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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 호메로스를 만나다 2. 호메로스를 이해하다 3. 호메로스를 사랑하다 4. 호메로스를 찾아가다 5. 호메로스를 찾다 6. 낯선 존재 호메로스 7. 호메로스의 실재 8. 청동무기의 영웅 9. 초원의 호메로스 10. 갱과 도시 11. 호메로스의 거울 12.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결론 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옮긴이의 말 |
Adam Nico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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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중심에는 서로 연결된 한 쌍의 질문이 놓여 있다. 바로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 하는 물음이다. 아득한 옛날에 지어진 시가 다소 버겁고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운명이 우리 인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얼마나 냉혹한지,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이고 그것은 또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실존에는 어느 정도의 고통이 따르는 것인지에 관해서 호메로스의 시가 풀어놓는 전쟁과 고난의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에게 뭔가를 말해주는 부분이 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건지는 수수께끼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쯤이었을 청동기시대 지중해 동쪽에서 품었던 생각들이, 다야크족만큼이나 낯설고 바누아투만큼이나 먼 곳에서 유래한 이 시가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체 무슨 연유로 그토록 머나먼 곳의 이야기가 이다지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p.11
호메로스에서는 두 세계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고통에 따른 절박한 느낌이 묻어나며, 언제까지나 변치 않을 것처럼 확고부동해 보였던 원칙들이 흔들리는 시대의 물음들에 직접 응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분명치 않아진 것이다. 개인과 공동체, 국가와 영웅,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인생은 변함없이 무한한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인가, 아니면 그저 찰나적이고 가망 없이 무가치한 것일 뿐인가? ---p.13 호메로스의 시는 또한 밀려드는 비애감, 시련과 고통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맞닥뜨린 자의 필사적인 고뇌 및 죽음과 마주한 자의 쓰라림이라는 정서적 추동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시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관한 이야기며, 이처럼 곤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을 향한 애잔한 마음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된 동력이다. ---p.18 우리 문화에서 호메로스가 차지한 자리는 이제 거의 시들어버리고 말았다. 나로서는 그저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호메로스를 알아가고 그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그 경험들이 내게는 일종의 바닥짐 역할을 해주었다고. 호메로스는 하나의 기념비로 우뚝 선 아름다운 바윗덩어리, 크고 조금쯤은 잘못 알려진, 남성적이고 믿음직스런 아버지 같은 존재다. 친구도 애인도 아내도 아닌 그는 그보다 훨씬 더 기저에 있는 것으로, 특정한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의 한 형태다. 괴테는 유럽이 성서가 아니라 호메로스를 경전으로 삼았더라면 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고 그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p.42 호메로스는 진리와 아름다움의 주춧돌이고, 키츠는 기꺼이 ‘우리’가 그의 시를 상상했다고 말했다. 호메로스는 당신의 삶을 확장시켜줄 것이다. 인간의 시간을 가로질러 넘어오는 광대함이자 인간 마음의 최대치인 호메로스는 동참하려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살아 있다. 호메로스적인 것은 인간적인 것이다. 리치먼드 래티모어는 1940년대 후반에 훌륭하게 번역한 그의 『일리아스』 번역본에서, “호메로스의 번역본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미 답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라고 대답했다. 