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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chapter 1. 소리 없는 언어, 손짓 언어 01 손은 아름답다 02 말보다 솔직한 손짓 언어의 세계 03 손짓 언어의 기원을 찾아서 04 손짓 언어는 어떻게 생길까 05 손짓 언어는 어떻게 습득하나 chapter 2. OK? ... Oh, no! 01 제각각 다른 손짓 언어 동작 02 OK와 V에도 다른 의미가 있다면? 03 한국 여성들은 모두 레즈비언? chapter 3. 한국의 손짓, 아시아의 손짓 01 의미에 따른 손짓 언어의 유형들 02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 되는 손짓 언어 03 손짓 언어 사용 대상에 주의하라 04 희로애락의 비밀 05 관념적 의미의 은밀한 동작 06 집게손가락의 ‘위험성’ chapter 4. 아시아의 손짓 언어, 왜 다를까? 01 겸양과 예절의 중시 02 불평등한 권력 구조 03 동작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라 04 갈수록 보편화되는 서구 손짓 언어 05 불경한 왼손과 발에 대한 규제 06 한국의 손짓 언어는 왜 풍부한가? 07 지형적 고립이 만들어낸 몽골과 네팔의 손짓 언어 08 식민 지배의 흔적 chapter 5. 문화 갈등을 이겨내고 다문화 사회로! 01 손짓 언어에서 문화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 02 손짓 언어 문화 갈등의 실체 03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04 손짓 언어 인지 능력 개발하기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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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도를 떠올릴 때마다 나를 괴롭히는 것은 신분제에 묶여 콧물과 핏물이 뒤범벅된 채 맞고만 있었던 그에 대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다. 그가 몰매를 맞도록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는 사실이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인도에서의 ‘예’와 ‘아니요’의 의사 표시는 우리들과 정반대였다. 고개를 옆으로 흔드는 것은 ‘예’에 해당하는 승낙의 표시이며 앞뒤로 끄덕이는 것은 ‘아니요’라는 거절의 표시였던 것이다. 그때 그가 “실크숍”을 외쳤을 때 고개를 옆으로 내저었던 것은 나였으며, 당연히 그에게는 승낙의 의사로 비쳤던 것이다. 결국 인도인의 신체 언어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나로 인해 그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받지 않아도 될 모욕을 당했던 것이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차이가 생기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이러한 문화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 머리말 중에서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은 말 이면에 숨겨진 뜻을 중시한다. 관계 지향적인 집단주의 사회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성으로 정확한 메시지보다는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상황에 관심을 갖는다. 직설적이며 명확한 언어 표현이 아닌 간접적이고 함축적인 의사 전달에 중점을 둔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말했다가 인간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음을 우려한 때문이다. 극단적 표현보다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포함된 우회적 표현으로 관계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상대방의 의도와 욕구, 기분, 또는 태도를 정확히 읽어낸다. 가령 ‘사랑한다’와 같은 직접적 표현은 굳이 언어화하지 않고 내재화되어 있더라도 상대방이 눈치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애정 고백조차 은유적으로 표현해 ‘내 안에 너 있다’, ‘어디 타는 냄새 안 나요? 내 심장이 불타고 있잖아요?’와 같은 드라마 대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따라서 고맥락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침묵과 눈짓, 손짓, 몸짓 등의 비언어 행위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모두 눈치와 감, 기분에 민감하다.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면 ‘눈치 없는 사람’이나 혹은 ‘감이 늦은 사람’으로 치부된다. ...(중략)... 눈치와 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사람들은 오로지 말에서만 진실을 찾아낸다. 목표 지향적인 개인주의 사회에서는 직접적이고 명확한 표현을 사용한다. 말 자체에 모든 정보가 포함되므로 메시지의 구성도 논리적으로 짜임새가 있어야 한다. 저맥락 커뮤니케이션 문화인 독일, 스위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사랑한다’라는 감정 표현은 항상 메시지로 언급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p.285 2005년 1월 조지 부시(George Walker Bush, 재임 2001~2009) 대통령의 2기 취임식을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하던 일부 노르웨이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부시 대통령과 딸 제나(Jenna)가 사탄을 숭배하는 사인을 취하는 장면이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인터넷 신문인 《네타비센(Nettavisen)》은 ‘부시 딸의 충격적인 인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부시가 사탄 숭배의 손짓말을 사용한 것은 처음이 아닌 수년 전부터 자주 목격되었던 것으로, 부시가 사탄을 숭배한다는 루머가 퍼져 나갔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시가 취한 문제의 사인은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세우는 황소 뿔 사인이다. 