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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 침몰하는 제국의 모습들
1장 진(秦) - 아둔하고 무능한 군주에게 기회는 없다 천하를 통일한 진의 수도, 함양(咸陽) / 진시황의 최후 / 석 달을 타오른 함양성의 불길 2장 서한(西漢) - 성급한 개혁은 내부로부터 무너진다 굴곡 많은 서한의 수도, 장안(長安) / 뱀을 벤 유방의 전설 / 왕망의 등장 / 새롭지 않은 '신' 왕조 3장 동한(東漢) - 권력은 사치와 향락으로 썩어간다 영광을 뒤로한 천하의 중심, 낙양(洛陽) / 환관과 당파의 대결 / 황건의 난이 일어나다 / 화를 부른 개혁, 주목제 4장 위(魏) · 촉(蜀) · 오(吳) - 천하를 장악하지 못하면 분쟁은 끝이 없다 위(魏): 암투만 남은 낙양 / 촉(蜀): 영웅이 사라진 성도(成都) / 오(吳): 건업(建業)에 찾아든 짧은 봄날 5장 당(唐) - 제왕이 권위를 포기할 때 혼란은 시작된다 바람 앞의 등불 같은 당의 수도, 장안(長安) / 장안성에 들어앉은 희종 / 국화 향기 장안 하늘을 꿰뚫고 / 다시 함락된 장안성 6장 북송(北宋) - 아첨의 성城을 지어 군주의 눈과 귀를 막다 찬란했던 북송의 수도, 변량( · 梁) / 망국의 군주가 된 서화(書畵) 황제 송 휘종 / 금군의 남하에 충신과 간신이 나뉘다 / 씻을 수 없는 정강(靖康)의 치욕 7장 남송(南宋) - 주색(酒色)보다 무서운 것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함이다 가까스로 송의 국맥을 이은 남송의 수도, 임안(臨安) / 따스한 바람에 취한 송 이종 / 그날 술은 그날 먹고 취해야지 / 송 시대를 마감한 원(元 군대 8장 원(元) - 칼을 받들고 붓을 버리다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은 원의 수도, 대도(大都) / 황제의 교체, 주마등 같은 한바탕 연극 / 황실의 골육상잔 / '외눈박이 돌사람'이 천하를 뒤집다 9장 명(明) - 피 튀기는 당쟁 속에 몰락의 그림자가 드리우다 한족 왕조의 마지막 무대, 경사(京師) / 환관 독재자의 대두 / 망국의 군주, 망국의 신하 / 틈왕을 맞이하라 나가는 말 : 제국의 슬픔을 아로새기다 참고문헌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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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역자입니다.
2009-04-11
중국은 과거에도 대국이었고 지금도 대국입니다. 그러나 그 규모에 걸맞지 않게 중국의 역사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혹은 의외의 사실이 있습니다. 3백년을 넘어서는 통일왕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최초의 통일왕조 진은 20년도 버티지 못했고, 마지막 왕조 청 역시 3백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3백년이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조선왕조 5백년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대국 중국에 그 정도로 장수한 왕조 하나 없었나'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한(漢)왕조가 4백년을 이었지만 한가운데가 뚝 끊어져 있고, 송(宋)이 3백년을 조금 웃돌지만, 이는 통일왕조라는 말이 무색한 북송과 남송을 합친 숫자입니다. 가장 강성했다는 당(唐)나라도 따지고보면 금방 달아올랐다가 금방 식고 말았습니다.
혹자는 이 의외의 현상을 시스템적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통일-경제발전-개혁실패-부패-농민봉기-새로운 왕조의 등장이라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충분히 설득력있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복잡한 흥망의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도식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통일왕조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분열의 시대를 설명하기가 힘들고, 이민족 왕조의 경우에는 한족 왕조의 멸망 이유와는 다른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 책 <중국제국쇠망사>는 역사서이지만 역사를 애써 평가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붕괴에 임박한 중국 왕조의 모습들을 도성을 중심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입니다. '도성으로, 도성으로'를 외치며 압박해오는 농민군과, 기회를 틈타 도성을 빠져나가려는 황제와 고귀한 자들, 농민군이 덜 잔인하기만을 바라며 도성을 떠나지 못하는 민초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는 명나라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가 등장합니다. 그는 자기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고집불통, 왕비에게 자결을 강요하고 아끼는 공주까지 칼로 베는 잔인함, 이민족이 칼을 대기 전에 먼저 자결하는 비장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의 어떤 모습이 인상에 남을지는 독자마다 다를 것입니다. 그를 어떻게 판단할 지는 독자 개개인의 몫입니다. 저 역시 책을 읽고 번역하면서 여러 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역사의 기술은 건조해야 합니다. 이 책의 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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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봉건 왕조의 역사는 통치와 반란의 역사였다. 중국 역사를 수놓은 치세(治世)와 난세(亂世)의 다채로운 이야기들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권력흥망의 보고(寶庫)다. 치세와 난세를 딱 잘라 평가할 순 없지만, 평화로웠던 치세보다는 난세의 역사가 더욱 독특한 매력적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왕조의 정치, 경제, 문화가 한데 모인 제국의 수도는 이러한 매력의 집합체였다.