호메로스에 관한 책을 하나 더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산책은 왜 하는가? 배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춤은 왜 추는가? 왜 존재하는가? ---p.64 호메로스는 절대 거기에 없다. 그는 언제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버리고 마는 위대한 부재다. 그는 밀랍덩어리 위에 떨어진 한 방울의 수은과도 같다. 그에 관한 이야기라면 신뢰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그가 태어난 장소, 부모, 인생 이야기, 연애, 심지어 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의 여부조차도 말이다. 그는 한 사람의 시인이었을까, 아니면 두 사람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여러 사람이었을까? 혹시 여러 호메로스는 여자들이 아니었을까? ---p.97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호메로스가 더 기이해 보인다. 덕분에 말도 안 돼 보이는 일들이 넘쳐난다. 그리스어를 읽지 못했던 중세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리아스』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행운을 비는 뜻으로 책에 키스를 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자신이 『오디세이아』 번역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그리스어 교수들과 달리 자신은 “많은 사람들을 죽여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에 피를 묻혀보지 않고서는 호메로스를 읽어봤자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p.98 호메로스는 학교에서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예컨대 위대한 남녀에 관한 이야기, 고결함이 위기에 빠진 이야기,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깊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해야만 하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다뤄졌다. 말하자면 고전기 아테네인들에게 있어 호메로스는 도덕적 선택에 관한 하나의 백과사전이었던 것이다. ---p.109 반복되는 시적 비유를 통해서 호메로스는 삶은 부서지기 쉽고, 사랑은 마음에 상처를 주어 고통을 겪게 만들고, 죽음은 어김없이 찾아오고야 만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또한 잔디밭에서 꽃봉오리가 올라오고 양이 우유를 생산해내며 안개처럼 자욱한 새 잎들이 겨울 숲의 어둠 속에서 막 숨을 쉬기 시작하는 봄의 언덕에 올라서 있는 순간이, 살육당한 적들로부터 무기를 거둬들이거나 적의 아내를 강간하는 일보다 훨씬 더 값지다는 사실도 안다. ---p.202 그들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응시한다. 서로를 경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 장면이야말로 『일리아스』의 승리다. 프리아모스는 도시의 선함을 아킬레우스의 마음에 가져다주었다. 이제 헥토르는 자신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고 도시 바깥에서 경건하게 묻힐 것이다. 그렇게, 트로이는 전쟁에서 이겼다. 평원에서 온 남자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가 전한 지혜의 아름다움을, 자신의 아들을 죽인 남자를 존중할 수 있는 초인간적인 능력의 아름다움을 빨아들였고, 서로 함께 그런 지혜를 나누는 용기를 발휘한 덕분에 먼 미래에는 도시와 평원이 멋지게 융합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지않아 아킬레우스는 죽을 것이고 트로이는 곧 멸망할 것이다. 트로이인들은 모조리 살해당할 것이고, 누구보다도 프리아모스는 바로 아킬레우스 아들의 손에 죽을 것이며, 여자들은 능멸당하고 노예로 끌려갈 것이다. 하지만 이 순간, 시는 잠시나마―혹은 사실상 영원히― 보다 나은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p.351 이어 160행에 걸쳐서는 폭풍이 휘몰아쳐 너울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이리저리 요동치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 대목에서 문장은 영웅에게 아무런 위엄도 부여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전개된다. 악의에 가득 찬, 거의 아무런 형태도 없는 파괴만이 반복된다. 베르길리우스에서 오비디우스까지,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위대한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거의 모든 상상력에 등장하는 폭풍을 지지해주는 요소들이 여기서 작동한다. 