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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에 부쳐
서론 명나라 말기 남색의 유행 명나라 궁정의 남색 풍조 명나라 말기 지식층과 동성애 풍조 관리를 따라다니던 문지기, 곡을 바치던 소창 강남 풍류 중 연동 압객(狎客) 민땅의 의형제와 수양아들 풍속 명나라 중기ㆍ말기의 동성애 문학 『용양일사』와 소관 계층 『변이채』와『의춘향질』 청나라 선비들의 남성동성애 풍조 지식층의 남성애 취향과 풍류 장원부인이라 불린 두 광대와 시인 원매, 서화가 정판교 청나라 중기 이후 갈수록 심각해진 남색 풍조 남색의 상품화: 소년 배우 상공들의 세계 상공(相公)의 출신 극장, 술집 그리고 사우의 융성 상공의 비천한 처지 청나라 남색의 백과전서『품화보감』과『홍루몽』 명청 사회의 이장벽 풍조 심미 취미의 여성화 명청 사회의 이장벽 현상 이장벽 풍조가 희곡예술에 끼친 영향 여성화 심미 취향의 발생 원인 옮긴이의 글 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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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시대 사대부 남성들을 사로잡은 남색 열풍
이 책은 중국 명나라 말기부터 청나라 말기까지 4백여 년에 걸쳐 남성 문인사회를 풍미했던 남색 풍조를 깊이 있고 폭넓게 분석하고 연구한 역작이다. 남색의 연원과 전개 과정, 양태, 그 보편화로 인해 생겨난 기기묘묘한 사회적 현상들이 다양하고 풍부한 중국의 문학적 사료를 통해 설명된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여, 이성인 여성보다 더 도타운 정을 나누었던 이들의 애절하면서도 한편 기이하기까지 한 성적 유희가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식견과 드라마틱한 옛 이야기에 실려, 중국 성애 관념의 한 단면을 가로지른다. 저자는 남색이 세계 역사가 시작된 이래 존재해온 하나의 성애 현상이지만, 중국의 명청시대처럼 사회적으로 공공연하게 유행하며 ‘풍조’가 되다시피 한 곳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중국의 남색 풍조는 그 연원이 깊다. 고대 춘추전국 시대에서부터 궁중 황제들의 남총(男寵) 현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으며, 명나라 말기에는 성적 방종 바람에 힘입어 지식층의 강력한 성애 풍조로 자리 잡아 청나라 말기까지 이어졌다. 특히 명청시대 어린 미소년에 대한 성애적 열광은 현대인조차도 의아하게 여길 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주루(酒樓)와 극장 안에서 술자리 시중을 들며 노래하던 수많은 미소년(연동)들은 명청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명대 말기에는 남성이 전문적으로 매음하는 장소인 남원(男院)이 출현했고, 청대의 수도 베이징에는 소년 배우들(주로 여자 배역을 맡은)의 도제집단인 사우제(私寓制)가 출현하여, “ 미녀를 중하게 여기지 않고 미남을 중하게 여긴다” “가동(歌童)은 있어도 명기(名妓)는 없다”는 설까지 나돌 지경이었다. 그러다보니 미소년들 사이에서는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게 꾸미는 취향이 날로 성행했고, 심지어 전족을 하는 이들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청나라시대 전문적으로 동성애를 다룬 장편소설『품화보감』(品花寶鑑)이 등장한 것은 당시 남색 풍조가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명청시대의 선비들은 동성애에 대해 단지 관대한 태도를 취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동성애를 찬양했고 이를 이성애와 같은 정상적인 성애 방식으로 간주했으며, 연동을 끼고 놀며 그들을 부양하는 것이 풍류생활 중 최대의 쾌락이라고 여겼다. 남색 풍조는 신기(新奇)를 찾아 즐기던 명말 사대부 남성들이 발견한 색다른 맛의 성적 유희였다. 그러나 당시 남색 풍조는 철저히 계급주의와 남성중심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풍조의 능동적 주체는 사대부 혹은 부유층 남성이었고 그들은 성적 유희로서 남색을 즐겼지만, 상대였던 나이 어린 연동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몸을 팔 수밖에 없었다. 상호 동등한 연애관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종관계가 압도적이었다. 14, 15세의 연동들은 남색의 수동적 상대역으로 수급되다가 제2차 성징이 나타나는 16, 17세부터는 무참히 버려져 비참한 생활을 영위해야 했다. 꽃다운 소년들은 남원에서 몸을 팔았으며, 극단에서 젊은 여주인공 역을 맡는 소단(小旦)으로 활동하면서 청중인 관리, 선비, 부상(富商)들에게 불려 다니며 노리개 역할을 했다. 또한 욕망의 방종과 자극을 찾는 성애 풍조는 철저히 남성에 속한 것으로 여성과는 인연이 없었다. 오히려 이러한 풍조 자체가 여성의 금욕을 기초로 한 것이며 남성과의 관계에서 참고 양보하며 관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부녀자의 덕목’으로 칭송받는 분위기는 사실상 남성의 무절제한 성적 방종을 종용하는 결과를 낳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저자는 바로 그것이 풍조의 힘이라고 단언한다. 조선조 여인네들이 얼굴도 본적 없는 남편을 위해 순절할 수 있었던 저력 역시 풍조의, 이데올로기의 힘이다. 이러한 풍조의 이면에는 으레 권력과 계급 그리고 돈의 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 존재에 대해서, 집단적인 광기에 대해서, 계급주의적 폐륜성에 대해서, 종교적 열광의 잔인성에 대해서, 그리고 성적 욕망의 정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반성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