실제로 부시 일가의 손짓은 뿔이 긴 황소 롱혼(longhorn)을 형상화한 것이다. 황소는 텍사스 대학의 마스코트이자 동시에 텍사스 주민을 상징하는 애칭이기도 하다. 텍사스 주지사를 지냈던 부시와 그 가족은 취임식장에 있던 텍사스 행진 악대에게 ‘호의’의 손짓을 보냈던 것이다. 한편, 황소 뿔 사인은 미국과 유럽의 헤비메탈 팬들 사이에서는 ‘악마주의(diabolism)’를 뜻한다. --- p.88 태국뿐 아니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네팔 등지의 힌두교와 이슬람 지역에서는 발바닥이 상대를 향하는 일은 커다란 모욕이다. 발은 신체에서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가장 더럽고 추악한 불경한 부분으로 세상의 온갖 더러움과 접촉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발이나 신발로 사람이나 물건을 가리켜서는 안 되며 발이 닿는 것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 발로 물건을 옮겨서도 안 되며 사람이나 물건을 건드리는 것도 금기다. 다리를 꼬고 앉아 상대방에게 발바닥이 보이도록 하는 것은 커다란 무례다. 따라서 발을 탁자 위에 올리는 것과 두 다리를 앞으로 쭉 내뻗는 일도 없어야 한다. 만약 다리를 꿇어 앉는 일이 어렵다면 천이나 옷 등으로 발을 가리고 벽 쪽을 향해 잠시 다리를 뻗는 행위는 용납된다. 신발 역시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므로 신발을 벗어 놓을 때는 가지런히 놓는다. 다? 사람의 신발에 자신의 신발을 닿게 하거나 그 위에 포개는 일은 없어야 한다. 태국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심한 모욕은 천한 발로 상대의 신성한 머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또한 승려 앞에서 양반 다리를 하고 앉는 것은 승려와 동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행위이므로 그렇게 하는 것 또한 금기시된다. 베트남의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가정에서는 밤중에 아내가 남편의 발을 씻긴 후 그 물을 마시는 의식이 있다. 오염된 부위의 발을 씻은 물을 마시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는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47 손짓 언어의 정치·외교적 기능은 국제 외교 관계에 주요한 파장을 미친다. 1959년 닉슨의 소련 방문의 답례로, 그해 9월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Nikita Khrushchyov, 재임 1953~1964) 서기장이 미국을 친선 방문했을 때였다. 흐루쇼프는 국회 연설에서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해 소련과 미국이 서로 손잡고 우의를 돈독히 다져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둥근 원을 만들었다. 그것은 러시아의 전통적인 우정의 표시였으나 미국에서는 권투 선수가 상대방을 쓰러뜨렸을 때 하는 기쁨의 표시였다. 미국인들은 흐루쇼프가 권투 선수처럼 미국을 녹다운시키겠다는 위협으로 오해해 큰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소련은 미국에 앞서 달나라에 무인 위성을 성공적으로 착륙시킨 뒤여서 이러한 오해는 결국 미국 행정부가 달 정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정당성을 부여하는 구실로 작용했다. 실제로 몇 년 뒤 미국은 온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소련을 앞질러 유인 위성을 달나라에 보내는 절대 강권의 힘을 과시했다. --- p.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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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짓 하나가 말 한마디보다 더 강력하다?
말이 서로 통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시도하게 되는 것이 이른바 ‘보디랭귀지’이다. 온갖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의사소통을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서로의 뜻을 이해하게 되기도 한다. 또 말이 통하는 상황이라도 자신의 의사를 강조하기 위해 손짓이나 얼굴 표정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스처나 얼굴 표정 등의 ‘비언어’적인 요소는 언뜻 생각해 보면 의사소통에서 말을 보조하는 부수적 수단으로만 보인다. 그런데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에 메시지의 핵심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결정적으로, 말로 전하는 메시지와 몸짓이 전하는 메시지가 다르다면 상대방은 어떤 메시지로 받아들일까? 말로는 ‘괜찮다’고 하면서 표정이 어둡거나 손을 부르르 떨고 있다면? 아마 상대방은 괜찮다는 말보다는 떨리는 손이 전하는 메시지를 믿을 것이다. 이와 같이, 메시지의 주도권이 말보다도 오히려 손짓이나 표정 등의 비언어에 주어지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중요한 만큼 이러한 비언어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동원하게 되는 이러한 비언어의 메시지에는 별로 큰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다. 