포세이돈은 바람을 사방에서 불어오게 한다. 그는 바다 표면을 거세게 헤집고 휘저으며 먹구름으로 땅을 뒤덮어버려, 바다 자체가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게 만든다. 거대한 파도가 오디세우스를 덮쳐서 그의 몸을 송두리째 쓸어버린다. 그의 무릎은 힘을 잃었고 심장은 녹초가 되어버렸으며 그의 광대하고 자신만만했던 정신은 포세이돈이 발휘한 지하세계의 힘 앞에 전율한다. ---p.395 여자를 만날 때마다 그 아래에는 성적인 긴장이 요동친다. 울타리 안에 갇혀버리는 것에 대한 남자의 공포와 울타리에 갇히고픈 남자의 갈망이 서로 끝없이 교차한다. ‘불이 꺼진’ 또는 ‘보이지 않는’이라는 뜻을 지닌 하데스에게는 이 애착과 거리 두기의 춤이 저만의 슬픈 색조를 띤다. 지상에서 중요한 모든 것, 모든 사랑과 생명과 성장과 희망이 이곳에서는 사라지고 없으며, 회색 유령처럼 절반쯤만 존재하는 생명 없는 삶으로 축소되었다. ---p.404 『일리아스』의 끔찍한 장면이 반복되어 튀어나올 때는 파괴의 기운이 거의 성적 쾌감처럼 분출된다. ---p.415 호메로스의 교훈은 폭력의 쓸모, 혹은 한 점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이고 여자들을 노예로 삼고 팔며, 도시를 정복하여 그곳의 사람들을 절멸시키고, 정의는 개인적인 보복으로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사실, 갱들이 활보하는 지옥을 만들어내는 호메로스의 그 모든 요소들이 현대의 문명인들에게는 늘 불편하게 다가왔다. 포프는 ‘『일리아스』에서 지나치게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잔혹한 정신’에 충격을 받았고, 윌리엄 블레이크는 호메로스가 유럽을 전쟁으로 황량하게 만들었다며 그를 비난했다. 토머스 페인의 미국인 친구이자 계몽주의를 옹호했던 조엘 발로우는 어떻게 호메로스가 시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유럽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자신의 주된 강의 주제로 삼았다. ---p.421 호메로스의 위대함은 감춰진 생생함을 폭로함에, 삶의 정수를 분명하게 드러냈음에 있다. 호메로스는 그리스인이 아니다. 그는 세계 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이다. ---p.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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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타임스, 이코노미스트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소네트처럼 섬세하게 짜인 책” 4,000년에 걸친 서양 문화의 탄생과 궤적을 추적한 역작!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2014 이코노미스트, 선데이 타임스, 커커스 리뷰, 텔레그래프 ‘올해의 책’ 2014 아이리시 타임스, 스펙테이터, 뉴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2014 새뮤얼존슨상 후보작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 이야기가 탄생하고 사유가 시작되고 문명이 태동한 순간에서 원전이 구전되고 번역되고 서양 정신을 형성하기까지 그 4,000년의 시간을 관통하다! 서양에서 문자로 기록된 최초의 문학 작품이자 서양 정신의 출발점으로 일컬어지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두 서사시의 작가로 여겨지는 호메로스에 대해서도, 그리고 이 두 작품이 서양사에서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 학교 그리스어 시간에 처음 만난 호메로스는 따분하고 멀게만 느껴졌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기쁜 마음으로 호메로스와 작별했다. 변화가 찾아온 건 시간이 한참 지나 그가 중년이 된 어느 해 여름. 배로 거친 북대서양을 항해하다 우연히 읽은 『오디세이아』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운명과 인간의 조건에 대해, 그 어떤 책에서도 읽어보지 못했던 손상되지 않은 진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깨달음이 그를 후려쳤다. 인생의 안내서를 만난 그는 그로부터 10여 년간 호메로스에 얽힌 수수께끼와 의미를 밝히기 위해 온갖 관련 서적을 섭렵하고, 호메로스의 자취가 남아 있는 유럽 전역을 탐사한 끝에 이 책을 완성했다. 운명이 우리 인생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얼마나 냉혹한지,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이고 그것은 또 얼마나 나약한 것인지, 실존에는 어느 정도의 고통이 따르는지에 관해서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풀어놓는 전쟁과 고난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속삭인다.