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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기고 나서
해제_ 같음과 다름, 주고받기와 독창성 사이에서 자리 잡기 서언 한국어판 서언 핵심 용어 중국 주요 왕조 연표 표기 방침 및 인용 방식에 대한 일러두기 이끄는 말 제1장 고대 인도의 그림 이야기 구연 제2장 중앙아시아를 통한 그림 구연의 전파 제3장 인도네시아의 유사 형식들 제4장 근현대 인도의 그림 이야기 구연 제5장 세계의 그림 구연 그림 자료 참고문헌 약어표 유럽어 논문, 문헌 중국어 논문, 문헌, 번역본, 사전 일본어, 한국어 논문, 문헌, 번역본, 사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및 불교권 중앙아시아 문헌, 번역본, 사전 근동, 중동의 문헌, 번역본, 사전 영화, 공연, 강좌, 미출간 원고, 개인 서신 미확인 논문, 저서 삽화 출처 찾아보기 |
Victor H. M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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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깔릴 무렵 마을 어귀 너른 마당에 그림이 걸리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하면 떠돌이 이야기꾼은 막대를 들고 그림의 한 쪽을 가리키며 메디나 시도니아 공작이 지휘하는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함대의 공격을 당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마당에 대형 걸개그림이 걸리고 이야기꾼은 그 그림을 가리키며 부처의 생애와 윤회의 가르침과 불제자와 마귀의 싸움이야기를 청중들에게 들려준다. 그림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같은 예술의 한 형식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도 그리고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등에서도 공연되었거나 공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그림을 가리키며 이야기하기’는 인류의 공동 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이야기 공연은 인류 공동의 언어이자 자산, 그 기원을 밝혀낸 빅터 메어 이 인류 공동 자산의 조상은 인도이고 지금부터 약 2천 5백여 년 전인 기원전 6세기에까지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현대 영화조차도 전기로 작동하는 그림 이야기 공연의 한 형태로 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현존하는 문헌자료, 그 중에서도 특히 시각 자료를 통하여 입증하는 작업을 진행했던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빅터 메어(Victor H. Mair)이다. 그 작업의 결과는 Painting and Performance: Chinese Picture Recitation and Its Indian Genesis로 묶여 1988년에 하와이대학 출판부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이 한국의 두 중국문학자 김진곤, 정광훈에 의하여 한국어로 번역되어 <그림과 공연-중국의 그림 구연과 그 인도 기원>(이하 그림과 공연)이란 이름으로 2012년 소명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빅터 메어는 <그림과 공연>에서 먼저 고대 인도의 그림 이야기 공연의 역사와 양태를 자세히 설명한다. 고대 인도의 그림 이야기 공연 양식이 중앙아시아와 티베트를 거쳐 중국에 전파되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얀마, 타일랜드, 캄보디아로 전파되고 마침내 인도네시아에 이르러 ‘와양(wayang)’이란 양식을 꽃피우게 하여 그림을 동원한 이야기 공연 양식과 더불어 그림자 연극을 탄생시켰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전 세계 그림 이야기 공연 양식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인도의 그림 이야기 공연이 현재의 인도에서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그 현재적 상황을 점검하고, 이 그림 이야기 공연 양식이 인도의 서쪽, 즉 페르시아, 아라비아, 터키를 거쳐 체코,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영국으로 전파되면서 변모되는 양상을 추적하여 세계의 그림 이야기 공연을 정리하고 있다. 자료의 보고, 완전하게 전달하다 책의 제목에 걸맞게 빅터 메어는 각국의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및 개인소장가 등에서 얻어낸 시각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가설을 입증해나가고 있다. 이 점은 이 책의 최대의 미덕이라 할 것이며 그 결과는 아홉 장의 컬러도판, 여든네 컷의 그림 자료, 열 장의 화보, 그림 공연 예술의 전파를 설명하는 세계지도, 거의 완벽하다할 참고문헌으로 맺어졌다. 원 저서의 이러한 미덕은 번역에도 그대로 이어져, 그림 한 컷, 참고 문헌 한 항목, 색인 한 항목까지도 빠뜨리지 않고 번역하고, 번역자의 입장에서 보충하여야 할 항목을 추가하기도 하였다. 원 저서가 다루는 시공간이 광대한 까닭에 등장하는 언어 또한 영어, 불어, 독어, 산스끄리뜨어, 티베트어, 위구르어, 중국어, 일본, 인도네시아어 등 너무도 다양하다. 번역자는 해당 외국어의 한국어 발음과 뜻을 모두 부기하여 한국 독자들이 읽어가는 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이런 친절은 특히 참고문헌에서 더욱 돋보인다. 65쪽에 달하는 참고문헌은 저자가 당시 찾아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를 충실히 모으고 정리하였다는 점에서나 번역자가 참고문헌의 원문 표기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그 한국어 의미를 괄호 속에 충실하게 옮겨내었다는 점에서나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한국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공통적 문화의 발견, 거대한 밑그림 인도를 유일한 중심축으로 놓고서 세계의 그림 이야기 공연을 설명하고자 한 저자의 시도는 기원론 혹은 전파론에 지나치게 경도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찍이 중국 송나라의 대문호이자 정치가인 소동파가 이렇게 말했다. 강물이나 달처럼 모든 것은 저렇게 부단히 흐르고 차고 기우는 법이다. 그러나 흐르되 흘러가 버린 적은 없으며, 차고 기울되 더 커지거나 없어진 적도 없다. 변한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한순간이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이요, 변하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나와 만물이 모두 한결같이 영원할 것이다. 소동파의 말을 떠올린다면, 저자의 관점은 세계 공통의 문화발견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빅터 메어는 10여 년의 연구 결과가 <그림과 공연>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구연문학 혹은 공연문화 전반의 범위를 대상으로 하여, 전략적으로 인도가설을 제시하는 역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