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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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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소녀시대
양장
김용희
생각의나무 200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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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평론 「생명을 기다리는 공격성의 언어: 김기택론」으로 등단하였다. 실연당한 지 한참 되었지만 아직도 양푼비빔밥을 좋아한다. 신선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고 요리 유튜브를 엄청 즐겨본다. 음식의 맛과 향을 즐기듯 삶의 결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픈 크리에이터. 이화여대 국문학과에서 현대시를 공부하고 문학평론, 시, 소설을 써왔다. 인문학으로 풍요롭게 살기, 소박한 음식 속에서 오감을 느끼며 살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평택대학교 공연영상콘텐츠학과에서
196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평론 「생명을 기다리는 공격성의 언어: 김기택론」으로 등단하였다.

실연당한 지 한참 되었지만 아직도 양푼비빔밥을 좋아한다. 신선한 식재료에 관심이 많고 요리 유튜브를 엄청 즐겨본다. 음식의 맛과 향을 즐기듯 삶의 결이 느껴지는 글을 쓰고픈 크리에이터. 이화여대 국문학과에서 현대시를 공부하고 문학평론, 시, 소설을 써왔다. 인문학으로 풍요롭게 살기, 소박한 음식 속에서 오감을 느끼며 살기에 관심이 많다. 지금은 평택대학교 공연영상콘텐츠학과에서 학생들에게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 『란제리 소녀시대』, 『나의 마지막 첫경험』, 『해랑』, 『향나무 베개를 베고 자는 잠』, 『화요일의 키스』가 있고, 문화비평서 『천 개의 거울』, 『기호는 힘이 세다』, 『사랑은 무브』, 문학평론집 『페넬로페의 옷감 짜기』, 『천국에 가다』 등이 있다.

첫 장편소설 『란제리 소녀시대』로 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로 추천됐으며 김환태비평문학상,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삼십대 비정규직 여성이 조직사회에서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권력과 폭력, 일상과 사랑의 문제를 코믹하면서도 스릴감 있게 그려낸 『화요일의 키스』, ‘쿨’ 세대인 1970년산, 1980년산 세대들의 엽기와 잔혹, 동성애와 그로테스크한 피의 한 풍경을 전달하는 『쿨 & 웜』 등 꾸준한 작품활동도 함께 병행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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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2월 12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319쪽 | 46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4989306

책 속으로

혜주 책장에 꽂혀 있던 『데미안』을 들추던 때였다. 책갈피에서 뭔가가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우러 몸을 숙였다. 잘 마른 제비꽃이 투명한 비닐에 싸여 납작하게 누워 있다. 붉은 자주빛 꽃잎에 솜털이 나서 벨벳처럼 부드럽고 따뜻해 보였다.
“야, 이쁘다. 이거 어디서 났는데?”
혜주는 가만히 미소만 짓고 맑은 눈빛으로 나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리곤 내 손에 들고 있는 제비꽃을 보았다.
“제비꽃말은 원래 겸양이래. 그 중에서도 바이올렛 색은 성실과 겸손, 흰 제비꽃은 티없는 소박함이래. 제비꽃은 앉은뱅이 꽃이면서 참 참하고 착한 꽃이지. 제비가 돌아올 땐 핀다고 해서 제비꽃이라고 한다더라.”
“으응, 그렇구나.”
이거 어디서 났는데. 나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혜주에게서 쉽게 답을 얻을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사람들이 왜 꽃잎을 말리는지 아니?”
혜주는 창문턱에 앉아 하늘을 물끄러미 보며 물었다. 마른 저녁이 서걱이며 찾아들고 있는 겨울날이다. 책상 위에 산국이 꽃병에 꽂혀 있다. 산국을 말려 꽃병에 꽂아둔 것 같다. 꽃향기가 날고 문득 과거의 시간들이 그림자처럼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 같다.
나도 창문턱에 앉아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동네 풍경이 천천히 눈에 들어왔다. 철길이 보이고 다시 철길로 화물을 실은 기차가 지나갔다. 화물차는 기름때 때문에 햇빛 속에서 유난히 반짝였다. 철로에서 몸을 덜컹댈 때마다 연기가 풍경을 토막토막 잘라 놓았다. 구름이 심심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녁이 다가왔고 지붕들 사이에 밥 짓는 냄새가 올라왔다. 시끌한 시장 소리마저 아득해지는 듯, 세상이 한없이 고요했다.
“모르겠는데......”
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혜주를 쳐다보았다. 문득 노란 모과 향이 진하게 났다. 그러고 보니 선반에 큰 모과 세 개가 놓여 있다. 모과향이 몸을 쓸어주니 몸과 정신이 노곤해진다. 방안 따뜻한 기운 때문인지 혜주의 뺨이 발갛다. 혜주는 긴 생머리를 한번 쓸어내렸다.
“꽃잎을 딸 때 함께 있었던 사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일거야. 그 시간이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일 거야.”