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 지중해 동쪽에서 품었던 생각들이 아직도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을 발휘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체 무슨 연유로 그토록 머나먼 곳의 이야기가 이다지도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이 책은 ‘호메로스는 어디에서 왔으며, 왜 호메로스가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통해 문학이 탄생하고 문화가 태동한 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리고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을 마치 추리소설처럼 추적하면서, 두 서사시가 담고 있는 세계관이 어떻게 다르고, 호메로스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되고 서양 문학과 정신의 토대를 구축했는지, 그리고 번역과 오역에 얽힌 기나긴 논쟁과 호메로스의 문학사적 가치에 대한 어긋난 평가들에 이르기까지 그 웅장하고 내밀한 역사를 세세하게 들려준다. 출간 시 영국과 미국의 유력 언론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이코노미스트, 선데이 타임스, 커커스 리뷰, 텔레그래프 등에 의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이 책은 호메로스에 대한 찬미이자 운명과 인간의 실존에 대한 해설이다. 문학, 역사, 예술, 고고학, 지리학, 신화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서술을 바탕으로, 욕망, 광기, 명예, 폭력, 사랑, 죽음, 모험, 비극, 복수, 정의 등 서양 문학을 규정하는 가치들의 원형을 탐색한 이 책은 하나의 문학 작품이 어떻게 현재 유럽인의 사유 방식과 문화를 일구어냈는지를 유려한 문체로 증명하고 있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기원은? 호메로스에 얽힌 오해와 진실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전후에 창작되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저자는 호메로스 서사시에 들어 있는 다양한 언어의 흔적들과 고고학적 증거를 들어, 호메로스의 기원은 그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던 기원전 2000년 전후 수세기에 걸쳐 생겨난 것이라고 본다. 호메로스의 작품은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반(半)유목민적 문화의 특성인 영웅주의 문화가 중심인 세계와, 지중해 동부의 중앙집권적이고 체계가 잘 잡힌 세련된 도시문화가 중심인 세계가 만나서 초기 그리스 문명이 탄생하던 순간에 생겨난 이야기로, 상반된 두 문화의 충돌로 인해 기존의 원칙들이 흔들리면서 생겨난 질문들에 대해 직접 응답하고자 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두 서사시는 호메로스라는 한 개인이 쓴 작품이라기보다는 수세기에 걸쳐 구전으로 전해져 오던 이야기가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창작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해지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역사적으로 남아 있는 다양한 기록들을 제시하면서 호메로스에 관한 일치하지 않는 의견들이 얼마나 많은지, 또 기원전 2세기경 서사시의 번역과 보전을 맡은 알렉산드리아의 학자들에 의해서 호메로스가 어떻게 편집되고 변형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호메로스에 관한 이야기라면 신뢰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 그가 태어난 장소, 부모, 인생 이야기, 연애, 심지어 그가 실제로 존재했는지의 여부조차도 말이다. 예를 들어 19세기의 번역가 새뮤얼 버틀러는 호메로스가 젊은 여자였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인 사항들에 관한 설명이 너무 정교하다는 이유와 또 『오디세이아』에는 ‘배의 키가 양쪽 끝에 두 개가 달려 있다’는 언급이 두 번 나오는데 이는 여자가 저지를법한 실수가 분명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호메로스가 맹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지만, 이것도 호메로스란 단어가 레스보스 섬의 방언에서 맹인이란 뜻을 가진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말도 안돼 보이는 일들이 넘쳐났다. 그리스어를 읽지 못했던 중세 이탈리아 사람들은 『일리아스』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 행운을 비는 뜻으로 책에 키스를 했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자신이 『오디세이아』 번역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그리스어 교수들과 달리 자신은 “많은 사람들을 죽여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에 피를 묻혀보지 않고서는 호메로스를 읽어봤자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담고 있는 것 세계관의 충돌과 인생의 지침서 호메로스의 서사시가 흑해 북쪽 초원지대의 영웅주의와 지중해 동부의 중앙집권적인 도시문화의 충돌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두 서사시의 차이도 설명한다. 