이 책 『손짓, 그 상식을 뒤엎는 이야기』는 이러한 비언어 중 ‘손짓 언어’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손짓은 신체 언어(보디랭귀지) 중 ‘몸짓’의 하부 개념이다. 양손에는 사람의 뼈 206개 중에 26%인 54개가 집중되어 있고 다섯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관절이 있기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다. 그래서 손짓은 몸짓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용 빈도를 보인다. 손짓의 움직임에 언어적 메시지가 함축되어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을 수행할 때, 이를 ‘손짓 언어’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손짓 언어의 기원과 발생 양태, 습득 방식에 대해 추적하고 그 대표적인 동작들을 의미별, 형태별로 분류해 손짓 언어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손짓 언어가 일으키는 문화 갈등에 주목하라 그러나 이 책이 의도하는 것은 손짓 언어에 대한 이러한 기계적인 분석에 있지 않다. 일찍이 인류학자이자 비교 문화 연구가인 에드워드 홀(Edward T. Hall, 1914~)은 “커뮤니케이션이 곧 문화”라고 말했다. 손짓 언어 역시 문화적 토양을 바탕으로 생성되는 상징 체계이며, 커뮤니케이션 체계로서의 손짓 언어는 한 사회의 문화를 기반으로 집단 고유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표현한다. 따라서 문화가 다를 경우, 손짓 언어의 동작과 메시지 역시 다를 수 있다. 즉 서로 다른 문화권 출신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손짓을 곁들여 가며 의사소통을 할 경우, 손짓 언어의 불일치로 인한 ‘문화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 책은 동작의 형태나 의미가 다중성을 지니고 있어 문화 갈등을 발생시킬 소지가 있는 ‘다중 손짓 언어’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고다’, ‘좋다’의 의미로 엄지를 치켜세우는 손동작이 중동 지역에서는 상대방을 모욕하는 욕설 동작이며, 인도에서는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면 ‘예’가 아닌 ‘아니요’라는 의미를 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자 친구’라는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흔드는 동작이 있는데, 이 동작을 중국인에게 하면 ‘당신 참 무능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손짓 언어의 불일치를 단순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손짓 언어로 인한 문화 갈등이 단순히 대인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외교 등의 측면에서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손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면 외설적인 모욕이 되는 브라질에서 미국의 닉슨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OK사인을 했다가 곤혹을 치렀던 일, 호주인들이 상대방에게 손등을 보이는 V사인을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몰랐던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해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며 승리의 V사인을 했다가 ‘호주 국민을 모욕한 미국 대통령’이 돼버린 일이 있다. 또 이 책은 1992년 미국 LA 폭동 당시 흑인들이 한인 사회에 적대감을 보인 데에는 이러한 문화 갈등이 잠재적인 배경이 되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물건을 사러 온 흑인들은 한국인 가게 주인이 시선을 피하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태도에서 모멸감을 느꼈다고 한다. 즉 한국인은 낯선 이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을 경망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던 흑인들이 그러한 태도를 인종 차별적 행위로 여겼던 것이 흑인 사회가 한국인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된 한 요소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손짓 언어는 왜 다른가 이 책은 전 세계 인구의 60%가 모여 살며 언어도 다양하고 종교 또한 힌두교, 이슬람뎱, 기독교, 불교, 유교 등으로 각기 다른 아시아 지역의 손짓 언어에 주목한다. 우리나라 또한 주변 아시아 국가들과 인적·물적 교류가 날로 많아짐에 따라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서 갈등 양상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은이는 비교 문화적 관점에서 한국과 아시아 지역의 손짓 언어 유형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비교 분석함으로써 한국과 아시아 지역 손짓 언어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규명하는 데 주력한다. 아시아인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명함을 건네거나 나이를 묻는 경우가 많다. 지은이는 아시아에는 권력 구조가 불평등한 서열 문화 사회가 많아 상대방의 지위에 따라 차별적 의사소통을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시아 지역의 인사 동작이다. 