존재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비판적이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가족의 울타리를 탈출할 수 없는 엉거주춤한 태도를 지녔다는 점에서는 동시대의 대다수 페미니즘 작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불륜의 드라마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오은주의 소설에는 불륜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기할 정도이다. 이 말은 곧 이 작가가 제시하는 여인상이 단순한 육체적인 쾌락을 추구하거나 그런 탐닉에서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유의 인간상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인간 개체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여인상으로 부각된다는 뜻이다.
등장 여인들 가운데는 과거의 얼룩진 전혀 없는 건 아니나 그건 분명히 결혼 전, 그러니까 처녀시절에 국한하기에 윤리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는 데서 요즘 '불륜' 범람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오히려 지극히 가정 지향적인 보통 여자 이야기란 점에서 한국 중산층 여성문학의 안정된 흐름을 상정하고 있다 하겠다.
임헌영(문학평론가, 중앙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