『일리아스』에서는 트로이에서 일어난 전쟁과 좌절과 궁극적으로는 화해를, 『오디세이아』에서는 유연성과 통합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두 서사시는 두 세계의 충돌로 인해 확고부동한 원칙이 흔들렸을 때 이에 대해 응답하고자 하는 의지의 산물이기도 하다. 개인과 공동체, 국가와 영웅,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인생은 변함없이 무한한 가치를 지닌 그 무엇인가, 아니면 그저 찰나적이고 가망 없이 무가치한 것일 뿐인가? 호메로스의 시는 또한 밀려드는 비애감, 시련과 고통이라는 존재의 본질과 맞닥뜨린 자의 필사적인 고뇌 및 죽음과 마주한 자의 쓰라림이라는 정서적 추동력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 시는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점에 관한 이야기며, 이처럼 곤경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간을 향한 애잔한 마음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된 동력이다. 그런 점에서 호메로스는 고전기 아테네인들에게 일종의 지침서로 사용되었다. 예컨대 위대한 남녀에 관한 이야기, 고결함이 위기에 빠진 이야기,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깊은 도전에 직면했을 때 해야만 하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다뤄졌다. 말하자면 호메로스는 도덕적 선택에 관한 하나의 백과사전이었던 것이다.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선 저자가 『오디세이아』 구석구석에서 인생에 대한 거대한 은유의 점철을 발견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저자는 고백한다. “오디세우스는 지중해가 아니라 한 인간이 삶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신들은 저 멀리 있는 창조자가 아니고 우리 안에 있는 요소들이었다. 분별력의 결핍으로 인한 무자비함, 변덕스럽고 일시적인 흥미, 무심함, 시시때때로 튀어나오는 이기심, 기만, 땅이 뒤흔들릴 정도로 쿵쿵거리며 걷는 것, 이 모든 것들이.” 그런 점에서 그는 『오디세이아』를 자신의 죽음을 관통해서 항해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읽기도 한다. 또한 실수투성이에다 제멋대로이고 허영덩어리인 인간의 실체를 아는, 그러면서도 고결하고 진실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자각의 한 형태를 그 안에서 발견한다. 호메로스의 의미 역사적으로 호메로스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다. 시몬 베유는 『일리아스』가 무력을 꿈꾸는 자들의 쾌락을 대변한다는 가혹한 비평을 했고, 알렉산더 포프는 ‘『일리아스』에서 지나치게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잔혹한 정신’에 충격을 받았고, 윌리엄 블레이크는 호메로스가 유럽을 전쟁으로 황량하게 만들었다며 그를 비판했다. 계몽주의를 옹호했던 조엘 발로우는 어떻게 호메로스가 시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유럽을 잘못된 길로 이끌었는가 하는 이야기를 자신의 주된 강의 주제로 삼기도 했다. 반면 괴테는 유럽이 성서가 아니라 호메로스를 경전으로 삼았더라면 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며 그게 더 나았을 거라고 생각했고, 시인 존 키츠는 자신이 처음 호메로스를 만난 충격적인 인식의 순간을 「채프먼의 호메로스를 처음으로 읽고」라는 자신의 시에 기록했다. 또한 수전 손택은 현실을 이해하는 합리적인 시선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호메로스의 암울함이 불가피하다고 고찰했다. 호메로스가 잘못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는다는 점이, 미덕을 향해서 제식대로 삐뚜름하게 서 있는 특정 세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의 핵심이다. 저자는 말한다. 호메로스의 위대함은 감춰진 생생함을 폭로함에, 삶의 정수를 분명하게 드러냈음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호메로스는 그리스인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반짝거리는 빛이다. 그는 아무런 답을 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권위에 굴복해야만 하는 걸까? 스스로를 낮추는 게 옳은 일일까? 자아에 몰입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일은? 폭력을 장려해야 하는 걸까? 꼭 사랑해야 하나? 