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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sula Kroeber Le G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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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
각기 특별한 능력을 가진 브랜터들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고지대의 한 영지 카스프로만트, 아버지 카녹의 뒤를 이어 카스프로 일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오렉은 혈통의 선물인 ‘되돌림’(파괴의 능력)을 이어받아야 하지만 웬일이지 능력의 발현이 늦다. 그의 소꿉친구이자 로드만트의 브랜터 테르녹과 바레의 딸인 그라이는 열 살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동물들과 소통하는 ‘부름’의 선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욕망과 칼룩(능력이 없이 태어나는 저지대 사람들)인 어머니의 입장에 대한 염려로 초초해하던 오렉에게 어느 날 예고 없이 선물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것은 전설의 브랜터 카다드를 연상시킬 정도로 파괴적이며 통제 불가능한 힘이었다. ‘길들지 않은 재능’의 파괴적인 힘을 제한하기 위해 카녹은 오렉의 눈을 봉인할 것을 결심하고, 오렉은 앞을 볼 수 없는 자신의 운명과 능력의 올바른 쓰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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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문학의 거장이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탄생시킨 새로운 세계
올해로 작가 경력 47년을 맞이하는 SF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귄이 새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왔다. 10여 차례의 휴고상, 네뷸러상 수상, 전미 SF 판타지 작가협회 선정 ‘그랜드 마스터’, 세계 환상 문학상과 카프카상, 필그림상 수상 등 SF와 판타지를 아우르는 화려한 수상 경력이나 ‘SF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단연 1순위’라고 말해지는 독보적인 문학성, 아니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그녀의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지만, 통칭 「서부 해안 연대기」라고 불리는 이 새로운 시리즈의 출간을 눈앞에 두고 무엇보다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은 올해로 80세를 맞이하는 르귄이 또 다시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인다는 점이다. “내 마음 속에서 깊고 복잡한 반향을 일으키는 이름” -- 어슐러 K. 르귄 이전의 작품들과 달리 마법이 아닌 ‘능력’에 관한 이야기인 이 새로운 시리즈는 ‘서부 해안’이라고 하는 동일한 상상계의 세 지점을 배경으로 각 권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이전 권의 주인공들이 어른이 된 모습으로 등장 새로운 장소에서 인생의 또 다른 국면을 펼쳐 보인다. 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서부 해안’은 헤인/ 에큐먼의 우주나 어스시의 세계에 비하면 마치 하나의 마을로 느껴질 정도로 제한된 세계이지만, 작가 자신이 “내 마음 속에서 깊고 복잡한 반향을 일으키는 이름”이라고 말했던 이곳의 삶은 사실 르귄이 창조한 여러 세계들 중에서도 우리의 현실과 가장 가까이 닿아 있다. 동물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물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파괴하고 목소리를 빼앗는 등 마법에 가까운 힘을 물려받지만 실은 혹독한 겨울과 거친 이웃, 가난과 싸우며 살아가야 하는 고원지대(『기프트』), 한때 학문과 예술, 자유의 도시였으나 이제는 문자마저 빼앗긴 채 강대국의 억압과 종교적 배척으로 고통 받는 안술(『보이스』), 믿음과 사랑만으로는 자신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도 지킬 수 없는 군국주의 신분제 사회 에트라(『파워』)…… 늘 감탄스러우리만치 정교하고 새로운 세상을 펼쳐 보이는 르귄이 헤인/ 에큐먼과 어스시의 세계를 떠나 새롭게 창조한 ‘서부 해안’의 세상을 보노라면 ‘판타지는 현실의 은유’라고 말한 그녀의 말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책과 이야기와 시에 대한 사랑으로 힘겨운 청소년기를 견뎌내는 아이들의 이야기 『기프트』, 『보이스』, 『파워』는 주인공이 멋진 활약을 펼치고, 세계를 구하고, 통쾌하게 복수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부 해안’의 아이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고난을 겪는다. 그들에게는 마법과도 같은 특별한 능력이 있지만, 그 능력이 인생을 쉽게 만들어주거나 그들을 구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능력이란 잘못 주어진 선물에 가깝다. 『기프트』의 오렉은 ‘되돌림’(파괴하는 능력)으로 영지를 지키고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지만, 오히려 탄생시키는 능력(시를 읽고 짓는 재능)을 타고났다. 『보이스』의 메메르는 온 마음으로 책을 사랑하지만, 책과 글을 사악하게 여기는 정복자들의 치하에서는 숨겨야 할 능력일 뿐이다. 노예로 자란 『파워』의 가비르는 본 것 모두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할 수 있지만, 예지력은 그가 겪어야 할 비극이나 시행착오를 피하게끔 이끌어주지 않았다. 이 아이들은 자기들 삶에서 일어나는 주요 사건들에서조차 무력하다. 이들은 선택받은 자가 아니고, 영웅이 아니다. 오직 책과 이야기와 시에 대한 사랑으로 힘겨운 청소년기를 견뎌내는 아이들일 뿐이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부분에 장르의 구분, 나아가 장르 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는 공감의 코드가 있다. 「서부 해안 연대기」는 ‘잘못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주인공들이 혼돈의 시기를 거쳐 자신의 능력이 가진 진정한 의미와 그 쓰일 곳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판타지 성장 소설이다. 하지만 늘 감탄스러우리만치 정교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내면서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 르귄이 젊은 세대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에는 성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어떤 소설 작품들보다 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