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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7
빛이 있으라! 25 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있는가? 171 죽음은 시작인가? 273 감사의 글 342 |
Jean d’Orme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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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풀밭에서 잠이 들었다가 주위에서 한데 지저귀는 새소리에 깨어났다. 다람쥐는 나무를 타고 청딱따구리가 울어댔다. 퍽 황홀한 정경이었다. 나는 저 새들과 동물들의 기원 따위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누가 이 글을 썼을까? 다윈이다. 어느 책에선가 “더없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무한한 형태들”을 논했던 바로 그 다윈 말이다. 그는 여기에 “자연사의 가장 흥미로운 문제, 진정한 핵심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세상은 혼돈이 아니다. 우주에는 질서가 있다. 그리고 아름다움도 있다. 질서는 어디서 오는가?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가? 세계가 계획의 실현이라는 생각, 허다한 악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세계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싹 다 몰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오늘의 과학은 어제의 무지를 파괴하지만 내일의 과학에게는 그 또한 무지처럼 보일 것이다.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지식으로 족히 설명되는 세계와는 다른 것을 향한 약동이 있다. 그 세계의 은밀한 열쇠는 다른 곳에 있다. --- p. 136 무궁한 이 세상을 이해하고자 애쓰는 길은 예술과 과학, 이 두 갈래뿐이다. 이쪽 길에는 화가, 음악가, 시인, 소설가, 철학자, 신비주의자가 있다. 저쪽 길에는 천문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 수학자가 있다. 어느 쪽으로 가든 할 일은 한이 없으니 애초에 절망이 예견된다. 햄릿은 호레이쇼에게 말한다. “천지에는 자네의 철학으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네.” 시는 가장 편한 길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가장 널리 알려진 길이다. 시, 소설, 에세이를 끙끙대며 쓸 필요조차도 없다. 사랑이 시 자체이니 생에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족하다. 사랑에 빠진 이는 사랑하는 이로 인하여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그는 왕국의 열쇠를 얻은 것이다. 그는 이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더 캐내려 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그에게는 우주의 모든 아름다움이 마침내 드러났다. 아마도 예술과 문학은 성적 충동의 승화된 번역에 다름 아니리니. --- p.188 생은 아름답다. 생이 잔인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결국은 아름다운 생이다. 생이 어떤 모습이든, 일종의 기적인지 또 다른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생에 매달리게 마련이다. 햇살, 봄날의 언덕, 길을 따라 쭉 늘어선 플라타너스, 만남, 연애편지, 섬 여행,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라벨로 여행, 이집트의 룩소르와 아스완 여행, 멕시코 와하카 여행, 일본 여행, 거창한 소망과 다소 정신 나간 계획들, 우연과 기적, 인내와 아름다움이 생을 가득 채운다. 일가를 이루고, 오래 남을 만한 것들을 세우고, 걸작을 쓴다. 종국에는 거의 행복할 것이다. 참 길고 곧잘 끝이 없다 싶었던 생이 불현듯 너무 짧다. 생은 끝났다. 가버린다. ‘ --- p. 289 사후에는 아무것도 없고 죽음이 인간들의 소망에 마침표를 찍을 확률은 꽤 농후하다. 몽테를랑은 외쳤다. “밤의 문들아, 열려라! 문들이 열린다.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 신을 믿지 않고 우주가 외부 힘의 개입 없이 태어나고 존속한다고 보는 자들은 사후의 그 무엇에 기댈 이유가 없고 그럴 마음조차 없다. 우리는 익히 아는 메커니즘을 통해서 태어나 시간 속으로 들어왔고, 죽음으로써 시간에서 벗어난다. 한 삽 흙, 한 줌 재, 어쩌면 파도의 거품, 그걸로 끝이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어디에 있었을까? 아무데도 없었다.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아무 데로도 가지 않는다. 아주 간단하게, 우리는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간다. 우리는 부재(不在)였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훗날에도 부재이자 아무것도 아니리라. 달콤하면서도 잔혹한 생은 그 자체 외에는 아무 의미도 없는 괄호다. 우주는 달리 그 무엇도 반영하지 않는다. --- p. 2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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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무엇이고 어디서 오는가? 우주는 어떻게 돌아가는가? 어째서 아무것도 없지 않고 무엇인가가 존재하는가? 고대의 수학자들로부터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뉴턴과 다윈을 거쳐 아인슈타인과 양자이론에 이르기까지, 이미 삼천여 년 동안 인간은 이 물음에 답하려 힘써왔다.
이 역사에 삼사 세기 전부터 가속도가 붙었다. 우리는 현대, 그리고 포스트모던 시대에 진입했다. 과학, 기술, 숫자가 지구를 정복했다. 이성은 기어이 승리한 듯 보인다. 이성에 힘입어 인간은 신들을 대신해 세상사를 관장하게 되었다. 우리는 오늘날 어떤 상황에 있는가? 신은 우리에게 생소한 영광과 쇠퇴한 권력의 박물관에 처박혀야 하나? 삶은 뭔가 의미가 있는가, 아니면 무와 무 사이의 괄호에 불과한가? 죽음 이후에 뭐가 있기는 한가? 그게 뭐가 됐든? 장 도르메송은 가장 소박하고 분명한 말로, 쾌활하면서도 엄정하게, 이 영원한 문제들에 새로이 접근하여 독자들에게 우주와 인간에 얽힌 놀라운 소설을 들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