호메로스는 그런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는다. 단지 그들의 현실을 극화劇化해서 우리에게 들려준 뿐이다. 그는 바다에 떠 있는 배의 끓어오르는 활력과도 같이 생기 있고 복잡한 삶의 공기 속에서, 그리고 그가 반복해서 말하듯이 당신의 등 뒤에서 활기를 찾아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찬란한 자취 속에서 숨 쉬고 있다. 기타 이 책에서 논의되는 내용들 · 호메로스는 실존 인물인가? 맹인인가? 호메로스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들 ·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누구의 작품인가? 이를 밝히려는 기나긴 역사적 추적들 ·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세계관은 어떻게 다른가? 두 서사시의 해설과 비교 · 호메로스의 문학사적 가치에 대한 어긋난 평가 그 팽팽한 긴장과 충돌의 순간들 · 거장들에 드리워진 호메로스의 자취 상상력과 표현력의 계승 · 호메로스는 어떻게 유럽에 전파되었는가? 그 경로와 숨은 공로자들 · 『일리아스』 최초 판독본의 발견이 가져온 흥분과 파장들 그리고 오랜 논쟁의 시작 · 호메로스 번역과 오역의 역사 완벽한 번역을 위한 학자들의 노력과 비판 · 다층적인 호메로스 언어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섬, 바다, 파도, 바람, 해변, 배, 새, 말, 무덤 등의 의미와 상징 · 이야기는 무엇을 담는가? 절제된 고결함, 두려움과 욕망, 도전과 선택, 자연의 역설, 필사적인 고뇌, 현실의 비애, 죽음을 마주한 쓰라림, 이기심과 기만, 불굴의 신념, 영혼의 불덩어리 …… · 호메로스의 의미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모든 것 “피가 끓고 내장이 꿈틀대며, 인정사정없이 앙갚음하고픈 욕망과 강렬한 운명의 힘이 요동친다.” 추천사 다층적이고 사적이고 심오하다. 자신만만하고 대범한 문장들은 『일리아스』의 살육을 방불케 하는 칼과 창으로 가득 차 있다. ― 「월스트리트 저널」 우리에게 마음의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책. 니컬슨은 우리가 아직도 호메로스에게서 찾으려 하는 것들을 유려하게 집약해낸다. 지혜, 두려운 대상과 용감하게 대면하는 방식,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죽음을 멀리하는 태도, 드넓은 포용력과 마를 줄 모르는 생기, 향수에 대한 저항…… 이 모든 것들을. ― 「워싱턴 포스트」 나는 지금껏 이렇게 감동적이고 영감을 주고 지적이고 즐거움을 주는 책은 거의 보지 못했다. 애덤 니컬슨은 학교 수업 시간에 그렇게 오랫동안 망각되어온 호메로스가 어째서 평생의 필독서로서 지극히 중요한지를 우아하게 설명한다. 이 작가는 최후의 진정한 박식가 중 하나임에 틀림없고, 무엇보다 이 새로운 책은 다른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와 광인』 저자 누구나 쉽게 읽어낼 수 있는 책. 니컬슨의 아마추어리즘(이 말이 지닌 가장 좋은 의미에서)과 탐구를 위해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는 그의 열정이 순식간에 우리에게 전염되고 만다. 마침내 영웅의 시대가 우리 시대에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 「뉴욕 타임스」 황홀한 지식. 여행기, 연구서, 평론이 놀라운 필체로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고, 마음에서 우러난 품격을 간직하고 있다. 호메로스 서사시에 대한 위대한 천상의 호소. 니컬슨은 긴장감 속에서 박진감 넘치는 활력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끈질기게 밀고 나간다. 웅변, 격정, 관대함, 대담성, 솔직함이라는 호메로스의 가치들로 빛나는 그의 미학은 찬사받아야 마땅하다. ― 「인디펜던트」 마음을 설레게 하는 오묘한 책 하나가 호메로스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넓혀준다. 페이지마다 과녁을 맞히는 뭔가가 있는 책이다. ― 『뉴스테이츠먼』 올해의 책 애덤 니컬슨은 대중을 위한 책을 쓰는 작가다. 보통 이런 책은 한 줄 한 줄 심혈을 기울여서 쓰는 전문 연구서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공을 들여 쓰지는 않는 경향이 있는데 반해, 니컬슨의 글은 인문학 지식이 풍부하고 우아하며 열정적이다. 그가 느끼는 흥분이 책을 읽는 우리에게까지 전염된다. ― 『뉴요커』 아무리 면역력이 강한 사람이라 해도, 결국 자기도 모르게 이 시인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호메로스에 한 번도 공감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책 놀라운 책이다. 전문적인 지식이 풍부하게 담겨 있으면서도 너무도 친밀하고 사적인 느낌이 스며들어 있는 이 글이 당신의 마음 속 깊이 공명하게 될 것이다. 장르를 초월하는 책. 마지막에는 기분이 한껏 고무된 채로 이 책을 덮게 될 것이다. ― 『스펙테이터』 올해의 책 박학하고 시공을 넘나들고 자극적이다. 다채롭고 모험적인 이 책은 니컬슨 자신의 여정으로,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고대 세계를 배회하고 수천 년의 시간을 관통한다. 