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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아래서
다시 산에 와서 가을 서한 상수리 나뭇잎 떨어진 숲으로 어머니 치고 계신 행주치마는 들국화 언덕에서 노상에서 돌계단 내가 꿈꾸는 여자 산 산거 소나무에도 이모님의 웃음 뒤에도 배회 막동리 소묘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비단강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들길 시 기도 초등학교 선생님 들길을 걸으며 지는 해 좋다 하오의 한 시간 기쁨 촉 하늘의 서쪽 나뭇결 사는 일 서러운 봄날 눈부신 세상 들판 끝 멀리까지 보이는 날 별리 태백선 게으름 연습 서정시인 오늘의 약속 별 한 점 산촌 엽서 가을, 마티재 공항 첫 차 황금나무 뭉게구름 행복 절 아내 풀꽃 오늘도 그대는 멀리 있다 서울 사막 오늘은 우선 이렇게 사랑을 잃었다 하자 가슴이 콱 막힐 때 산수유꽃 진 자리 물고기와 만나다 지상에서의 며칠 아름다운 짐승 |
羅泰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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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의 시대를 연다
지식의 보물창고인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현재 353권 출간)을 간행하고 있는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는 ‘한국 대표시인의 육필시집’ 시리즈인 ‘수작’ 43종을 선보입니다. ‘수작’에는 세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인이 손으로 썼다는 ‘手作’이라는 의미, 두 번째는 빼어난 작품을 골랐다는 ‘秀作’이라는 의미, 세 번째는 시인과 독자가 시심을 주고받으며 공유한다는 ‘酬酌’이라는 의미입니다. ‘수작’시리즈는 현재 한국 시단의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시인들이 자기들의 대표시를 손수 골라 펜으로 한 자 한 자 정성들여 눌러 쓴 시집들입니다. 그 가운데는 이미 작고하셔서 유필이 된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시인의 시집도 있습니다. 시인들조차 대부분이 원고를 컴퓨터로 작성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인들의 글씨를 통해 시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시인들의 영혼이 담긴 글씨에서 시를 쓰는 과정에서의 시인의 고뇌, 땀과 노력을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시인이 나에게 펜으로 직접 써준 시 시인이 책상서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냅니다. 앞에 놓여있는 필통에서 펜 하나를 집어 듭니다. 그리고는 그 종이 위에 한 편의 시를 적어내려 갑니다. 그 시를 나에게 직접 건네줍니다. 이것이 육필시 ‘수작’입니다. ‘수작’은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43인이 참여합니다. 그 시인들이 지금까지 쓴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라 A4용지에 손으로 직접 썼습니다. 말하자면 시인의 시선집인 셈입니다. 어떤 시인은 만년필로, 어떤 시인은 볼펜으로, 어떤 시인은 붓으로, 또 어떤 시인은 연필로 썼습니다. 시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시인들의 글씨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이 생김새가 다르듯 글씨도 그렇게 다릅니다. 또박또박한 글씨, 삐뚤빼뚤한 글씨, 기러기가 날아가듯 흘린 글씨, 동글동글한 글씨, 길쭉길쭉한 글씨, 깨알 같은 글씨... 온갖 글씨들이 다 있습니다. 그 글씨에는 멋있고 잘 쓴 글씨, 못나고 보기 싫은 글씨라는 구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인이 영혼으로 써내려간 시를 위한 글씨만 존재합니다. ‘수작’은 43종은 총 2105편의 시가 수록됩니다. 이를 평균내면 한 시인 당 50여 편씩의 시를 선정한 셈이 됩니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를 책머리에 역시 육필로 적었습니다. 육필시집을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수작’은 시인이 쓴 육필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책의 판형은 시인이 글씨를 쓴 종이 크기와 비슷합니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글씨 크기도 최대한 시인이 쓴 대로 하고 임의로 조정하지 않았습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씨들이 있는데, 독자들이 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맞은 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제본도 육필의 느낌에 어울리도록 책 등에 꿰맨 실이 그대로 보이게 했습니다. ‘수작’ 43종은 황학주, 강은교 시인의 시집을 필두로 한 달에 3종씩 지속적으로 출간됩니다. 출간과 동시에 낭송회와 사인회를 함께 진행하여 독자를 직접 찾아갑니다. 이 행사가 우리에게 시가 다시 살아나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