태국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지에서 행해지는, 합장하듯 두 손을 가슴 위에 가지런히 모으는 인사나 인도와 네팔 등지에서 하는 인사인 나마스테, 나마스카르 등은 상대의 지위 고하에 따라 손의 높이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서열 문화권의 사람들은 항상 상대의 지위를 정확히 규명한 뒤에라야 상황에 맞는 의사소통을 진행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시아 손짓 언어의 특성을 겸양과 예절을 중시하는 관계 지향성, 불평등한 권력 구조에 따른 수직성, 손동작을 최소화하는 단순성, 서구 손짓 언어에 대한 차용성, 불확실성 회피에서 비롯된 공격성, 지형적 고립성, 식민 지배의 흔적인 이식성 등 8가지 키워드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손짓 언어가 유달리 풍부한 이유 이러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유달리 한국에는 감정을 표현하는 손짓 언어가 많이 있다. 지은이는 한국인의 손짓 언어가 풍부한 이유로 한국인에게는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많다는 점, 즉 한국 사회의 ‘높은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네덜란드의 헤이르트 호프스테더(Geert Hofstede, 1928~)는 아시아 국가 중 불확실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들고, 불확실성 회피 정도가 낮은 나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을 들었다. 지은이에 의하면, 과거 우리나라는 유교적 관습에 의해 감정 노출을 자제했었으나 일제 강점기와 분단, 한국전쟁 등을 거치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오랜 군사 정권에 의한 권력의 불평등한 구조,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았던 암울한 시대적 상황 등 정치적 요인들로 인해 불안감과 두려움이 잠재되어 있는 사회로 전환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적극적이고 감정적, 공격적인 형태로 감정을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손짓 언어에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동작이 많고, 대규모 시위 등에서 궐기와 단합을 위한 손동작도 많이 사용된다. 또 학교나 군대, 종교 집단, 관공서 등 특정 조직체의 행사 의식을 위한 동작이 많다(국기 의례의 경우, 한국과 일본, 미국에서만 두드러지게 사용되며, 양팔을 머리 위로 높이 올리는 만세 동작은 한국과 일본에서만 사용된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가 이미 2007년에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외국인 이주 노동자 및 국제결혼으로 인한 다문화 가정의 수가 크게 늘고 있다. 이미 한국은 전 방위적으로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어, 구성원들 사이에 손짓 언어 등의 비언어 행위에 따른 불일치 및 문화 갈등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전문 직종이나 유학생, 비즈니스맨 들과는 달리, 외국인 이주 노동자는 작업 현장에서 한국인과 가장 많은 접촉을 하고 있음에도 한국어를 거의 모르는 채 입국해 4~7일 이내에 작업 현장에 배치된다. 이 때문에 한국인 근로자와 이주 노동자 간의 작업 지시는 언어가 아닌 손짓 언어 등의 비언어 행위로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의사소통 장애로 인해 이주 노동자들은 산업 재해의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한국인 고용주와 외국인 이주 노동자, 나이 많은 한국인 남편과 어린 외국인 새댁 사이에 지배·피지배의 권력적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주 노동자나 국제결혼 여성에 대한 문화적 배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그들을 하대하고 폄하하는 인권 유린과 인종 차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은이는 우리 정부의 각 행정 부처에서 서로 경쟁하듯 온갖 다문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나 이주 여성의 인권 문제, 다문화 가정 자녀의 문화적 부적응 문제와 같은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문화적 지원 사업’과 같이 쉽고 홍보성 짙은 사업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유치원과 초등 교육 과정에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포함시켜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다문화 전문 인력을 시급히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7년 유엔인종차별철폐위원회(ICERD)는 “한국이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한국 땅에 사는 다양한 인종들 간의 이해와 관용, 우호 증진에 장애가 될 수 있다”라고 하면서 한국 사회가 다민족적 성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다문화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를 보강하고 감정 표현을 조절해 주며 상호 교류의 주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손짓 언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지은이는 다문화 사회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손짓 언어를 기술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