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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면서
제1편 단정한 몸가짐과 마음가짐 물레 길쌈의 신명과 생명력 - 곡성 돌실나이 김점순 특산품 세모시의 향토문화 - 한산 모시짜기 문정옥 한번 맺은 매듭은 풀어내지 못하리니 - 매듭장 최은순 제주도 여인이 지켜 온 갓 공예 전통 - 양태장 고정생 감투도 출세도 모두 그냥 내려놓을까 - 탕건장 김공춘 의관정제의 매무시와 차림새 - 망건장 임덕수 제2편 풍물 연희와 풍류 생활 말뚝이의 성난 웃음과 호령 소리 - 동래야류 천재동 모든 동네마다‘동네북’이 있어야 하듯이 - 북 메우기 박균석 고구려 궁도와 궁술을 잇기 위하여 - 궁시장 김기원 방패연 할아버지의 연 날리기 사랑 - 연날리기 노유상 장죽의 사회풍속사와 담방구 타령 - 백동연죽장 추정렬 제3편 생활을 가멸게 하기 위하여 안성맞춤 아직도 맞추고 있지요 - 유기장 김근수 귀금속의 세계를 너희가 어찌 안다고 - 조각장 김정섭 님을 향한 순금의 칼 - 장도장 박용기 왕골 돗자리여 하늘을 날아라 - 보성 삼정마을 용문석 제4편 전통을 디자인하라 명수 고수들의 법식 살리기 - 한옥과 도편수의 세계 사람도 섬기고 문화도 섬겨라 - 나전칠기장 김봉룡 전통공예에서 산업공예로 어찌 나가나 - 나전칠기 끊음장 심부길 조선 목가구는 살아서 숨쉰다 - 소목장 천상원 전통공예 기술과 예술의 통합을 위하여 - 두석장 김덕룡 해제 - 새로운 예술공예운동을 제창하며 |
朴泰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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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제1세대, 우리 전승 공예의 장인들을 찾아서
이 책은 우리 전승 공예를 손으로 지켜 낸 이들의 손과 삶을 담은 기록이다. 『장인』에 등장하는 이들은 1960년대부터 지정되기 시작한 우리 무형문화재 공예 분야 제1세대로, 혼란으로 가득 찬 근대사의 질곡 속에서도 공예의 끈을 놓지 않고 간직해 온 이들이다.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지정 제도는 사실상 이 분들의 예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원세대(元世代)라고 부를 만하다. 글쓴이 박태순은 장인들의 세계를 ‘단정한 몸가짐과 마음가짐’, ‘풍물 연희와 풍류 생활’, ‘생활을 가멸게 하기 위하여’, ‘전통을 디자인하라’의 네 편으로 나누어 들여다본다. ‘단정한 몸가짐과 마음가짐’에서는 우리 몸을 감싸고 체통을 지킬 수 있게 해 주었던 갓·탕건·망건·매듭·모시·돌실나이의 장인을 만나고 ‘풍물 연희와 풍류 생활’에서는 우리의 멋과 풍류를 만드는 동래야류·북 메우기·궁시·연날리기·백동연죽 공예의 장인을 만나 본다. ‘생활을 가멸게 하기 위하여’에서는 우리 생활에 가까이 자리한 유기·조각·장도·용문석 공예의 장인을 소개하고 ‘전통을 디자인하라’에서는 소목·대목·나전칠기·두석 장인의 세계를 엿본다. 20편의 글과 220여 컷의 사진을 통해 들여다본 장인들의 세계. 어지러운 세상을 헤쳐 오면서도 평생을 바쳐 지켜 온 장인들의 전승 공예는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장인들과 장인 정신을 지금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우리의 삶과 예술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 근대적인 대량 생산 제품에 비하자면 수공예로 만들어진 작품은 그 생산성이 떨어진다. 산업자본주의의 도입과 생활양식의 변화 이후 전승 공예는 그 입지를 거의 잃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경제’로 환산되는 가치로만은 재단할 수 없는 정신〔魂〕이 전승 공예에는 살아 있다. 전승 공예는 우리의 삶과 예술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가를 알아 볼 수 있는 열쇠이다. 조상들의 지혜와 심미안이 손에서 손을 거치는 동안 다듬어져 오랜 시간 농축된 것이 바로 전승 공예이기 때문이다. 쉽게 배우거나 흉내 낼 수 있는 기예가 아니라 긴 세월 동안 익히고 다듬어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는 기예이다. 이러한 전승 공예의 세계는 실로 각양각색의 양상을 보여 준다. 현대 생활 문화에 나름대로 적응할 수 있는 분야도 있고 전혀 그렇지 못하여 그나마 인멸되고 말 위기에 놓인 공예들도 있다. 그러나 쓰임새와는 상관없이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오로지 성장과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시대에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돌아보게 하는 전통 명품의 세계가 하나 둘 스러져 간다면 우리 고유의 손길은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저자는 책 말미의 해제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화두를 던진다. 문화재를 보호하는 법률 이름은 ‘문화재보호법’보다 ‘문화재법’이 되어야 하며 ‘재(財)’에 비중을 두는 ‘문화재(財)’라는 용어보다는 ‘문화유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財)’라는 기준이 도리어 문화유산의 범위와 의미를 한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을 제대로 대접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유형문화재의 보존에는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에 대한 지원은 최저생계비 수준일 뿐이다. 게다가 여러 까다로운 조건과 의무를 달아 공예 예능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불투명하기만 하다. 몸은 가시더라도 손은 남겨두고 가시라는 간곡한 부탁 이 책에 담긴 소설가 박태순과 사진가 김대벽의 전승 공예 인물 기행은 지난 1980년대 중반에 이루어졌다. 그 당시에도 제1세대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라 할 만한 이들은 이미 노경에 접어들어 있었다. 아슬아슬한 기회였다. 때를 놓쳤더라면 영영 만나 뵐 수조차 없었던 이들의 사진과 기록을 겨우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잊혀진 분들이 되었는데, 인간의 역사는 기억에 대한 투쟁이라 하였던가. 기억과 기록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노유상(연날리기, 1904~), 김공춘(탕건장, 1919~), 문정옥(한산 모시짜기, 1928~), 박용기(장도장, 1931~) 같이 아직 생존해 계시면서 공예의 맥을 잇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몇 분의 장인들은 실제로 이 취재가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다. 심지어는 책을 작업하는 와중에도 故 김근수 유기장(2009년 3월), 故 최은순 매듭장(2009년 2월)의 부음을 들어야 했다. 글쓴이 박태순은 양태장 고정생 할머니를 만나러 갔을 때, 그의 따님이 했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고정생 할머니에게서 갓양태 기술을 이수중인 딸 장순자 여사는 혹시 어머님이 세상을 떠나시더라도 손 하나만은 무덤 밖에 내놓고 가시라고 말한다. 손은 남겨두고 떠나라는 말은 우리 시대의 애절한 소망이기도 할 것이다. 우리는 문화와 역사의 얼과 넋을 지켜서 이어 온 소중한 손이 있어 왔음을 알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