“소녀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과 여자가 된다는 것은 다르다. 소녀는 훈육과 통제 안에서 ‘여자’가 된다. 훈육과 통제에서 벗어나려 하면 말이다, 누구라도 한번 들어가면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어두운 연못 속에 빠지고 만다. 삶의 폭력이 부당하다고 소리쳐 말할 수도 없다. 폭력은 또 다른 이차 폭력을 가져올 뿐이니까. 소녀들에게 삶은 훨씬 변덕스럽고 심술궂다.
그래서 소녀는 자란다. 세상이 우리의 갈망에 순순히 응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부터.
아름답고 선한 것은 모욕당하기 쉽다.
아름답고 선한 것이 인생에서 사치스럽기 때문일까.”

--- 본문 중에서

줄거리

대구 정화여고 2학년 8반 이정희는 꿈 많고 호기심 많은 쾌활한 성격의 여학생이다. 사춘기 무렵의 소녀가 다 그렇듯, 이성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에 올라가 있고, 수업 시간에 몽상에 잠기길 좋아한다. 남진과 문주란, 혜은이 같은 당대의 인기가수의 노래를 즐겨 흥얼거리고 《선데이 서울》 《야담과 실화》 같은 대중잡지를 몰래 보기도 한다. 이정희는 어느 날 ‘범생이’ 언주의 주선으로 계성고 2학년 남학생들과 빵집에서 미팅을 하고 그중 기욱이라는 남학생에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정희의 뜻과는 달리 기욱이는 언주와 친해지고 자신은 ‘똥문’이라는 비호감의 남학생으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정희의 반에 서울에서 하얀 피부에 창백한 얼굴을 가진 박혜주가 전학을 온다. 혜주는 조신한 서울말투와 사색적인 분위기로 단번에 아이들의 눈길을 끈다. 선생님들도 혜주를 이뻐한다. 정희를 비롯한 친구들은 그런 혜주에게 묘한 선망의 감정과 함께 질투심을 느낀다. 하지만 혜주의 맑고 다정다감한 모습에 정희는 곧 혜주와 친해진다. 혜주는 문학에 심취한 소녀로 이미 학생잡지에 시를 발표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떨친 적이 있는 문사다. 혜주와 함께 계성고가 주최한 문학의 밤 행사에 간 정희는 거기서 멋진 기타를 치며 비틀즈의 〈헤이 쥬드〉를 부른 진이 오빠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진이 오빠마저 혜주와 각별한 사이가 되자 심하게 낙담한 나머지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 그 무렵 자갈마당이라 불리는 정희의 동네에서 심심찮게 성범죄가 발생해 동네 분위기가 흉흉해진다. 정희네 완구공장에서도 여공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혜주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동네 약방 총각이 혜주를 납치, 감금하고 성폭행을 했다고 한다. 혜주의 부모는 가해자인 약방 총각을 경찰에 고발하라는 학교 선생님의 권유도 마다한 채 어느 날 소리 소문 없이 그 동네를 뜨고 만다. 정희는 혜주가 밤길에 납치되는 날, 골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무서운 생각에 창문을 열어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나중에서야 그날 밤의 이상한 소리가 혜주가 납치되는 험악한 상황에서 나온 소리였음을 알게 되고 자책하게 된다.

출판사 리뷰

눈밝은 문학평론가 김용희의 첫 번째 장편소설!
명랑, 유쾌, 발칙한 소녀들의 달콤쌉싸름한 성장과 사랑 그리고 그에 따른 진통 이야기
소녀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과 여자가 된다는 것은 다르다!


근대시민사회의 적자라는 태생적인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소설 장르에서 성장소설은 시민사회의 성숙과 교양의 확대라는 공공적 이익이 요구되면서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창작되었다. 영미문학은 물론이고 근대 독일문학, 프랑스 문학에서 성장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들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읽히는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팀 보울러 같은 성장소설 전문작가가 등장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기까지 하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완득이』를 비롯해,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같은 성장소설로 분류될 수 있는 소설이 출간되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문학평론가로서 활발한 현장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김용희가 소설가로서 처음 발표하는 『란제리 소녀시대』 역시 성장소설의 모범적인 전통을 따르고 있다. 주인공이 아직 주체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미성숙한 고등학생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가 주변의 인물과 사건이 직조해내는 세계의 다양한 사태들과 조우하면서 자신의 존재의 원리와 성격을 궁구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그것을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분명 성장소설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기존의 성장소설과 다른 것은, 성장소설의 관념적인 도식성과 계몽적 경직성을 과감히 폐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와 같은 차별성은 작가가 구사하는 솔직하면서도 도발적으로까지 보이는 내러티브의 힘에서 기인하는데, 작가는 성장하는 개인의 윤리 속에 남과 여, 폭력과 희생이라는 사회적 지배구조의 함의들을 섞어놓는다. 명민한 기억력으로 1970년대 후반 대구라는 도시의 분위기와 당대의 명료한 표징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여고생들의 감수성과 문제의식, 그리고 그것을 억압한 시대적 분위기를 정밀하게 복원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진지함과 재미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달콤쌉싸름한 매력적인 성장소설이 탄생한 것이다.