문헌의 기록에 따르면, 중국 고대의 도성은 하(夏) 왕조 이래로 총 217곳이 있었다. 사람들은 수도의 역사에 따라 ‘오대고도(五大古都)’, ‘칠대고도(七大古都)’ 등의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그중 몇 곳을 골라 난세 왕조의 적나라한 모습을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한다. 반고(班固)의 《백호통의(白虎通義)》에서는 황제[帝]를 ‘덕이 천지와 합한 자’라고 했다. 황제는 하늘의 아들, 즉 하늘이 인간 세상을 질서 있게 다스리도록 보낸 자였다. 제국의 수도는 그러한 황제가 머무는 곳이자 중앙정부가 있는 곳이었다. 도성의 건설은 곧 왕조의 대사였다. 예로부터 도성의 건설에 힘을 쏟지 않은 왕조는 없었다. 왕조의 통치자는 화려한 궁전을 짓고 그 안에 거대한 연못을 만들어 황권의 위엄과 천자의 존귀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그래서 당대 시인 낙빈왕(駱賓王)은 ‘천 리 산하에 이어진 나라, 아홉 겹 문으로 엮인 성과 궁궐. 황제가 사는 곳의 웅장함을 보지 않고, 어찌 천자의 존귀함을 알겠는가’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도성은 화려함으로 치장한 함정이기도 했다. 그토록 웅장하고 아름다운 도성의 이면에서는 무수한 암투와 속임수가 벌어졌다. 특히 난세 제국의 수도는 정치투쟁의 중심 무대였다. 어떤 자는 난세를 이용해 재물을 긁어모으고, 어떤 자는 난세를 틈타 권력을 탈취했다. 난세의 수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험악했다. 사람들은 외척의 신분과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자기와 다른 이들을 철저히 배척했다. 권력이라는 금자탑의 꼭대기에는 앞을 분간하기 힘든 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왕조의 최고 통치자를 포함한 모든 이가 자기가 누구의 먹잇감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어떻게든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더 큰 권력을 추구할 뿐이었다. 난세의 수도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현장이었다. 권력투쟁의 과정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었다.” --- pp.5-6 “장안성은 마치 연극 무대와 같았다. 그곳의 주인공은 황제도 아니고 조정의 신료들도 아니었다. 음양이 괴이하게 섞인 환관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피곤한 줄도 모르고 권력과 이익을 탐했다. 황제는 대당(大唐) 제국을 일으켜 세울 힘도 의지도 없었다. 조정은 쇠약해지고 황권은 땅에 떨어져 대당의 중흥은 이미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환관과 조정은 서로를 배척하고, 참다못한 백성들은 곳곳에서 난을 일으키고, 지방의 번진 세력들이 그 틈을 타 세력을 키웠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강성했던 왕조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 pp.189-190 “원 조정은 한족의 문화 전통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으면서도,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는 자만으로 대제국을 다스리려 했다. 그들은 무武를 중시하고 문文을 무시했다. 정책은 하나같이 거칠고 뒤떨어진 것들이었다. 특히 이민족을 다루는 방법은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억압’과 ‘분리’라는 원 정권의 통치 방식은 인심을 얻을 수 없었다. 밖으로는 엄격하고 냉혹한 대외 정책 때문에 모순이 심해졌고, 안으로는 서로를 견제하며 최고 권력을 두고 싸우느라 바빴다.” --- pp.309-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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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 하여도 열흘을 넘기기 어렵다!