그의 열정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두 서사시의 특징에 대한 그의 조사는 예리하고 매혹적이다. ― 『리터러리 리뷰』 세상을 방랑하면서 쓴, 호메로스를 향한 명석하고 열정적인 연서. 그 어떤 건조한 전문 해설서보다 훨씬 더 많은 영감을 주는 책이다. 호메로스에 관한 책을 시험하는 유일하게 실질적인 방식이 결국 사람들로 하여금 호메로스를 읽게 만드는 것이라면, 이 책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모습으로 당당히 그 관문을 통과하게 될 것이다. ― 「선데이 타임스」 호메로스풍의 방랑이나 방랑벽에 대한 찬가. 태곳적 모험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 ―「옵서버」 마치 스릴러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동시에 소네트처럼 섬세하게 짜인 책. 파피루스만큼이나 오래된 호메로스가 MTV만큼이나 현대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놀라운 묘기 ― 「데일리 텔레그래프」 애덤 니컬슨의 책은 모래 위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름다운 조가비 같다. 섬세하고 진기하고 경이롭다. 이 책은 호메로스가 지금의 우리에게 인생과 우리 자신에 대해서 말해야했던 것들에 관해 우리를 사색하도록 이끈다. ― 알렉산더 맥콜 스미스, 에든버러 대학 명예교수 인생과 예술에 대해서 애덤 니컬슨보다 뛰어난 이야기꾼도 없고 그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도 없다.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그 설득력과 황홀감에 있어서 정점에 있는 책이다. 이 위대한 시인의 시각을 통해 니컬슨은 무섭고 놀라운 변화가 이루어지는 이 세계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방법에 관한 일종의 형이상학적 안내서를 공들여 만들어냈다. ― 너새니얼 필브릭, 『바다 한가운데서』 저자 이야기의 무대가 되었던 실제 장소를 직접 찾아가는, 짜릿할 정도로 활기 넘치는 책. 하나의 총체적인 세계관을 명징하게 보여주다가 순식간에 낯설게 만든다. 호메로스를 읽다보면 니컬슨이 이른바 ‘시간-현기증’이라고 부르는 것 때문에 충격을 받게 되지만, 이 책이 당신이 용마루에 올라서서 자세히 내려다볼 수 있도록 옆에서 당신의 손을 잡아줄 것이다. ― 『스펙테이터』 니컬슨은 이 열정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책에서, 왜 호메로스가 자신에게 그리고 당신과 세상에 그토록 중요한지를 비틀기와 반전과 놀라움이 가득한 텍스트로 설명한다. ― 『퍼블리셔 위클리』 깊이 있는 정보를 주며 우아한 필체로 쓰인 책. 니컬슨의 기백 넘치는 탐사는 우리 자신의 지울 수 없는 과거를 밝힌다. ― 『커커스 리뷰』 이 책에 대해 불만이 하나 있다면, 이 책이 호메로스보다 뛰어날 정도로 위협적이라는 점이다. 열성적인 아마추어를 보면 냉정하게 비판하도록 광범위하게 훈련받은 고전학자로서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내 판단에 대해서 학계가 아우성을 치겠지만, 나는 내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니컬슨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희귀한 능력의 소유자다. ― 세라 루덴, 『내셔널 리뷰』 애덤 니컬슨의 『지금, 호메로스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호메로스, 항해, 인생의 의미, 그리고 시의 힘에 대한 경이롭도록 섬세하고 매력적인 성찰이다. 그의 박식함은 눈부시면서도 신중하다. ― 루이스 베글리, 소설가 위대한 서사시에 대한 광대하고 서정적이고 은밀한 탐사. 결국 이 선택에 생기를 불어넣고 텍스트 해설을 하나의 찬가로 격상시킨 것은 그 주제에 대한 니컬슨의 열정이다. ― 『북리스트』 격렬하고 본능을 자극한다. 그 결과 마음을 움직이고 깨달음마저 준다. ― 「파이낸셜 타임스」 니컬슨은 우리가 쓰이기를 기다려왔던 바로 그 책을 썼다. 두 서사시에 대한 최고의 해설서 ― 「타임스」 통찰, 관대함, 꾸밈없는 열정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연구. 우리를 아주 신나게 하는 작품이다. 2,000년에 걸쳐 호메로스를 탐독해온 독자들의 통찰을 들려주는 놀라운 책.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말을 걸고, 결코 멈추지 않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 「가디언」 흥미진진한 책. 한 고상한 작가가 새로운 세대를 위해 호메로스를 덮고 있던 먼지를 걷어냈다. 『일리아스』의 낭자한 선혈에서 『오디세이아』의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경험들에 이르기까지 두 서사시의 특징을 낱낱이 파헤친다. 영광, 폭력 그리고 남성성에 대한 수업 ― 『이코노미스트』 올해의 책 바라건대 이 책은, 내게 그랬던 것처럼, 당신에게 호메로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도록 할 것이다. 장담컨대 이 책은 당신으로 하여금 호메로스를 당장에라도 다시 읽도록 만들 것이다. ― 「아이리시 타임스」 올해의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