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선물
2. 뇌조(雷鳥)의 연가 3. 작은 새들 4. 포구송(浦口頌) 5. 날개의 초상 6. 바람개비 7. 북리(北里) 8. 여름의 너울 |
|
구김살이 잘 펴지도록 세탁물 하나하나 탈탈 털어서 건조대에 널었다. 그러나 손놀림을 멈추고 나는 무심결에 건조대 양끝을 부여 잡았다. 깨끗하게 빤 남편과 아이들의 옷가지.농밀한 햇살을 받으며 줄줄이 널린 그 풍경이 눈을 알싸하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이십여 년전 내가 그토록 집착한, 삶의 희망이란 덩굴에 열린 열매들이 아닌 가.......씁쓸하게 웃으며 몸을 틀었다.
하늘에서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 여느 날 같으면 그런 소음에 무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 몸을 날려 베란다의 창문을 드르륵 밀쳤다. 그리고 고개를 쳐들어 비행기 꼬리에 시선을 매달았다. 어쩌면 저 비행기 안에 홍현무가 앉아서 다시 이 땅을 떠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하면서도 안타까운 추측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 p.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