동어반복의 늪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소설의 풍토에서 출현한 아주 재미있고 발랄한 소설

『란제리 소녀시대』는 또한 이즈음 유행하는 칙릿계열의 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젊은 여성들의 감성과 생리를 잘 짚어내는 데 성공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1970년대 말에 고등학생을 보낸 작가 김용희 또래의 여고생들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시대에 대한 자의식을 여과 없이 과감하고 대범하게 투사한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설득력 있는 스토리 라인과 더불어 빠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서사구조를 만들어낸다.
주인공 이정희는 대구에서 완구공장을 하는 집안의 둘째딸이다. 그녀는 개성이 강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말 많고 탈 많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을 통과해나간다. 공부와 시험에 치이고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끊임없이 ‘훈육과 통제’를 당하면서도 정희는 연애와 문학 같은 일탈을 시도한다. 남학생들과 영화를 보고 나오다가 선생님에게 걸리기도 하고 첫눈에 반한 선배 오빠 때문에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심지어는 연애에 낙담하여 자살을 연구하기도 한다. 자칫 감상이나 과장의 오류에 빠지기 쉬운 이런 디테일한 시퀀스는 당대의 분위기와 시대 상황을 생생하고 치밀하게 복원하는 녹록찮은 묘사와 문장력에 의해 사실성을 획득한다. 이 소설이 가지는 상당 부분의 재미는 바로 이 사실성이 주는 통쾌함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환기력이다. 소녀 시절은 누구나 다 돌아가고 싶은 고향과 같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양연화(花樣年華)의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 바치는 진솔한 송가와 같은 이 소설. 작가는 소설을 통해 묻는다. 어떻게 그 시절을 잊겠는가. 아프고 따뜻했던 우리들의 심장과 우리들의 약속, 헤르만 헤세의 소설에 밑줄을 긋던 가장 순수하고 빛나는 시절의 사랑을… 이라고.

추천평

문학에 대한 신앙과 같은 갈증으로 늘 목이 메마른 김용희 교수가 소설을 썼다. 반짝이는 재기와 발랄한 감성이 팽팽하게 이야기를 몰고 나가 긴장미를 내뿜는다. 모처럼 살아 있는 서사의 재미를 맛보게 한다. 여자의 고향은 청춘이라고 했던가. 자신의 세대에게 바치는 야무진 소설 한 편을 씀으로써 그녀는 아름다운 고향 하나를 갖게 됐다.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우리 평단의 기린아 김용희가 소설에 마수를 뻗는 사고를 쳤다. 이 사고가 문단을 뒤흔드는 대형사고가 될지, 자신의 문학을 성숙시키는 페넬로페의 옷감짜기가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성에 눈떠가는 10대 소녀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통해 세상과의 불화, 그리고 마침내 화평의 언어를 배워가는 이 소설은 성장소설의 역동성은 물론 여성과 남성, 활자문화와 영상문화 사이의 긴장이 주는 삶의 생산적 의미를 창출한다. 소설로서 처녀작이 될 이 소설을 딛고 인생이라는 영원한 성장의 기록을 앞으로 더욱 풍성하게 우리에게 보여주기를 김용희에게 기대한다. 그 자신의 모습이 그러하듯이.
김주연 (한국번역문학원장, 문학평론가)
내가 아는 김용희는 시를 잘 읽어내는 명민한 문학평론가이지만, 영화를 비롯한 대중문화에 대한 감식안 또한 예리하고 풍요로운 사람이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사람살이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만큼 남다른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그 남다른 애정이 소설로 드러난 결과물이다. 자기 또래의 여자들이 살아온 시공을 세밀화 그리듯 촘촘한 눈으로 들여다보면서도 감상에 빠지는 법이 없다. 소설 속 이야기는 따듯하되 가볍지 않고 진지하되 엄숙하지 않아서 편하게 읽힌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소녀들과 함께 낄낄거리다 문득 마음 한켠이 싸해진다. 저마다의 성장통을 지나는 소녀들을 불러 가든파티를 여는 따뜻하고 솜씨 있는 소설이다.
김선우 (시인)
열여덟 살에는 누구나 소녀였다. 『란제리 소녀시대』를 읽으면서, 나도 한때 소녀, 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1979년 18세 대구 소녀 이정희 양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 ‘짧고 빛났던 생의 한때’가 지금 여기 애틋하게 되살아나는 것만 같다.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 웅크리고 있는 내 작은 소녀와 함께, 이 음악을 간절히 듣고 싶어진다. 헤이 주드~
정이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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