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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늘꽃
2. 려인(麗人) 3. 시인의 별 4. 초원을 걷는 남자 5. 말입술꽃 작가의 말 해설 - 환멸의 낭만주의에서 초절의 낭만주의로/김동식 |
二人化,, 본명 : 류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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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미는 비틀거리며 방을 걸어나와 밝은 햇빛 아래 섰다. 어디선가 꽃잎 하나가 하늘하늘 날어오더니 그의 발 밑에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 땅 위는 온통 환한 연보랏빛 꽃잎이었다. 암자에 가까운 벚꽃나무 숲에서 날아온 꽃잎이었다.
이 꽃잎들은 다 어디서 떨어진 것일까? 이성미는 새삼스런 질문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오랜 옛날, 한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불도를 닦으실 때 하늘에서 내렸다던 꽃비가 떠올랐다. 하늘은 티없이 청정한 것.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꽃비는 중생의 마음이 이미 청정하다는 마음의 환희였다. 불이(不二), 불이(不二). 정말 부처의 마음과 중생의 마음이 둘이 아니라면 한 남자의 일생을 사로잡은 저 고통스런 애욕은 무엇이었을까. 늙은 이성미는 엎어져 울고 싶은 슬픔을 느꼈다. 어디에도 돌아갈 곳이 없는 노년의 고독이 가슴을 저미었다. 단도 스님의 사랑도, 단도 스님의 수행도, 그리고 나 자신의 일생도 어느 아승기겁에 이루어질 성불(成佛)을 위해 차가운 허공에 덧없이 흩날리는 하늘꽃이런가. ---P.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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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괴로운 얼굴을 들어 초원을 걷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생령을,자신의 혼을 만나는 사람은 곧 죽는다는데.그러나 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내 얼굴을 쳐드는 것을 느꼈다.그 남자의 눈을 마주 보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나는 내가 죽기에도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 남자는 나를 닮았지만 나보다 17년은 더 어려 보였다.
--- p.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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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의 수행이 이만큼 한심할 줄은 스스로도 미처 몰랐다. 그렇게 무수한 염불과 독경과 참선이 젊은 날의 어리석은 마음자리를 손톱만큼도 옮겨놓지 못했다니. 나는 결국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도 못하과, 불은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오랜 과거로부터 애욕의 고뇌만 헛되이 맏아 울부짖는 중생이란 말인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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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황야에서 피어나는 서사시적 세계
소설집 『하늘꽃』에 실린 다섯 편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몽골 관련성이 나타난다. 몽골 침입기였던 고려 말을 시대 배경으로 한 작품이건,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건 모두 몽골과의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로 작가는 작품들을 집필하면서 자주 몽골을 찾아갔다고 한다. 이인화의 소설에서 몽골은 20년 전쯤의 한국과 비슷하다. 그곳은 한 사람이 두 사람으로 존재하는 곳,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며 그곳에서 작가는 삶의 원형적 형식(운명의 형식)을 발견한다. 그에게 몽골은 한없이 낯설면서 동시에 한없이 친숙한 곳, 서사시적인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서사시적 세계인 것이다. 이러한 서시시적 세계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시경(詩經)』이 표방하는 세계("인생과 우주의 황금률이라 할 수 있는 중용의 세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함이 있는 세계, 사회적인 관계와 인간적인 관계가 자연의 모습을 하고 있는 세계, 신념과 가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이상으로 꿈꾸는 시인의 품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삶을 지배하는 현실원칙은 시를 수단화하고, 시인이기 이전에 인간이었던 그들은 시대의 광포한 억압을 이겨내지 못하고 환멸과 절망에 빠진다. 몽골의 황야는 시인이 되고자 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람의 내면 풍경이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희미한 경계이다. 이 냉혹한 황야에서 "허공의 꽃"처럼 잠시 피었다 지는, 그러기에 이 세상 것이 아닌 듯이 아름다운 것이 바로 대지(大地)로 상징되는 여인과의 사랑이며, 그것은 모든 인간들이 지니고 있는 슬픈 습성인 것이다.
이인화의 소설은 서사시적 세계에 대한 시처럼 짧고 함축적인 구절들에 대한 상상적인 주석이라 할 수 있다. 「하늘꽃」의 단도선사의 「애사」, 「려인」의 팔만대장경 『대반야경』, 「시인의 별」의 「채련기(採連記)」, 「초원을 걷는 남자」의 소설 습작, 「말입술꽃」의 서상효의 일기 등에서 보이는 '기록'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