권력의 유한함을 의미하는 ‘권불십년(權不十年)’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대변하듯이, 무너지지 않는 불사의 권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권력흥망의 법칙은 천하를 주름잡던 희대의 영웅들도 피해갈 수 없는 진리였다. 대제국을 건설했던 진시황제도, 진을 장악하고 한 왕조를 세운 유방도, 유씨 천하의 허리를 끊은 서한의 왕망도 뼈아픈 왕조의 몰락을 피할 수 없었다. 몰락의 순간은 적벽의 영웅 유비와 손권에게도, 탐욕과 암투로 가득 찼던 당과 송 시대에도, 칭기즈칸의 원과 주원장의 명나라에도 거역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찾아왔다. 무능하고 아둔한 군주 곁엔 여우 같은 신하가 있었고, 이상주의자였던 제왕은 성급한 개혁으로 민중의 봉기를 불렀다. 황제보다 강한 외척이 있는가 하면, 사치와 향락에 젖어 스스로 권력과 권위를 내팽개친 군주도 있었다. 이처럼 각기 다른 이유로 몰락해간 제국의 대서사가, 화려했지만 잔혹했던 제국의 수도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 ■ 아둔하고 무능한 제왕에게 기회는 없다 ― 나약한 군주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진(秦) 제국 사상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던 진(秦) 제국은 시황제의 웅대한 건설을 뒤로하고, 나약했던 진 2세(호해, 시황제의 둘째 아들) 때 비참한 패망을 맞이하게 된다. 사치와 음모, 간사한 환관들이 군주를 둘러싸고 있었으나 몰락의 최대 원인은 아둔하고 무능했던 군주 그 자체로 볼 수 있다. 진 제국은 통일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시황제가 사망하는 바람에, 전국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도성 안은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상황이 이러했으나, 새로 황제자리에 오른 젊은 호해는 스승인 환관 조고의 말만 믿고 국정은 나 몰라라 하는 허수아비 황제였다(여기서 ‘지록위마’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이런 무능한 어린 황제는 결국 불과 4년 만에 통일제국을 무너뜨렸고, 역사는 새로운 영웅을 잉태했다. 진을 무너뜨리고 한(漢) 제국을 세운 세기의 영웅 유방이 등장했던 것이다. ■ 영원한 권력의 함정, 사치와 향락에 빠지다 ― 유방이 창건한 한(漢) 왕조의 몰락과 북송(北宋) 몰락의 몰락 영웅이 되려는 자가 원하는 것은 부와 권력으로 요약된다. 제국을 장악한 권력자에게 넘쳐나는 재물은 결코 초연해지기 쉽지 않은 최악의 유혹이다. 권력의 정점에 앉은 자는 긴장을 풀고 사치와 향락에 빠지기 쉽다. 어렵사리 한(漢)을 이어간 동한 왕조의 환제 유지가 그러했다. 항우를 제패하고 유방이 건설한 한 제국은 환제 때에 이르러 몰락의 풍조가 만연했다.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라고 할 수도 있을 사치와 향락에 젖은 권력은 사실 중국사에서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몰락의 이유였다. 북송(北宋) 때 휘종 역시 그러한 군주였다. 금(金)군이 수도 변량으로 들이닥치는 상황에서 구석에 몰린 휘종은 뒤늦게 민심을 수습하려 조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송 역시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 군주의 눈과 귀를 막고, 환관이 춤을 추다 ― 환관이 득세하여 침몰을 맞은 당(唐)과 명(明) 제왕의 권력을 등에 업은 환관 역시 제국을 몰락으로 이끈 주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권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왕을 향한 아첨의 성(城)을 지은 환관 세력들은 제왕의 눈과 귀를 막고, 자신들이 정치 무대의 주연으로 나섰다. 온갖 권모술수와 탐욕으로 뭉친 환관들은 스스로 제국의 앞길을 막았다.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강성했던 당(唐) 제국 역시 무능한 황제와 간사한 환관의 조합으로 침몰하기 시작했다. 명(明)대에 이르면 환관 위충현(魏忠賢)이 등장하여 ‘환관 독재자’라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다. 그는 황제 희종보다 더 큰 권력을 쥐고 국정을 마음대로 운영했다. 황제만이 입는다는 용포까지 걸쳤던 간 큰 환관의 등장으로 명의 침몰은 빠르게 전개되었다. ■ 칼로 중원을 평정한 제국은 칼로 망한다 ― 문(文)보다 무(武)를 숭상하다 내분으로 패망한 원(元) 제국 칭기즈칸의 자손들은 태조가 세운 원 제국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했다. 칭기즈칸은 몽골 정권을 세운 후 60년 간 다섯 차례의 대규모 원정을 단행했고, 그 결과 북으로는 시베리아, 남으로는 남중국해에 이르는 전대미문의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그의 후손들은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나,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순 없다’는 명언이 옳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말았다. ■ “우리도 그들처럼 몰락하고 말 것인가!” ― 제국의 슬픔을 되새기며 난세를 살아가라 5천 년의 중국사가 현대인들에게 주는 의미는 그저 ‘과거로서의 역사’에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제국이 건설과 패망을 반복했던 중국사에는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의 본질과 승자가 없는 권력의 순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권력흥망의 비밀을 품은 이 책 『중국제국쇠망사』는 역사의 순환을 마주해야 할 현대인에게 그 자체로 오늘이며, 내일이 될 수 있다. 조정의 당파가 서로의 이익을 앞세우며 피 튀기게 싸우는 모습, 제왕이 스스로 권위를 포기하는 모습, 권력자가 사치와 향락에 눈이 멀어 치국을 방기하는 모습, 외척이 난립하는 모습들은 비단 중국 역사 속에만 등장하는 상황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에게도 너무나도 친숙한 장면이다. 중국의 역대 왕조들이 남긴 타산지석의 교훈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반복될 난세와 쇠망의 소용돌이로부터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도 이들처럼 몰락하고 말 것인가? 중국 못지않은 난세를 사는 요즘, 『중국제국쇠망사』는 지나간 역사를 통해 오늘날 자신과 조직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